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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선수' 찾는 슈틸리케, 깜짝 발탁의 화두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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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선수' 찾는 슈틸리케, 깜짝 발탁의 화두 던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0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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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등장한 '헝그리'..."경험·나이보다 열정과 의욕 먼저 고려, 박주영 발탁 여부 아직 확답 못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경험과 나이보다 더 우선되는 것은 바로 열정과 의욕이다."

다시 '헝그리'가 나왔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고 말한 이후 12년만에 듣는 '헝그리'이다.

울리 슈틸리케(60)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 참가 대표팀 선발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구성에 있어서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경험이 많은 선수와 어린 선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고 공격적인 선수와 수비적인 선수에 대한 조화도 대표팀 발탁을 위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열정과 의욕이다. 열정이 있는 선수, 배가 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열정과 의욕이 있다면 경험과 나이에 상관없이 발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열정과 의욕을 얘기한 것은 역시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있는 선수만이 대표팀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엄포(?)나 다름없다. 분발과 적당한 긴장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주 전지훈련을 위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 발탁 기자회견에서 열정과 의지를 갖춘 선수를 간절히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이정협의 깜짝 발탁, 슈틸리케 "흥미로운 선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중동 원정 평가전이 끝난 뒤에도 한국 축구 이곳저곳을 모두 돌아다녔다.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열렸던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대한축구협회(FA)컵 등 현장을 다녀왔다. 특히 이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이 상주 상무의 경기를 다섯 차례나 참관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관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이 깜짝 발탁한 선수가 있다. 물론 아시안컵 대표팀까지 발탁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최종훈련에 소집된 것만으로도 슈틸리케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상주에서 뛰고 있는 이정협(23)이다.

동래고와 숭실대를 나온 이정협은 지난해 부산에서 데뷔, K리그 클래식 27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풀타임을 뛴 것은 2경기밖에 되지 않으며 교체로 들어간 경기가 10경기나 됐다. 올 시즌 상주에서 뛰면서도 풀타임 출전은 두 차례에 그쳤고 25경기 출전에 교체로 출전한 것이 11차례였다. 물론 4골을 넣었고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베스트11에서 산토스(수원 삼성)와 함께 포워드 부문에 선정되긴 했지만 주목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하기엔 다소 모자람이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는 20~25분 정도만 뛰었지만 출전시간 동안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선발 배경을 밝혔다. 팀내 확고한 주전은 아니지만 이정협은 짧은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몫을 다해줬다는 뜻이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열정과 의욕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박주영(29·알샤밥)이 아직까지 제 면모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정협이라는 새로운 공격 자원을 발굴해 발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주의 경기를 다섯 차례나 보면서 발굴한 선수라면 슈틸리케 감독이 갖고 있는 '매의 눈'이 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주 전지훈련을 위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 발탁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아시안컵과 미래를 동시에 대비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제주도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을 갖는 이유에 대해 "첫 번째는 다가오는 아시안컵 준비를 위해 선수들에 대한 컨디션 조절이고 두 번째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내년 동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해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8명의 선수를 소집한 것 역시 전지훈련 마지막날인 21일에 연습경기를 하기 위함이라는 답변도 함께 덧붙였다. 골키퍼 4명을 제외하고 24명이라면 충분히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대표팀에 포함됐던 차두리(34·서울) 등은 아시안컵에서 100% 몸상태로 뛸 수 있는 컨디션을 조절하게 된다.

또 이번 대표팀에서 주목할 것 가운데 하나가 필드 플레이어 24명 가운데 16명이 1990년대 출생 선수라는 점이다. 차두리와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 김주영(26·서울), 박종우(25·광저우 부리), 김은선(26·수원 삼성), 정우영(25·비셀 고베), 김성준(26·세레소 오사카), 강수일(27·포항)만이 1980년대에 태어났다.

1990년대에 태어난 선수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은 당장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가 아니라 동아시안컵과 나아가서 2016 리우 올림픽이나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바라보는 장기 포석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경험, 나이보다 열정과 의지가 우선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일부 1990년대 이후 출생 선수들이 아시안컵에 포함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대표팀에서도 뛰었거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해준 임창우(22·대전)나 김민우(24·사간 도스), 윤일록(22·서울), 한교원(24·전북 현대) 등이 그 대상자가 될 수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주 전지훈련을 위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박주영, 10점 만점에 7~7.5점" 결정하지 못하는 슈틸리케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보다 공격 축구를 더 선호한다. 수비수 출신이지만 대표팀이 더욱 공격적인 팀이 되기를 바란다.

슈틸리케 감독은 "1-0 승리와 2-1 승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2-1로 이기는 쪽을 택하겠다"며 "2-1로 이기는 것은 실점했다는 뜻이다. 선수들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점이 나올 수 있다. 동료 선수들의 실수를 커버하고 이긴다는 점에서 2-1 승리가 더욱 뜻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는 원톱 공격 자원이 부재 중이다. 박주영이 최상의 컨디션이라면 슈틸리케 감독에게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 전지훈련에도 빠졌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부상 중에 있지만 회복해서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갈 것"이라며 "지동원(23·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역시 부상에서 회복하는 단계다.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문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동국이나 김신욱의 경우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 시즌이 끝났기 때문이다. 전지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했는지 보여줄 시간이 없다. 사실상 미련을 접은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박주영을 쓸 수도, 버릴 수도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이후 박주영 등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하지만 박주영도 최근 2경기에서 골이 없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아시안컵에서 쓸 것인지에 대한 장고에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을 마치고 난 뒤 박주영에게 매긴 점수는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애매한 점수다. 이것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매기는 평점의 기준이라면 좋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70점이라는 점수는 잘했다고 하기엔 모자라고 그렇다고 못했다고 비난하기엔 다소 높은 점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사에 훈련을 열심히 하고 진지하게 한다면 마지막 순간에 깜짝 발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얘기 역시 박주영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증거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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