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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최민식의 불멸의 이순신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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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최민식의 불멸의 이순신 '명량'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2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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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전쟁 액션 대작 ‘명량’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임진왜란 이후 왜군에 의한 재침인 정유재란 시기에 단 12척으로 330척의 왜선을 격퇴한 전세계 해전 역사상 손꼽히는 명량대첩을 소재 삼았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적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 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뿐이다. 마지막 희망이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적 열세에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선다.

 

전쟁사극 ‘최종병기 활’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한민 감독은 너무나 익숙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데 있어 정공법을 선택한다. 인물과 해전에 최대한 집중한다.

명량대첩 직전은 충무공 이순신에게 있어 생애 가장 힘든 시기였다. 영화는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떠나보낸 노모의 아들이자 한 아들의 아버지, 자신을 내친 왕을 모시는 신하이자 군사를 이끄는 장수, 외로움과 두려움에 번민하는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와 함께 갈등 구도를 조선군과 왜군의 집단적 대치로 단순화시키지 않고 각 집단 내부의 정치적 역관계로 잡아 설득력을 더한다. 육군으로 합류하라는 왕과 조정의 압박, 이순신 장군의 전면전 결정에 반발하는 수하 장수들의 대립, 각자의 야망으로 가득한 왜군 수장 도도(김명곤)- 장수 와키자카(조진웅)- 해적왕으로 불리는 용병 출신 장수 구루지마(류승룡)의 얽히고설킨 대립을 두 축으로 삼는다.

 

영화의 절반인 무려 61분에 이르는 해상 전투신은 압권이다. 적진의 허를 찌를뿐 아니라 두려움에 젖은 아군의 사기를 반전시키는 고도의 심리전, 회오리바다·율돌목과 같이 지형을 활용한 독창적 전술, ‘일자진’ ‘백병전’ ‘충파’ 등의 다양한 해상 전술은 그 자체가 탄탄한 드라마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선상 촬영은 유려하며, 치열한 전투를 흔들리는 카메라의 롱테이크로 잡아낸 장면은 인상적이다.

 
 

'명량'의 최대 공신은 최민식이다. 얼굴에 스펙터클을 지닌 이 배우는 갑옷과 투구를 차려입고 군대를 지휘할 때나, 풀어헤친 백발에 물기 머금은 사자 눈으로 침소에 있을 때 모두 스크린을 집어 삼킨다. 차고 넘치는 카리스마만이 아니라 울컥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목숨에 기대지 마라"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기 때문이다”란 대사는 그런 이유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파이란’ 이후 혼자서 영화를 지배하는 배우 최민식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무척이나 반갑다.

대개의 영웅물과 달리 민초들의 위대한 힘을 끊임없이 부각시키는 ‘명량’은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을 먼저 염려하는, 신념과 용기로 승리를 이끈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스크린에 돌직구로 꽂아 넣음으로써 비장하면서도 웅장한 감상에 젖게 한다.

 

후반부에 비해 늘어지는 전반부, 기나긴 해전 장면에서 반복되는 상황설정, 류승룡 조진웅 김태훈 등 쟁쟁한 배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코믹요소 하나 없이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진정성의 힘으로 돌파하려는 듯하다. 러닝타임 2시간8분. 15세 이상 관람가. 7월30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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