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가운데 안방마님 강민호(29·롯데)에 시선이 쏠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끄는 류중일 삼성 감독이 28일 발표한 24명의 최종 엔트리 중에서 강민호의 이름이 눈에 띈다. 부진한 성적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율 0.235, 11홈런, 57타점을 기록한 강민호는 자유계약(FA)을 앞두고 활약이 기대에 미치는 못했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친 강민호는 시즌 후반에는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해 김사훈과 김준태에게 포수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공로를 인정해 강민호에게 역대 최고액인 7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 계약기간 4년)을 안겨줬고, 강민호는 FA 대박을 맞으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야심차게 맞이한 2014년. 강민호는 FA 원년인 올시즌 더 깊은 부진에 빠졌다. 그는 올해 75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217, 10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수는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지만 타점이 지난해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출루율(0.316)과 득점권 타율(0.138) 역시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
부상도 있다. 강민호는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서 송은범의 직구에 머리를 맞고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몸을 추스르면서 1군 복귀를 준비한 강민호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백업 포수인 용덕한마저 부상을 당해 지난 27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몸상태가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팀의 4강 싸움을 이끌어야 하는 강민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중일 감독은 강민호를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류 감독은 “강민호는 후반기가 되면 회복할 것으로 봤다. 지금 성적이 떨어져 있지만 최고의 포수는 강민호라고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냈다.
그렇다면 류중일 감독이 강민호를 엔트리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강민호는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게임을 통틀어 총 6회 성인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올림픽 1회, WBC 2회, 아시안게임 3회다.
이는 5회(올림픽 2회, WBC 1회, 아시안게임 2회)인 진갑용(40·삼성)과 4회(올림픽 2회, 아시안게임·WBC 각 1회)인 박경완(42·은퇴)보다 많은 기록이다. 나이에 비해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갖췄다. 그만큼 다른 나라 선수들의 성향과 대회 분위기에 익숙하다.
박경완은 은퇴로, 진갑용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강민호의 역할이 중요하다. 함께 엔트리에 포함된 이재원에게 국제대회를 치르는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다.
일례로 강민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쿠바와 결승전에서 선발 포수로 출전해 8.1이닝을 소화한 강민호는 한국이 3-2로 앞선 9회말 1아웃 볼카운트 3-2 상황에서 류현진이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도 심판이 볼 판정을 내리자 이에 항의했다.
이때 항의 발언 해석에서 오해가 생겨 심판은 강민호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강민호는 “낮은 볼(Low Ball)?”이라고 질문했지만 심판은 이를 “노 볼(No Ball)!”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투수와 포수가 모두 바뀌고 1사 만루 위기에 몰려 패색이 짙었던 한국은 바뀐 투수 정대현이 마지막 타자를 병살타로 처리해 가까스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강민호의 항의가 전화위복이 됐지만 자칫 팀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강민호는 이런 경험과 시행착오를 이재원에 알려줌으로써 포수조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더불어 한현희(21·넥센), 이재학(24·NC), 이태양(24·한화), 홍성무(동의대) 등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투수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올시즌 타격감이 좋았던 양의지(27·두산) 대신 엔트리에 포함된 만큼 현재 강민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과연 강민호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신의 몫을 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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