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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도핑 충격' 박태환 징계 위기, 그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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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도핑 충격' 박태환 징계 위기, 그 쟁점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27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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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병원 과실 확실…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 출석, 징계는 불가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6·인천시청)의 도핑 양성반응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박태환의 소속사인 팀지엠피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머물렀을 때 한 병원으로부터 카이로프택틱(척추교정치료)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주사를 맞았다"며 "해당 주사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지 수차 확인한 결과 병원의 의사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대회를 앞두고 금지약물 처방을 받았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박태환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따냈던 메달이 박탈당하고 기록도 모두 삭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은 국제수영연맹(FINA)의 절차에 따라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게 되고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억울한 박태환 "평소 감기약도 안먹는데"

통보받은 시점은 지난해 10월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27일 "FINA가 박태환의 금지약물 양성반응 사실을 지난해 10월말 통보했기 때문에 선수 측에도 같은 시기에 통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태환이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도 도핑테스트를 받았지만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인 시료는 9월초에 시행했던 도핑테스트 때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박태환이 9월 21일과 23일, 25일에 경기에 출전한 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도핑테스트를 실시했지만 당시 모두 음성반응을 보였다"며 "이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인증기관인 KIST가 시료를 정밀분석해 대회 주관기관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통보한 최종 결과"라고 밝혔다.

일단 박태환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팀지엠피도 "세계적인 선수로서 10년 넘는 활동기간 동안 도핑문제를 우려, 감기약도 복용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금지약물을 피해왔다"며 "도핑검사 결과에 대해 누구보다도 선수 본인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왜 병원이 박태환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했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법률팀과 노력 중이며 민형사상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방침"이라며 "전문의가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둔 세계적인 선수에게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는 주사를 투여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난했다.

◆ "고의성 관계없이 징계는 불가피" 그 수위는?

문제는 박태환의 징계 수위다. 역대 사례를 보면 금지약물 투여 고의성에 관계없이 선수 자격 정지나 메달 박탈, 기록 삭제 등 강력한 징계가 따랐다. 국내만 보더라도 여러 사례가 있었다.

1990년에는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도핑 테스트를 한 결과 2명의 여자역도 선수들이 양성반응을 보여 대표팀을 떠났다. 당시 그들은 금지약물에 대한 지식 없이 한약과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다가 불상사를 맞았다. 또 한국 육상의 간판스타였던 이진일 역시 1995년 양성반응으로 4년 동안 선수자격 박탈을 당했다. 2년 뒤 중재위원회를 통해 사면을 받긴 했지만 역시 고의성에 관계없이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였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에서도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일단 박태환의 시료에서 나온 성분은 WADA가 금지하는 대표적인 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분으로 근육강화제에 해당한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해당 병원이 박태환에게 남성호르몬제인 네비도를 주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박태환측은 해당 병원이 투여한 약물이 네비도인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고의성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정상 참작이 되긴 하지만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며 "금지약물 복용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 훼손 등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최소한 병원의 과실 확실, 정상 참작된다면?

박태환의 징계가 어느 정도 될지는 앞선 박태환의 라이벌인 중국 쑨양(24)의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쑨양 역시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열렸던 전국선수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돼 출전 징계를 받았다. 당시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고 해당 약물이 금지약물 목록에 포함된 줄 몰랐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기 때문에 3개월 징계에 그쳤다.

그럼에도 쑨양은 당시 전국선수권에서 따냈던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이를 봤을 때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메달 박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환은 일단 다음달 FINA의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계획이다. 메달 박탈은 어쩔 수 없지만 징계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병원측의 과실 또는 고의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 자료를 확보했고 병원이 모르고 주사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팀지엠피는 "주사의 성분 등을 수차례 확인했고 병원이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줘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태환 측의 주장대로라면 과실이 아닌 고의성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박태환의 징계 수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법정 소송으로 갈 것에 대비한 것이다. 고의냐 아니냐에 따라 병원의 책임 과중이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 지리한 법정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수 생활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박태환에게 큰 시련이다. 선수 자격 박탈이 일정 기간 계속된다면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과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큰 차질도 예상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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