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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공개' 한국전력 급부상, 남자배구 순위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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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공개' 한국전력 급부상, 남자배구 순위판 흔든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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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남자배구 수원 한국전력이 1라운드 전승을 달린 안산 OK금융그룹까지 잡았다. 4연승에 성공한 건 무려 3년 만이다. 트레이드 효과가 대단하다.

한국전력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홈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셧아웃 완파했다.

개막 후 7연패 늪에 빠졌던 한국전력은 리빌딩 노선을 틀어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센터) 신영석을 비롯해 세터 황동일과 김광국 등 경험 많은 베테랑을 영입해 반전에 성공했다.

전력이 급상승한 한국전력은 인천 대한항공, 의정부 KB손해보험, 대전 삼성화재에 이어 OK금융그룹마저 격파하며 순위판을 흔들고 있다. 현재 4승 7패(승점 13)로 4위까지 올라섰다. 봄 배구 단골 천안 현대캐피탈과 승패가 같지만 승점이 더 많다.

한국전력이 신영석(왼쪽 두 번째) 영입 후 4연승을 달렸다.

한국전력이 4경기 내리 이긴 건 2017~2018시즌(2017년 12월 19일∼2018년 1월 4일)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신영석 가세 후 가공할 전위 높이에 블로킹 위력이 더해졌다. 팀 블로킹 3위(세트 당 2.39개)까지 점프했다. 중앙이 강해지자 좌우 날개공격 역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프로 11년차 김광국과 12년차 황동일은 2년차 김명관이 주전 세터를 맡았을 때보다 안정적인 운영으로 경기를 이끌고 있다.

이날 외국인 윙 스파이커(레프트) 카일 러셀이 양 팀 최다인 16점으로 분했고, 박철우와 신영석이 각각 10, 6점을 보탰다. OK금융그룹전 러셀의 공격성공률은 33.33%에 그쳤지만 OK금융그룹 펠리페 알톤 반데로가 허벅지 부상 탓에 10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외인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러셀은 앞서 승리한 3경기 동안 평균 26점, 공격성공률 50.35%로 살아났다. 시즌 평균(47.28%)보다 나은 수치다. 여전히 상대 목적타 서브가 집중돼 리시브에서 애를 먹고 있지만 베테랑 동료들을 만난 뒤 경기력에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강점인 서브에도 힘이 실렸다. 세트 당 0.717개로 1위에 올라있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박철우와 공격을 분담하는 와중에도 득점 4위(269점)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베테랑 세터 황동일이 한국전력에서 프로 12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사진=KOVO 제공]

이날 경기에선 장신 세터 황동일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제 가치를 증명했다. 김명관(195㎝) 못잖게 큰 키(191㎝)를 살려 유효 블로킹으로 높이 싸움에서도 일조했다. 한국전력은 그에게 6번째 구단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각각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철우, 신영석과 의기투합한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황동일은 경기대 시절 문성민(현대캐피탈), 신영석과 함께 뛰어난 재능을 뽐내며 큰 기대 속에 프로에 입문했지만 나머지 둘 만큼 기량을 꽃 피우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신에 왼손잡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4차례 트레이드와 한 차례 방출을 겪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동일은 “6번 팀을 옮기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며 “특히 현대캐피탈에서 많은 걸 배웠다. 세터의 기본을 배웠던 게 이 팀에 와서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박)철우 형이 라이트, 러셀이 레프트다. 삼성화재 시절 철우 형이 라이트, 타이스가 레프트였다. 그런 시스템을 해봐서 편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의 갑작스런 연봉 공개는 환골탈태한 전력만큼 운영 면에서도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사진=KOVO 제공] 

서울 우리카드는 세터진이 불안한 데다 주포 나경복이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 3연패에 빠졌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중 리빌딩에 속도를 낸 나머지 세터, 레프트, 센터를 막론하고 불안정하다. 삼성화재는 바르텍과 황경민을 도울 레프트 찾기에 혈안이다. 풀세트 경기를 자주 벌이는 만큼 쉽게 지지 않는 팀이지만 승부처에서 상대에 밀릴 때가 많다.

득점 1위 노우모리 케이타를 앞세운 KB손해보험을 비롯해 OK금융그룹, 대한항공이 상위권을 형성한 가운데 한국전력이 중위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한국전력은 지난 27일 느닷없이 선수단 연봉 규모를 발표했다. 지난해 남자부 7개 구단은 2022~2023시즌부터 신인 연봉을 샐러리캡(팀 총 연봉 상한)에 포함하고, 옵션을 포함한 선수단 모든 연봉을 공개하기로 약속한 터다. 이를 어긴 꼴이라 상벌위원회에 회부되 징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팀 내 최고 6억 원 연봉을 받는 신영석을 비롯해 국내선수 18명(정원외 선수 1명 포함) 연봉 총액은 26억8600만 원(옵션 1억5천만원 별도)이다. 올 시즌 샐러리캡(31억 원)의 86.6%를 쓰고 있다.

구단은 “연봉 계약 투명화를 선도하려는 구단의 강한 의지와 팬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선수단 연봉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70%)을 지키지 못해 차액을 벌금으로 냈던 한국전력이 기존 이미지를 타파하고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기도 한다.

한국전력에겐 올 시즌 치른 경기보다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추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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