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05 17:33 (토)
[SQ인터뷰] 성봉주 박사, "한국 바이애슬론 심폐지구력 더 강화해야"
상태바
[SQ인터뷰] 성봉주 박사, "한국 바이애슬론 심폐지구력 더 강화해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18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체육과학연구원 성 박사,"한국선수 사격능력 중상위권, 주행능력에서 뒤져"

[300자 Tip!] 동계스포츠 가운데 한국의 빙상 종목 수준은 이전보다 많이 올라와 이제는 세계 정상급이 됐다. 쇼트트랙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부진했지만 여전히 전략 종목이고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이제는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스키같은 설상 종목은 아직도 세계와 격차가 크다. 바이애슬론은 유럽의 경우 인기 스포츠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끌지 못하는데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만족할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다음 동계올림픽을 평창에서 개최하는 한국이 바이애슬론을 세계 수준에 근접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유럽에 비해 뒤처지는 주행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겨울철 근대 2종경기'로 군인 스포츠에서 출발했다.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엄청난 인기와 함께 스폰서가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바이애슬론에서 한국은 유럽에 비해 초라하다. 겨울이 긴 유럽, 이 가운데 북유럽은 스키가 생활 속의 스포츠 용품이고 생존을 위한 사냥 때문에 사격술의 발달을 가져왔기 때문에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겨울이 비교적 짧아 경기력을 향상시키기가 어려운 것도 원인이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그다지 성적은 좋지 않았다. 남녀 한 명씩 출전했지만 이인복(30·포천시청)은 남자 10km 스프린트와 20km 개인에서 82위와 73위에 그쳤고 문지희(26·전남체육회)도 여자 7.5km 스프린트와 15km 개인에서 각각 74위, 69위에 머무는 등 모두 중하위권이었다.

국가 포인트와 개인 포인트로 결정되는 올림픽 출전권을 2장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 역시 국가 포인트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 성봉주 박사는 한국 바이애슬론 선수들의 사격 능력은 예전보다 큰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권에 비해 떨어지는 주행능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한국 바이애슬론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바이애슬론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성봉주 박사는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미래가 밝은 종목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 카자흐스탄이 4명 이상의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우리나라 수준은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봤을 때 사격실력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인복 선수나 문지희 선수 모두 스프린트 경기에서 10발 가운데 9발을 맞히는 등 사격 명중률이 85%에 달했습니다. 올시즌 월드컵 시리즈만 보더라도 85% 이상이면 중상위권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50여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점차 기량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바이애슬론은 주행능력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실제로 이인복의 경우 남자 개인종목에서 1위 선수에게 8분이나 뒤졌다.

"바이애슬론은 사격과 함께 주행능력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여기서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어요. 오히려 사격보다 주행능력이 더 중요하죠. 이번 올림픽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딴 올레 아니르 뵈르달렌은 사격에서 불안했지만 뛰어난 주행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세 발이나 놓쳤지만 우수한 체력과 기술로 금메달까지 따낸 겁니다. 우리 선수들도 주행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그런데 주행능력의 향상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성 박사의 설명이다.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 근력, 근파워, 민첩성, 유연성, 평형성 등이 종합되어야만 주행능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율로 봤을 때 심폐지구력이 35%, 근지구력이 15%로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근력과 근파워, 민첩성, 유연성, 평형성이 10%씩 필요합니다. 주행에서는 오르막을 오르는 등판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구력 요인이 50%를 차지하게 됩니다. 강한 체력으로 일정한 랩타임을 유지해야만 우승이 가능합니다. 사격에서는 더욱 향상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니 주행능력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 방법의 개선을 통해 체력과 기술을 보강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충분히 선두 그룹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수들의 실력을 탓할 것이 아니라 바이애슬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관련 상식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성 박사에게 바이애슬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남녀별로 스피린트, 추적경기, 개인경기, 집단출발 등이 있는데 거리는 조금씩 다릅니다. 스프린트와 추적경기, 집단출발의 경우 남자는 10km, 12.5km, 15km인데 여자는 2.5km씩 짧습니다. 개인경기 역시 남자는 20km, 여자는 15km입니다. 여기에 계주와 혼성계주가 더 들어있어 모두 1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습니다. 사격은 복사(엎드려 쏴)와 입사(서서 쏴)로 나뉘고 한번 사격할 때마다 5개의 목표를 맞춰야 합니다. 만약 맞추지 못할 경우 그 수만큼 시간을 추가하거나 200m를 더 돌아가야 하는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이애슬론 선수가 되기 위한 체격조건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몇 세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

"2012년 세계선수권 스프린트 30위권 선수들을 조사해보니까 남자는 평균 신장 181cm, 평균 체중 73kg, 평균 나이 29세로 나타났습니다. 또 여자는 평균 신장 170cm, 평균 체중 60kg, 평균 나이 27.4세였습니다. 이를 봤을 때 적당한 근육이 있고 키가 큰 장신 선수들이 가장 적격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평균 나이에서 보듯이 코스와 사격 경험이 풍부한 10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20대 후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선수이긴 하지만 40대 초반까지도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지구력만 유지한다면 현역 생활이나 최고 기록 달성시기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성 박사는 바이애슬론의 발전을 위해 스포츠과학이 필요성도 역설한다.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렇듯이 바이애슬론에도 스포츠과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스포츠과학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선수들의 훈련 효율성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한국 바이애슬론의 경기력 향상에도 스포츠과학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단 트레이닝 방법의 과학화를 들 수 있겠죠. 운동강도, 빈도, 시간, 형태 등 필요한 시기와 목적에 맞게 훈련하는 체계화된 훈련이 선수의 기량향상과 부상방지와 재활을 통한 빠른 선수복귀, 선수활동 기간의 증대에 도움을 줍니다. 또 장비의 과학화를 빼놓을 수 없죠. 스키의 재질이 점점 가벼워지고 적은 힘을 들이고도 잘 미끄러질 수 있게 왁싱 기술까지 발달하고 있어 좀 더 빠른 경기력 달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회장에 가면 나라별 캐빈에서 비밀스런 그들만의 왁싱기술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역시 시즌에 외국의 전문 왁싱맨들을 초빙해 경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사격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총의 기능 발전, 공기저항을 줄여주고 통풍성과 땀배출 능력을 향상시키는 의복의 발달, 정확한 측정과 관찰, 비교분석이 가능한 측정장비의 발달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 박사는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이인복 문지희가 이전 밴쿠버올림픽 때보다 순위가 떨어진 것이 기량 저하가 아니라 부상과 당일 컨디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선수 모두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가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 박사는 분명히 평창에서 한국 바이애슬론의 비약적인 발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루지, 컬링까지 한국 동계 스포츠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인기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더해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강해진 한국 바이애슬론의 힘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 후기] 우리나라에도 스키를 타고 설원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스키 부대'라는 것이 있다. 바이애슬론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 역시 바이애슬론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어느정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행능력이 쉽사리 발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는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닌 것같다. 그렇기에 바이애슬론에 스포츠과학을 접목시키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스포츠과학과 기술이 얼마나 바이애슬론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