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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잔류왕' 인천, 경인더비 승리 동력삼아 '어게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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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잔류왕' 인천, 경인더비 승리 동력삼아 '어게인 2016'?
  • 박영진 기자
  • 승인 2017.09.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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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영진 기자] ‘K리그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클래식 잔류를 향한 질주에 시동을 걸었다.

인천은 지난 17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FC서울과 홈경기에서 후반 42분 송시우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인천은 6승 12무 11패, 승점 30이 되며 10위로 한 계단 올라서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반면 서울은 승점 43으로 5위에 자리하며 여전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FC) 진출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 인천 수비수 부노자가 지난 17일 FC서울과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3개월 만에 피치에 복귀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은 직전 경인더비에서 1-5로 무기력하게 졌다. 당시 전반부터 수비 실책 등을 남발하며 자멸했던 인천은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180도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며 복수에 성공했다. 인천이 난적 서울을 잡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정리해 본다.

◆ 돌아온 부노자, 그리고 맞춤형 전술

이날 인천은 기존의 선발 라인업의 틀을 깼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외국인 수비수 부노자의 복귀였다. 부노자는 올 시즌 인천에 입단해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 직후부터 197cm의 큰 키와 다부진 체격으로 인천의 수비를 책임져왔다. 이런 모습은 마치 지난해까지 인천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요니치(현 세레소 오사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부노자는 좀처럼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기형 감독은 조직 적응력의 문제와 부상을 이유로 부노자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하창래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게 되자 과감하게 그를 다시 기용했다. 무려 3개월만의 복귀전이었다.

부노자 카드는 제대로 적중했다. 부노자는 시종일관 서울의 공격진을 압박했고 롱패스 등을 활용해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인천의 베스트 11으로 나서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이기형 감독의 맞춤형 전술도 눈부셨다. 이 감독은 과거 서울에서 코치로 있었기에 누구보다 상대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은 유지하되, 라인을 끌어올려 적극적으로 서울을 압박하는 작전을 택했다.

예상치 못한 인천의 압박에 서울은 당황했고 데얀을 비롯한 주요 공격수들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물러가야만 했다.

▲ 서울을 상대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송시우(오른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유스와 교체 선수들의 대활약

이번 경기에서 눈에 띈 선수가 또 있다. 바로 인천 유스 출신인 김보섭(19)과 김진야(19)였다. 둘은 나란히 이번 경기에서 각각 교체와 선발로 피치를 밟아 양쪽 측면 윙어 역할을 담당했다.

인천은 K리그에서 ‘유스 요람’으로 꼽힐 만큼 우수한 유스 출신들을 많이 배출해낸 구단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수원 유스였던 윤용호가 데뷔골을 터뜨려 화제가 된 가운데 올 시즌 인천에서도 유스 출신 선수들이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김진야는 이번 경기에서 스타팅으로 나서 후반 32분 송시우와 교체될 때까지 전방에서 서울 수비진에 부담을 안겼다. 특히 후반 9분 김보섭이 교체로 들어온 이후로는 두 선수가 나란히 양 날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경기 중반 김보섭의 결정적인 킬패스를 김진야가 받아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등 이들의 활약은 선수층이 얇은 인천에게는 새로운 공격의 활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기형 감독의 교체 전술 또한 적절했다. 후반 막판 각각 웨슬리와 김진야의 교체로 들어온 김대중과 송시우가 그 주인공이다. 김대중은 후반 42분 왼쪽에서 전진패스를 이어 받은 후 전방으로 공을 찔러 넣었고 송시우는 그대로 골문으로 돌진해 천금 같은 결승골을 만들어 냈다. 결국 교체로 들어온 선수 두 명이 이날의 해결사 역할을 해준 것이다. 김대중과 송시우는 각각 올 시즌 5도움과 5골을 기록하며 인천의 득점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 17일 FC서울전에서 승리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인천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지난해도 서울전, 올해도 서울 밟고 반등?

묘하게도 인천은 현재 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인천은 최하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즌 도중 김도훈 감독이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그리고 이기형 감독이 김도훈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이기형 감독의 부임후 첫 경기가 서울전이었다. 당시 인천은 조병국(현 경남)의 결승골로 1-0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이후 인천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기형 감독은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라는 기적 같은 시나리오를 써내며 팀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이기형 감독은 서울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직전 11위였던 인천은 일주일 전 최하위 광주FC를 상대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0-0으로 비겼다. 사실상 패배나 다름 없을 정도로 뼈아픈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서 강팀 서울을 만난 것은 인천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천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국 서울에 신승을 거뒀다. 이번 인천의 경인더비의 승리로 승점 3점을 얻은 것뿐만 아니라, 리그 상위권 팀과의 대결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을 얻게 해준 계기가 됐다.

인천은 이번 승리가 내심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남은 경기를 향한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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