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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변칙 공격에 효과적인 수비 전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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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변칙 공격에 효과적인 수비 전술은?
  • 최문열
  • 승인 2016.08.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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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이세영 기자] “정신 차리고 사이드아웃 하나면 된다.”

매치포인트로 먼저 올라간 팀의 감독이 계속 추격을 허용당할 때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다. 사이드아웃(side out)이란 서브권을 상대팀으로부터 갖고 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사이드아웃이 수비 뒤 반격 과정을 거친 득점보다 쉽다는 이야기가 깔려 있다.

그 이유는 서브리시브만 안정적으로 연결될 경우 전 후위 공격수 4명이 여러 루트와 콤비네이션 공격으로 상대의 3명 블로커를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라이트 공격을 수비하고 있는 모습, 이중 블로킹과 그와 연계된 수비 포맷이 시선을 잡는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제공]

배구 경기는 서브권이 어느 팀에 있느냐에 따라 공격 전개 방식이 달라진다.

먼저 상대 팀이 서브권이 있는 경우 서브리시브 – 토스 - 스파이크의 3단계 공격과정을 거친다. 서브리시브만 잘 돼 정상적인 공격이 이뤄진다면 공격수 숫자가 4명인 팀이 유리하다.

이번에는 우리 팀에게 서브권이 있는 경우다. 이때는 상대 팀의 공격에 대해 블로킹 – 리시브 – 토스 - 스파이크의 반격 과정 4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는 역으로 상대 팀이 공격수 숫자가 많으므로 우리 팀이 불리할 수 있다.

배구 경기에서는 상대 팀의 서브 시 이뤄지는 3단계 공격 과정보다 우리 팀의 서브 시 이뤄지는 4단계 반격 과정을 잘 해야 점수 차를 벌리고 승기를 거머쥘 수 있다.

상대의 레트트 공격에 대한 3중블로킹과 그에 따른  수비수 움직임. [출처=국제배구연맹]

이를 위해서는 블로킹과 연계된 수비력이 중요하다. 블로킹 벽이 한쪽 방향을 확실히 막은 뒤 나머지 다른 방향을 수비에서 걷어내면 그만큼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팀의 공격 전술이 변한다는 점이다. 또 상대 공격수 또한 공격 각도를 매 순간 조절하거나 터치아웃과 페인트 등 변칙 공격을 구사한다. 결국 수비 전술 또한 상대 팀의 공격 유형과 상대 공격수의 특징에 따라 수시로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블로킹 위치에 따른 적절한 수비 위치. [출처 = 국제배구연맹]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6일 예선 첫 경기에서는 강공보다는 연타 및 페인트 등 변칙 공격에 능한 일본에 초반 고전하다가 3-1의 짜릿한 역전승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9일 전통의 강호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는 힘이 넘치는 고공 공격에 결국 3-1로 아쉬운 패배를 안고 말았다.

변칙공격과 힘의 공격 등 각국의 다채로운 공격 컬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는 한국 대표 팀은 물론 국내 팀들이 잘 사용하고 있는 수비전술을 살펴본 뒤 상대 공격의 특성에 걸맞은 수비의 핵심 전술 몇 가지를 알아보자.

블로킹과 연계된 수비 형태. 블로킹으로 막지 못하는 방향과 위치에 수비수들이 포진해 있다. [출처= 국제배구연맹]

◇ 수비 귀재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판단, 라운드 시스템(round system)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기본적인 팀 수비형태다. <그림1>에서 알 수 있듯 후위에 있는 수비수 5번, 6번, 1번이 둥글게(라운드) 위치한다. 6번이 가장 뒤쪽인 7~8m선상에 서서 중심 역할을 해 6-man back syste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림1]

이 수비전술은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블로커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자율적으로 역할 분담하며 상대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다. 상대 공격 유형을 꿰뚫고 있다면 효율적이나, 상대 공격기술이 다양하거나 높은 타점의 예리한 대각 공격에는 허점을 노출할 수 있다.

◇ 날카로운 크로스 공격에 효과적인 브이 시스템(V system)

브이 시스템은 예리한 각도공격에 효과적이어서 세계 정상권의 남녀 팀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비 포맷이다. 1번과 5번은 5m지점에서 좌우의 크로스 공격을 막고 6번은 중앙 후방에서 블로킹 사이 또는 좌우로 튀어 나가는 공을 수비하는 포맷이다.(그림2 참조)

[그림2]

이 수비형태는 발 빠른 장신 센터가 있어야 빛을 발한다. 장신센터가 없는 상황이라면 코트 중앙과 후방 좌우의 많은 부분이 비게 돼 집중 공략당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 직선 공격 꼼짝 마라, 6-man 슬라이드 시스템

센터 블로커가 신장도 크고 블로킹 감각이 뛰어날 경우, 또는 사이드 블로커가 상대적으로 단신이어서 블로커 벽이 낮을 때 상대 공격수는 직선 코스를 노린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상대의 직선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6-man 슬라이드 시스템이다.

 

이 수비형태는 공격이 중앙에서 이루어질 때는 브이 시스템과 동일하나 왼쪽 공격일 경우 6번은 코트 후방 오른 쪽으로 움직여 직선강타를 수비하고 1번은 전방의 중앙연타와 페인트, 블로킹을 맞고 튀는 공 등을 수비하며 5번은 오른쪽 대각선으로 약 1m 이동하여 중앙을 수비하며 4번은 공격선 밖으로 나와서 크로스 공격을 수비하는 것이다. 6번이 상대의 좌우 공격에 따라 흔들려 6-man 스윙 시스템 (swing syste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트의 좌우 후방의 빈자리에 대한 수비보완을 위해 개발된 수비형태이나 상대 공격수가 공격방향에 대한 속임수 (fake motion)가 좋으면 역이용당할 여지도 있다.

◇ 연타와 페인트에 효과적인 6-man 업 시스템

상대가 중앙 연타 및 페인트 등 변칙공격에 능하다면 꺼내들 수비 전술 카드가 있다. 6-man 업 시스템이 그것이다. 상대팀 공격이 왼쪽에서 이뤄질 경우 6번은 블로커 뒤 4~5m 지점으로 나가 연타 및 변칙공격을 수비하고 5번과 1번이 직선공격 및 대각 공격을 막는다. 또 블로킹에 가담하지 않은 전위 공격수는 크로스 공격에 대한 수비를 맡는다.

 

하지만 블로킹 벽이 허술해 상대가 강공으로 나오면 무용지물이므로 팀 블로킹과의 완벽한 조화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상대 팀이 경기를 하는 도중 공격 유형을 바꿔 변칙공격을 많이 사용할 때 일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전형적인 수비형태로 활용하기엔 부적절하다.

◇ 변칙 공격과 코트 후방 중앙 수비를 동시에, 프론트-슬라이드 시스템

중앙 연타 및 페인트 등 변칙 공격도 막고 코트 후방 중앙 수비도 튼실하게 쌓는 수비 시스템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그것은 블로킹에 가담하지 않은 전위 공격수를 블로킹 벽 뒤 약 4m 지점으로 움직이게 해 변칙공격에 대비하는 프론트 - 슬라이드 시스템이다.

[출처 = 배구 경기기술 및 전략 전술에 관한 고찰- 3.팀 수비 형태의 종류와 역할(엄한주)]

라운드 시스템과 병행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 수비형태는 상대팀과 신장이 대등할 경우 코트의 특정 공간에 대한 집중 수비보다는 전체 수비에 치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 공격을 수비로 막고 반격할 때 블로킹 뒤로 이동한 전위 공격수가 공격을 위해 제 위치로 돌아가는데 상당한 시간상 및 거리상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형적인 팀 수비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전위에 공격력이 다소 약한 선수가 있거나 수비 후 반격과정에서 후위 공격 카드를 갖고 있을 때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밖에 대각선 공격에 대한 중앙 수비를 중점적으로 하기 위한 ‘라인 시스템’이라는 수비 포맷이 있기도 한데 일반 배구 팬들에게 어려울 수 있어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번 리우올림픽 배구경기를 보면서 팀마다 어떤 수비전술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상대의 변칙 공격 시 취약지구. [출처 = 국제배구연맹]

실로 수비 전술은 변화무쌍하다. 공격수의 스파이크 위치와 타점, 방향과 강도 등에 따라, 그리고 블로커 수가 1인 또는 2인과 3인에 따라 수비형태가 달라져야 한다. 그 변수가 너무 많아 수비전술 또한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수비 능력은 피땀의 결과다. 팀 공격력은 공격수의 신장과 팔 길이 등 체격과 점프력과 파워 등 체력이 중요한 변수여서 훈련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데 비해 팀 수비력은 열심히 노력하고 투자하면 그 만큼 효과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팀 수비력은 평소 얼마나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는지를 비롯해 선수들의 정신력과 결속력, 팀워크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상대의 레프트 공격 시 이중블로킹과 연계된 수비수들의 움직임. [출처 = 국제배구연맹]

특히나 국제무대에서 신체적으로 체력적으로 열세인 한국배구가 그동안 위세를 떨친 것은 촘촘한 그물망 수비를 중심으로 한 조직배구 덕택이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높이와 파워배구가 대세인 현대배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팀 수비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참조 = <배구 경기기술 및 전략 전술에 관한 고찰- 3.팀 수비 형태의 종류와 역할(엄한주)>

* 배구락(樂) 개론 다음 편에서는 리우올림픽 특집으로 배구 공격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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