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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승격, '꾸준함'으로 일군 해피엔딩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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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승격, '꾸준함'으로 일군 해피엔딩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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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수원FC가 K리그1(프로축구 1부)에 돌아온다. 시즌 전 승격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그들이지만 시즌 내내 꾸준한 경기력으로 상위권을 지켰다. 우승은 놓쳤지만 플레이오프(PO) 최종 승자가 되며 5년 만에 승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수원은 2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 2020 하나원큐 K리그2(2부) 승격 PO 단판승부 홈경기에서 극적인 1-1 무승부를 거뒀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막판 안병준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비겼지만 정규리그 순위가 높은 수원(2위)이 경남(3위)을 따돌리고 2021 K리그1을 구성할 마지막 퍼즐이 됐다. 

수원은 정규리그 내내 우승팀 제주 유나이티드와 선두를 다퉜다. 시즌 초 2~4위를 오가다 6월 28일 라운드를 기점으로 처음 순위표 꼭대기에 오른 뒤 6경기 무패(5승 1무)를 달리며 선두를 달렸다. 8월 말까지 두 달 동안 1위를 지키다 제주 뒷심에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수원FC가 5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온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예상 뒤엎은 시민구단의 진격

하지만 준PO권 3~6위와 격차는 확실히 벌렸고, 시즌을 일찌감치 2위로 마친 뒤 PO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예년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홈 앤드 어웨이 2경기가 아닌 단판으로 축소돼 정규리그를 보다 높은 순위로 마친 이점이 줄었지만 극적인 동점골로 승격을 일궈냈다.

한편으론 상주 상무가 연고지 이전에 따라 자동 강등되면서 K리그1 11위와 승강 PO를 벌이지 않아도 됐으니 오히려 K리그1으로 돌아가기에 적기였기도 했다. 수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꾸준함을 보상받았다.

수원이 K리그2 우승을 다투고 승격까지 할 거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기업구단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제주, 대전 하나시티즌을 비롯해 2018시즌 K리그1 준우승까지 차지한 경남FC, 정정용 감독과 함께 환골탈태한 서울 이랜드FC까지 경쟁자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재정 구조가 안정된 기업구단들을 밀어내고 시민구단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수원은 올해 화끈한 공격력으로 재미와 결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27경기에서 52골을 넣고 최다득점 1위를 차지했다. 주민규, 공민현, 정조국 등을 앞세운 제주(50골)보다도 많이 넣었다. 슛 378개 중 195개를 유효슛으로 연결했다. 두 지표 모두 10개 구단 중 1위다. 

수원의 공격축구 중심에 득점왕 안병준(오른쪽)과 마사가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공격 또 공격

기회가 나면 슛을 때리며 공격을 매듭짓고 돌아오는 과감한 축구가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둔 원동력이 됐다. 제주와 더불어 0-0 무승부가 한 차례도 없다. 올해 따낸 17승 모두 선제골을 넣고 이겼을 만큼 ‘공격’은 수원 축구를 이루는 근간이었다.

그 중심에 안병준과 마사가 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안병준은 26경기에서 21골 4도움을 올리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K리그2 대상 시상식 강력한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 꼽힌다. 공격형 미드필더 마사 역시 10골 4도움으로 거들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도균 수원 감독은 “K리그2에서 막강한 공격수인 안병준과 마사가 있었기에 (승격이) 가능했다”며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시즌 전만 해도 승격은 전혀 예상 못했다. 다만 공격적인 축구, 전방에서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하기로 마음먹고 동계훈련 때부터 준비했다. 기량은 밀릴지 몰라도 매 경기 잘 준비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수원은 전반기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전북 현대에서 라스 벨트비크를 영입하고, 수원 삼성에서 유주안을 임대하며 적극적으로 전력을 강화했다. 은퇴한 조원희를 플레잉코치로 복귀시키는 등 이적시장에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제대로 저었다. 

원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낸 점 역시 한 몫 했다. 올 시즌 방문경기에서 11승 3패로 최고승률(78.6%)을 기록했다. 홈(승률 57.1%·6승 4무 4패)보다 원정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김도균 감독과 김호곤 단장이 시너지를 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김호곤 단장과 김도균 감독이 만든 시너지

지난해 여름 부임한 김호곤 단장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단장은 열악했던 경기장 내 숙소를 없앤 자리에 웨이트트레이닝이 가능하도록 훈련 시설을 확충했다. 선수들이 훈련장에 출퇴근하도록 하는 등 자율성을 부여하되 경기 전날 호텔에서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전용 훈련장이 없었는데, 수원월드컵경기장 재단과 협의를 통해 보조운동장을 주 3~4차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울산 현대에서 코치와 스카우트, 유스 총괄디렉터 등을 지낸 김도균 감독을 선임해 혁신을 이끌었다. 공격축구를 주문했지만 선수 영입과 운용 면에선 관여를 자제했다. 지도자 출신 단장이 일선의 감독과 현장에서 갈등을 겪는 주된 원인이 지나친 간섭인데, 김 단장은 한 발 물러나서 김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줬다. 조언이 필요할 때면 둘은 격 없이 소통했고, 김 감독이 프로 감독으로 데뷔하자마자 승격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승격 확정 뒤 눈물을 보이기도 한 김도균 감독은 “페널티킥이 들어가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와중에 김호곤 단장님이 내려오셔서 포옹해주자 감정이 올라왔다”면서 “시즌 초반까지 우리가 주목받지 못하던 팀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호곤 단장은 30일 시상식에서 "사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갈수록 선수들이 잘해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승격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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