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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장충서 춤춘 한선수 완벽토스, 살아난 스피드배구 희망 단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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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장충서 춤춘 한선수 완벽토스, 살아난 스피드배구 희망 단서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01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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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덕-김학민으로 이어지는 공격루트 위력…김남성 감독 "세터 싸움에서 한선수 노련미의 승리"

[장충=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세터의 완벽한 토스에 공격력에 더욱 힘을 더하고 결국 승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2016 국제배구연맹(FIVB) 배구 월드리그에서 6연패 사슬을 끊고 지각 첫승을 거둔 것은 한선수의 노련한 세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남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 FIVB 배구 월드리그 2그룹 G조 첫 경기에서 서재덕(19득점), 김학민(11득점)의 효과적인 공격으로 체코를 3-0(25-18 25-21 25-20)으로 완파, 첫 승을 신고했다.

▲ [장충체=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세터 한선수가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체코와 2016 FIVB 배구 월드리그 2그룹 G조 첫 경기에서 토스를 올리고 있다.

2그룹에서 최하위로 떨어져 3그룹 강등을 걱정해야 했던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승점 3을 더하며 1승 6패(승점 5)를 기록, 포르투갈(1승 5패, 승점 4)을 밀어내고 12개팀 가운데 11위가 됐다.

포르투갈이 아직 1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남은 상대가 핀란드, 캐나다, 쿠바 등이어서 승점을 더하기가 버겁다. 한국으로서는 이집트,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남은 2경기 가운데 승점 3 이상만 쌓아도 자력으로 2그룹에 잔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 김남성 감독 "한선수의 손에서 다양한 공격이 이뤄졌다"

역시 한국의 승리 공신은 서재덕과 김학민의 공격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도운 한선수였다. 한선수는 64개의 세트 시도 가운데 30개를 공격 성공으로 이끌었다. 체코의 세터 필립 하브르가 28개 시도 가운데 고작 10개만 성공한 것을 봤을 때 한선수의 완벽한 승리였다.

김남성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선수는 31세의 노련미 넘치는 세터인 반면 체코 세터는 26세 정도의 젊은 선수다. 나이차는 얼마 나지 않지만 경험의 차는 무시할 수 없다"며 "한선수의 손에서 이뤄진 최민호, 박진우의 B속공과 서재덕의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이 빛났다"고 평가했다.

또 김 감독은 "서재덕의 공격력이 좋았는데 서재덕의 공격 타법이 한선수와 잘 맞는다. 두 선수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며 "대표팀에서도 오랫동안 룸메이트로 있으면서 얘기를 많이 나눈다. 한선수도 서재덕을 믿고 뒤로 세트를 올리며 완벽한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한선수의 스피드 토스를 아직 우리 선수들이 90%밖에 소화하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남은 10%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선수는 세계적인 세터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배구팬들로부터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한선수이긴 하지만 적어도 국내 세터 가운데 그의 경험이나 노련미를 넘어설 선수는 없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한선수의 재치있는 토스 능력은 김남성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에 잘 맞는다는 평가다. 한선수의 빠른 토스를 잘 이어가준다면 스피드 배구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남성 감독의 말대로 90% 정도의 경기력만으로도 체코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체코의 미겔 앙헬 감독은 "한국은 잘했고 우리는 월드리그 들어 가장 못한 경기였다"며 "한국의 배구가 매우 빨랐다. 유럽팀들과 경기 스타일이 전혀 달라 우리가 잘 적응하지 못해 완패했다"고 전했다.

▲ [장충체=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한선수(왼쪽)과 박진우가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체코와 2016 FIVB 배구 월드리그 2그룹 G조 첫 경기에서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다.

◆ 완벽한 토스의 출발점은 리시브, 정성현-정지석의 수비도 빛났다

그러나 한선수의 눈부신 토스도 서브 리시브가 불안하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노련한 세터가 있더라도 서브 리시브의 질이 나쁘다면 자연스럽게 토스 역시 낮아지거나 흔들려 위력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정성현과 정지석의 서브 리시브도 한선수의 세트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남성 감독도 "정성현, 정지석의 두 서브 리시브 핵심들이 한선수가 토스를 잘할 수 있도록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완벽한 서브 리시브와 한선수의 노련한 세트, 서재덕과 김학민으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가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간 것이 체코 수비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한선수는 "다른 선수들에게 일단 즐기자고 했다. 남은 3경기를 끝까지 즐기면서, 그리고 부담감을 버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며 "캐나다에서는 시차적응이 잘 안돼 몸이 너무 힘들었고 잠도 못자서 몸이 무거웠다. 우리나라에서 하니까 컨디션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또 하나 힘이 된 것은 18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월드리그 '장충 결전' 현장을 찾은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폭우에 장충체육관이 가득 차진 않았지만 배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체육관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힘을 불어넣었다. 서브할 때나 스파이크를 할 때 '빠샤'를 외치며 응원을 보냈고 선수들도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더욱 힘차게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서재덕은 "경기 내용도 중요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하는 경기라 꼭 이기고 싶었다.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어 기쁘다"며 "2,3일 이집트전과 네덜란드전도 이기고 싶다. 오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나아진 경기력으로 2경기를 모두 이겨 (2그룹) 잔류에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장충체=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체코와 2016 FIVB 배구 월드리그 2그룹 G조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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