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6-29 21:02 (수)
퍼펙트 SK, 전희철호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 [프로농구]
상태바
퍼펙트 SK, 전희철호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11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사진 잠실=손힘찬 기자] “어느 하나 구멍이 안 보일 정도로 완벽히 돌아간다.”

적장마저 혀를 내두르게 한 서울 SK는 모두의 예상대로 창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만들어냈다.

전희철(49) 감독이 이끄는 SK는 10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 홈경기에서 86-62로 완승, 4승 1패로 정규리그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상에 섰다.

SK의 챔프전 우승은 2017~2018시즌 이후 4년만이자 통산 세 번째지만 통합 우승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올 시즌이 팀 역사상 가장 완벽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10일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서울 SK 선수단.

 

32-44로 끌려가며 불안하게 시작했으나 김선형과 안영준 등의 속공 득점과 자밀 워니와 최준용 등도 살아나며 빠르게 추격했다. 선수 전반적인 활약으로 빠르게 균형을 맞추더니 주도권을 잡고 나선 4쿼터 4쿼터 김선형과 안영준, 워니 등이 연달아 득점을 만들어냈다. 마음이급해진 KGC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동안 SK는 점수 차를 더 벌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됐다.

우승을 예감한 SK 전희철 감독은 2분을 남기고 주전 멤버들을 빼고 양우섭, 리온 윌리엄스, 최부경, 배병준까지 5명을 모두 교체로 투입하며 보다 의미 있게 우승 순간을 맞이했다.

◆ 초보감독의 반란, 예견된 전희철 돌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못했던 2020~2021시즌 SK는 정규리그 공동 1위에 올랐으나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잇따르며 8위로 고꾸라졌다. 문경은 감독이 기술자문으로 물러나고 사령탑에 오른 건 그를 오래도록 보좌했던 수석코치 전희철.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있고 전술적으로도 준비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초보 감독의 행보에 불안감도 뒤따랐다.

초반부터 걱정을 지워냈다. 시즌 전 데뷔 무대였던 컵대회에서 팀에 무패 우승을 안겼고 정규리그에서도 15연승을 이끄는 등 수원 KT를 앞지르며 1위를 확정했다.

초보 감독으로 통합 우승을 이뤄낸 전희철 감독(위)을 선수단이 헹가래 치고 있다.

 

어느 팀보다도 탄탄한 베스트 5를 갖추고 있었으나 전력을 하나로 뭉치게끔 만들고 유기적으로 돌아가게끔 해야 했다. 전 감독은 스피드를 살리는 플레이로 SK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하나로 뭉치게끔 만들었다. 이날도 일부 선수들은 “왜 이렇게 인터뷰가 기냐”며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전 감독을 향해 샴페인 세례를 퍼부으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초보 감독의 한계를 넘어섰다. 전 감독은 2001~2002시즌 김진 대구 오리온스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감독 데뷔 첫해에 통합우승을 이룬 지도자가 됐다. 감독 대행 경험을 제외하면 전 감독이 유일하다. 김승기 감독에 이어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이룬 역대 두 번째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전 감독은 “초보 감독이 플레이오프 단기전에서 어떻게 해결해 갈지 (관심이 쏠리자)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하겠더라”면서도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인간이 100%를 할 수는 없지만 97, 98점까지는 노력을 한 것 같다”고 스스로에게 점수를 줬다.

이어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걸 SK의 전통으로 만들고 싶다”며 “SK에서는 감독이란 자리가 좋은 ‘매니저’가 되는 게 맞다. 잘 뛰게끔만 만들어주면 된다. 항상 누르는 형태로 (팀을) 이끌 수는 없다”는 철학을 밝혔다.

경기 막판 연이은 득점 이후 자신도 못 믿겠다는 듯 익살스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최준용.

 

◆ 최준용-워니, 물음표 지운 MVP

올 시즌 정규리그 국내외 최우수선수(MVP) 최준용과 자밀 워니(이상 28)는 시즌 전 SK의 불안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최준용은 지난 시즌 십자인대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톡톡 튀는 언행으로 ‘악동’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기도 했고 그에 대해 반감을 갖는 안티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최준용 농구 인생에 있어 완벽한 전환점이 됐다. 몸 상태를 완벽히 회복했고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전했다. 평균 28분12초 평균 16득점 5.8리바운드 3.5도움 1.1블록. 선수공헌도는 1381.2점으로 전체 7위, 국내 1위. 그러나 최준용의 진정한 가치는 숫자로 표현이 힘들다. 챔프전에서도 팀의 공격 활로가 막힐 때면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 들거나 3점포를 던졌고 이는 족족 림을 통과하며 KGC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농구도사’로 재탄생했음을 모든 농구 팬들에게 알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정신적, 기술적, 체력적으로 더 성숙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였다. 올 라운더 플레이어로 장점을 극대화했고 팀이 어려움을 겪을 때 스스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며 팬들로부터 ‘탈KBL급’이라는 극찬도 받게 된 시즌이었다.

시즌 외국인 MVP 자밀 워니(가운데)는 PO에서도 매치업 상대를 모두 압도하며 SK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워니를 향한 시선에도 의구심이 많았다. 2019~2020시즌 외국인 MVP에 선정됐으나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어머니를 잃는 등 힘겨웠던 개인사로 인해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전희철 감독의 선택으로 SK에 잔류한 그는 22.1득점 12.5리바운드로 SK의 골밑을 든든히 지키며 최강 외인으로 재탄생했다.

올 시즌 전희철 감독은 오히려 워니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김선형과 최준용, 안영준의 위력이 살아났고 이는 워니를 향한 수비 쏠림 현상도 지워냈다. 워니가 더 날개를 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 오리온과 4강 PO에선 머피 할로웨이, KGC와 챔프전에선 오마리 스펠맨과 매치업에서 압도했다. 수비 2,3명이 막아서도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그렇게 야간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을 처음 봤다”며 워니의 성실성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스피드를 앞세운 화려한 돌파로 KGC 수비 진영을 무너뜨려놓은 김선형(가운데)은 PO MVP 영예도 누렸다.

 

◆ ‘또 다른 MVP’ 김선형 선봉, 건강한 선수단 더할 나위 없었다!

챔프전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를 꼽자면 단연 김선형(34)이었다. 이젠 서른 중반에 다다랐지만 그는 여전히 번개 같이 빨랐고 상대 수비진영을 흐트러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4강 PO부터 챔프전까지 8경기에서 31분여를 뛰며 17.5점 5.9어시스트 1.1스틸을 기록했다. 이날도 20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기자단 투표에서 95표 중 66표를 받아 PO MVP에 등극했다. 2011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SK에 입단한 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MVP에 오른 적은 있으나 PO MVP는 처음이다.

골밑의 워니와 스피드와 신장을 갖춘 포워드 안영준과 최준용을 갖춘 SK가 공격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데엔 김선형의 역할이 컸다. 기회가 나면 언제든 골밑을 파고들었으나 누구도 그가 욕심을 낸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공격을 시도할 때면 대부분 마무리를 지었고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SK의 스피드 농구에 방점을 찍은 게 바로 그였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전희철 감독(왼쪽)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는 김선형(가운데).

 

기자회견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고 전한 김선형.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경기 막판 유독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발목 부상과 수술로 고생이 많았다. “4년 전 우승 이후에 3년 정도 힘들었다. 발목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까지 2~3년간 스피드와 운동 능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며 “주변에서 ‘나이가 들었다’,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할 때 자존심도 상했다. 칼을 갈았던 게 이번 시즌 결실을 보아서 더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최준용과 워니, 김선형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안영준도 PO 8경기에서 평균 14.8점 5.4리바운드 1.4스틸을 기록하며 SK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1차전에선 오재현이 17점, 4차전에선 허일영이 13점을 넣기도 했다. 김승기 감독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한 곳을 집중해서 막는다고 봉쇄할 수 있는 SK가 아니었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 행보를 기대케 만든다. FA 자격을 얻는 김선형을 붙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 김선형은 “SK에서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솔직히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SK가 잘해주면 더 마음이 기우는 건 사실“이라고 팀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