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 시즌 여자배구판은 ‘1강’ 흥국생명의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매라운드 순위싸움이 흥미진진하다. 중하위권 4개 팀이 물고 물리기 때문인데, 특히 1라운드 최하위였던 김천 한국도로공사가 2라운드 말미부터 꾸준히 승점을 쌓은 덕에 중하위권이 더 치열해졌다.
1라운드 1승 4패(승점 4)에 그쳤던 한국도로공사는 2라운드 중반까지 무려 6연패를 당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2순위로 야심차게 영입한 켈시 페인(25·미국·191㎝)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설상가상 토종 에이스 박정아까지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상승곡선을 그렸다. 2라운드 세 번째 경기부터 4라운드 첫 번째 경기까지 9경기 연속 승점을 획득했다. 4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재 7승 12패(승점 24)로 5위 대전 KGC인삼공사(승점 23)와 승패가 같지만 승점 1 앞선 4위다. 봄 배구 마지노선인 3위를 지키고 있는 화성 IBK기업은행(승점 26)과 승점 차는 2에 불과하다.
한국도로공사 상승세 중심에 켈시가 있다.
한국도로공사 승률은 켈시의 공격성공률과 궤를 함께한다. 팬들은 켈시에게 ‘성장형 외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켈시의 공격성공률은 1라운드 36.43%, 2라운드 36.96%, 3라운드 41.92%, 4라운드 45.12%로 꾸준히 높아졌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외인 드래프트 당시 점찍어뒀던 안나 라자레바를 1순위 지명권을 가진 IBK기업은행에 뺏기자 켈시의 이름을 호명했다. 당시 그는 “켈시는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평가했는데, 처음에는 올해도 한국도로공사의 외인 농사는 실패가 아니냐는 우려가 따랐다.
켈시는 한국배구연맹(KOVO)컵에서 부진했다. 조순위결정전 포함 3경기 평균 공격성공률 27.85%에 그쳤다. 한국도로공사는 조별리그 2패 포함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V리그 정규시즌 초반에도 코트 위에서 위축된 듯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개막 직전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테일러 쿡이 태업 논란에 휘말렸다. 후반기 가세한 다야미 산체스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9경기 동안 97점, 공격성공률 34.65%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팀도 최하위로 마쳤다. 또 지난 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하나 했는데, 켈시가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켈시는 최근 들어 주포다운 자신감을 회복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공격효율이 높아졌다.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세터 이고은과 호흡이 점점 좋아졌다. 타점 높은 공격을 살려주자 위력이 배가됐다. 물론 박정아, 전새얀 등 국내 날개공격수들이 분발하면서 부담을 덜어준 효과도 있다.
올 시즌 40%에 가까운 공격점유율(39.26%)을 가져가면서 득점 4위(486점), 공격성공률 6위(39.82%)에 올라있다. 오픈공격 성공률 36.68%로 외인 중 가장 낮지만 후위공격 성공률(44.44%), 퀵오픈 성공률(44.25%), 시간차공격 성공률(48.39%) 등은 준수하다.
특히 지난 13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선 박정아 등 국내 공격진 난조 속에서도 홀로 49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풀세트 접전으로 끌고 갔다. 켈시 외에 두 자릿수 득점을 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고군분투'였다. 이어진 16일 현대건설전에선 29점, 공격성공률 46.67%를 찍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IBK기업은행에서 맥마혼을 지도한 바 있는 이정철 SBS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 켈시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할 때도 그 가능성을 높이 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눈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리그 초반 고전하던 맥마혼이 4, 5라운드 들어 연속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더니 팀을 정상에 올리고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한 걸 연상시키기도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국내 배구에 적응한 켈시가 한국도로공사를 봄 배구 무대로 올릴 수 있을까. 한국도로공사가 후반기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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