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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최고 공격수라면 이 정도 공격기술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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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최고 공격수라면 이 정도 공격기술쯤이야'
  • 최문열
  • 승인 2016.08.18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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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이세영기자] “뭐 때문에 졌다.” “누구 때문에 패했다.”

그만큼 아쉬움이 컸던 까닭일까요? 지난 16일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2016 리우올림픽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3-1로 패하며 4강행이 좌절되자 말들이 많습니다. 이날 경기 결과를 분석하며 갖가지 처방과 진단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패인이 서브리시브 불안이라며 그 구조적인 원인을 짚은 기사가 잇따랐습니다. 일견 그럴싸한 시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이 제공하는 경기 분석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김연경이 네덜란드 전에서 3중 블로킹이 뜨자 블록 아웃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 FIVB 제공]

서브에이스 수에서는 3-12로 절대 열세였지만 팀 서브리시브 성공률에서는 24.36% - 24.19%로 한국이 간발의 차로 우세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팀 수비 부문(디그)에서도 세트당 8.25개-5.50개로 한국이 앞선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짜릿한 첫 승을 올렸던 일본전에서는 어땠을까요?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팀 서브리시브 성공률 25.00%로 일본(33.33%)에 뒤지고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단 공격 시 어려운 볼 또는 나쁜 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격력의 유무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전에서 최고 공격수의 수준을 보여준 김연경. [사진 = FIVB 제공]

높이와 힘에서 뒤지지 않는 일본전에서는 김연경(30점)을 비롯해 양효진(21점) 이재영(11점) 등이 고루 활약했는데 네덜란드 전에서는 김연경(27점) 양효진(10점) 박정아(7점) 등 역할분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이단으로 연결되는 어려운 볼 공격에 대해 나머지 선수들이 제몫을 하지 못한 채 김연경 혼자 도맡아 힘든 경기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이 팀 공격 성공률에서 21.74%로 네덜란드(31.40%)에 10% 가까이 뒤지고 세트 당 평균 블로킹 수에서도 1.50개로 네덜란드(2.00개)에 열세인 것은 이를 잘 말해줍니다.

요즘 현대배구에서 서브가 공격용 무기로 변한지는 오래입니다(공격 무기 서브의 비밀과 진화 참조). 이 때문에 세계 강호들은 서브리시브가 불안해도 빠르면서도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는 스피드배구로 진화 중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서브리시브에 좌우되는 '세트플레이' 배구에 의존하다보니 서브리시브가 무너지면 다 같이 붕괴되는 체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개인이 아닌 팀, 그리고 서브리시브 한 부문이 아닌 팀의 전반적인 전술과 전략의 문제이지 않을는지요?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과제는 예전처럼 서브리시브 안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국제배구의 흐름처럼 서브리시브가 불안해 나쁜 볼이 와도 처리할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과 공격력 배가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일까요? 리우올림픽이 남긴 한국여자배구의 숙제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예고했듯이 공격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네덜란드 전에서 보았듯 김연경 외에는 우리 공격수들이 이단 공격 시 어려운 볼을 처리하는 것에 상당한 애를 먹었습니다. 국내 무대와는 달리 높이가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이단으로 연결 될 경우에는 세터가 상대 블로커를 따돌려주는 토스워크가 아니다보니 볼이 낮거나 또는 네트에 붙거나 온전치 않기 마련입니다. 또 높게 띄우는 오픈 공격이다 보니 상대 블로커들이 이중 삼중으로 달려와 견고한 벽을 쌓기도 합니다.

사실 공격수의 수준은 여기서 가려집니다.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수가 얼마나 해결 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개 팀들은 수많은 분석과 연구를 통해 상대 주 공격수의 타점과 방향 등 특성을 면밀히 파악해 그에 따른 맞춤 블로킹과 수비 포메이션을 갖고 나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타개할 공격수만의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미리 간파당하지 않는 다양한 각도 공격 

먼저 공격 각도입니다.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스트레이트(Line Shot)와 크로스(Cross Court Shot) 그리고 완전 크로스(Cut Shot)가 그 것입니다. 상대의 블로킹과 수비 포맷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면 공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공격 각도에 따른 타점 모양. [출처=FIVB]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각도의 공격을 상대 팀에 미리 간파당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도움닫기 시 스텝의 방향을 보면 공격각도를 예측할 수 있는 데 이것이 너무 빤하다면 상대 블로킹 벽에 막힐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스트레이트와 크로스 그리고 완전 크로스 공격 각도. [출처 = FIVB]

탁월한 공격수의 경우 도움닫기 스텝을 직선으로 하다가 마지막 스텝에서 발목과 몸을 동시에 틀면서 공중에서 몸의 방향을 바꾸어 크로스 공격을 해 혼란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스텝에 따른 공격 각도. [사진 = FIVB]

이와 함께 타점의 변화를 통해서도 공격 각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깨 정면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게 되면 스트레이트로 날아가는 데 그 타점을 어깨 안쪽과 바깥쪽에서 하면 그 각도에 다양한 변화를 가할 수 있습니다.

◇ 블록 아웃(block out) 또는 와이프 오프(wipe off) 

상대 팀의 블로킹 벽이 높고 단단할 때 구사하는 공격 기술은 블록 아웃 또는 와이프 오프입니다. 국내에서는 터치아웃 또는 쳐내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스파이크 한 볼이 상대 블로킹 벽을 막고 엔드라인이나 사이드라인 밖으로 날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상대 블로커의 손가락을 스쳐지나가게 밀어치거나 왼쪽 또는 오른쪽 사이드라인에 서있는 블로킹 벽을 맞고 밖으로 튕겨나가게 하는 기술이 그런 경우입니다.

[출처 = FIVB]

블록아웃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해선 어깨 안쪽과 바깥쪽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기술에 능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밀어치고 틀어 치는 기술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 블로킹 리바운드

공격수가 토스가 안 좋아 상대의 블로킹 벽을 어떻게 요리할 수 있는 재간이 없을 경우 리바운드 플레이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의도적으로 상대 블로킹 벽에 리바운드 시켜 다시 공격을 시도하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어긋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접근이 절실합니다. 요즘에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경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팁(tip) 공격(페인트)과 소프트 스파이크(연타)

팁 공격은 한마디로 강 스파이크를 날리는 듯한 동작을 취하다가 상대 블로커 뒤의 빈 곳으로 살짝 떨어뜨리는 공격 기술입니다. 국내에서는 페인트로 부릅니다.

[출처 = FIVB]

팔꿈치를 뻗어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튀겨 내듯 치는 방식인데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주포의 경우 상대 팀이 그에 걸맞은 수비대형을 취하기 때문에 그 허를 찌르는 팁 공격은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상대 팀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는 기술이 전제되어야 하고 상대 수비 대형을 파악하고 빈곳으로 정확히 찌르는 두뇌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또 연타 기술은 강타와 페인트의 중간 정도의 힘으로 손목 스냅으로 가볍게 치는 것입니다. 연타 역시 강타와 페인트와 적절히 섞어가며 공격할 경우 상대에게 애를 먹일 수 있습니다.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미국과 일본의 예선 경기에서 미국이 공략한 스파이크 지점. [출처 = FIVB]

 *배구락(樂) 개론 다음 편에서는 ‘잘 하다가 그만! 배구가 ‘흐름의 스포츠’인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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