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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유소년 축구에 있다' 슈틸리케 오답노트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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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유소년 축구에 있다' 슈틸리케 오답노트의 결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2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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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성·상황판단 능력은 유소년때 길러지는 것" 강조…골든에이지 깊은 관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풀 수 있는 해답은 유소년 축구 현장에 있다."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월 준우승을 차지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경기 분석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이다. 유소년들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역설과 함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서 한 시간여에 걸쳐 아시안컵에 대한 분석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분석을 단순 프리젠테이션이 아닌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서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준우승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잘 안됐는지, 못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선수의 실수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자칫 해당 선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비공개로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슈틸리케 감독의 프리젠테이션은 '오답노트'였던 셈이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골든에이지 출정식에서 지역지도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유소년 축구 지도자의 책임을 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슈틸리케의 혹독한 자아비판, 유소년에서 길을 찾아라

슈틸리케 감독의 '오답노트'에는 아시안컵 6경기에 대한 분석을 한 경기에 한 문장씩 정리한 것을 비롯해 한국 축구의 장단점이 명쾌하게 설명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 대표팀을 지휘했던 외국인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규율이나 조직력에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또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싶어하는 투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문제점 인식이 부족하고 당황하는 플레이가 너무 많았다"며 "침착성과 상황 판단 능력도 떨어졌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침착성과 상환 판단 능력이 떨어진 예도 함께 들었다.

그는 "우리가 수비할 때 상대팀의 공을 뺏은 다음 역습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뺏자마자 다시 뺏기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역습 기회를 자주 허용해 수비 어려움을 초래했다"며 "이런 플레이가 자주 나오는 것은 문제점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공을 뺏은 뒤 다시 뺏기면 전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성도 부족했다. 공을 가로챘을 때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이는 침착성과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소년 축구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성인이 되기 전에 유소년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유소년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유소년 축구대표팀을 맡은 지도자답게 한국에서도 유소년 축구 현장까지 챙기는 등 전방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유소년 클럽대회 챔피언십에 직접 참석,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까지 이어지는 슈틸리케의 유소년 축구 사랑

슈틸리케 감독의 이날 아시안컵 분석 자리에는 2015 대한축구협회 골든에이지 출정식에 참가한 지역 지도자들도 함께 했다. 지역 지도자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분석과 한국 축구의 장단점 조언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모두 받아적으며 뜻과 생각을 함께 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은 성인 대표팀이나 클럽팀 지도자로서 화려한 경력과 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현역 시절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책임지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지냈지만 지도자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축구 방면에서는 큰 업적을 세웠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유소년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마리오 괴체나 메주트 외칠 등을 지도하며 독일 축구대표팀의 미래를 키워낸 것이 바로 그였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 역시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면서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 대한 것도 고려하기도 했다. 기술위원회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면서 내걸었던 조건 가운데 하나가 유소년 축구 기틀을 함께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도 있었다.

그런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 축구장에서 벌어진 인천국제공항 유소년 클럽대회 챔피언십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서 한국 축구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며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라며 "유소년 축구의 공사를 튼튼히 하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해야 나중 프로선수들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소년 시기에는 축구를 즐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축구를 즐기다보면 체력과 기술이 자연스럽게 고르게 발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골든에이지까지 간접 영향 "직접 보러가겠다" 현장 행보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특별 기자회견에서도 "유소년 축구에 있어 대한축구협회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데 한국 축구는 중고등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고 영향력도 제한적"이라며 "협회가 유소년 축구 발전을 주도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일관된 정책과 끊임없는 투자, 인내심을 유소년 축구 유성의 3대 요소로 들었다.

또 그는 지난 7일 전북 현대와 성남FC의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국내 리그에 많은 관중이 오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유소년 선수 육성이 중요하다"며 "20세 이후, 프로에 입단하고 나서 선수의 기량을 키워내기는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시때때로 유소년 축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분명 이전 외국인 대표팀 감독과 다른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이전 외국인 감독이 '단기 과외선생님'의 성격이었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는 선생님과 같은 모습이다.

그런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유소년 축구 정책의 핵심인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골든에이지 출정식에서 "앞으로 지역센터나 광역센터에 자주 가볼 것"이라며 "내가 감시하러 왔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고 골든에이지를 통해 어떤 선수가 크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 어떻게 잘 이행되고 있는지도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앞줄에서 두번째, 오른쪽에서 네번째)이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골든에이지 출정식에서 지역지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회의에 참석한 적은 아직 없지만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얘기를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유소년 축구 관련 회의까지 들어오지는 않지만 의견을 간접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장외룡 기술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에 대한 개편에 대해 논의해왔는데 장 부위원장이 대표팀 훈련이나 아시안컵에 동행, 슈틸리케 감독과 유소년 축구에 대한 많은 의견을 나누고 공유했다. 장 부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의 유소년 축구에 대한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한국 축구에 대한 문제점을 주로 지적했던 것이 상대팀의 적극적인 수비 때 침착성이나 상황 판단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번 골든에이지 프로그램 테마도 '압박 상황에서의 기술 향상'으로 했던 것"이러고 설명했다.

이어 "골든에이지 출정식에 직접 참석해 지역 지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많은 조언을 한 것만 보더라도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더욱 적극적으로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당장 빛을 보지 못했지만 당시 키웠던 선수들이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 됐다. 어쩌면 슈틸리케 감독의 의견이 반영된 유소년 축구 발전 프로그램을 통해 길러진 선수들이 성인이 돼 한국 축구의 중추로 성장할지도 모르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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