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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거장이 그린 유작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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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거장이 그린 유작의 풍경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3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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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살아있는 누벨바그의 전설이 세상을 떠났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이야기다. 그가 아흔이 넘어 만든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유작이 됐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가깝다. 그가 65년 동안 연출했던 작품들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해설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인간적인 아녜스 바르다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어떤 영화일까. 지난 5월 전주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를 통해 아녜스 바르다는 어떤 작별인사를 남겼을까.

# 아녜스 바르다를 아세요?

 

[사진 =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컷]
[사진 =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컷]

 

아녜스 바르다는 영화광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같은 누벨바그 영화감독인 장 뤽 고다르나 프랑소와 트뤼포, 에릭 로메르의 이름은 들어봄직하지만 여성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의 국내 인지도는 낮다. 지난 2017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발표하며 눈길을 모았다.

아녜스 바르다가 속했던 누벨바그는 영화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이끈 영화 사조다. 1950년대 전후에 시작된 누벨바그는 기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던 관습적인 영화 시스템을 비판하고 거리에서 동시녹음을 하는 등 생생하고 낯선 날것의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가 누벨바그 시기 만들어진 대표적인 영화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영화 잡지 카예 뒤 시네마 역시 누벨바그 시대의 정신을 안고 탄생했다.

아녜스 바르다는 누벨바그 세대 중에서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무는 연출, 페미니즘 주제의식으로 사랑받았던 여성 감독이다. 대표작으로는 프랑스의 유명 배우인 상드린 보네르가 17살에 주연을 맡은 '방랑자'가 있다. 

아녜스 바르다는 200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하며 노년의 나이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누벨바그 세대 중에서는 장 뤽 고다르와 함께 유일하게 2010년대까지 살아 활동한 감독으로도 주목받았다.

#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니

 

아녜스 바르다와 상드린 보네르 [사진 =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컷]
아녜스 바르다와 상드린 보네르 [사진 =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컷]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아녜스 바르다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작품을 회상하는 방식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의 강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가 영화를 창작하는 방식을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바로 '영감'과 ','창조', 그리고 '공유'다. 아녜스 바라다는 이 세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의 일부를 보여주고 직접 설명한다.

그 중 눈길을 모으는 것은 영화 '방랑자'다. 지금은 프랑스의 중견 배우가 된 상드린 보네르의 젊은 시절 작품인 '방랑자'는 무전여행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녜스 바르다는 행동으로 소녀의 심리를 보여주며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다. 

'방랑자'를 설명하는 장면에는 상드린 보네르가 직접 출연한다. 노년의 감독과 중년의 배우가 무려 30년 전 영화를 함께 이야기하는 장면은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2017년 JR과 함께 제작한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회고담도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를 통해 담긴다. JR과 아녜스 바르다는 JR의 트럭을 타고 프랑스 소도시의 일반인의 얼굴을 찍는 작업을 한다.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JR과 아녜스 바르다의 우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단 한편의 영화이지만 그 속에 65년간의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인생이 모두 담겨있다. 거장이 직접 설명해주는 영화 해설 같은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창작은 무엇인지, 영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아녜스 바르다의 철학을 관객에게 전한다.

# 인간 아녜스 바르다

 

[사진 =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컷]
[사진 =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스틸컷]

 

아녜스 바르다는 65년이라는 영화 인생을 살아온 거장이지만 한 사람의 이웃, 아내, 친구이기도 하다.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인간 아녜스 바르다를 알 수 있는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의 남편 자크 데미는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영화 감독인 자크 데미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쉘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0년 10월 자크 데미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아녜스 바르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녜스 바르다는 남편 자크 데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자크 데미의 유년시절을 그린 '낭트의 자크 데미'를 연출했다.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에서는 아녜스 바르다의 고양이, 구구의 사망 이후 무덤에 대한 영화 또한 담긴다. 구구의 세상을 떠난 후 아녜스 바르다는 무덤을 만들었고 조개껍질, 산호 등을 하나하나 얹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었다. 이후 이를 역재생해 구구를 추모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해당 영상은 자크데미와 아녜스 바르다의 재단 정원 오두막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전시되어있다. 

동시대 여배우와 아녜스 바르다의 예술적 교류도 '아녜스가 말한 바르다'에서 엿볼 수 있다. '방랑자'의 상드린 보네르는 물론 세계적인 여배우 제인 버킨과의 이야기도 영화의 백미다.

아녜스 바르다는 제인 버킨과 함께 대담, 인터뷰 식으로 진행되며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문 '아녜스 V에 의한 제인 B'를 연출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영화를 찍다 또다른 극영화 '아무도 모르게'라는 영화를 생각해내고 이후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를 작업한다. '아무도 모르게'는 아녜스 바르다의 대표작으로 지금은 세계적인 배우인 제인 버킨의 딸 샬롯 갱스부르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다.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다. 다큐멘터리라는 특성 상 오락 요소 또한 적다. 그러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아녜스 바르다의 유작인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의 마지막 장면은 아녜스 바르다가 JR과 함께 해변의 모래폭풍 속에 있는 장면이다. 아녜스 바르다는 해당 장면에 대해 "언젠가 영화의 마지막을 모래 폭풍 속에 사라지는 우리 둘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이 장면은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아녜스 바르다가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자 했던 안녕이 아니었을까.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거장의 영화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요약하는 영화이자 아녜스 바르다가 관객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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