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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바닥 쳤던 대한항공 정지석의 화려한 비상 [V리그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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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바닥 쳤던 대한항공 정지석의 화려한 비상 [V리그 챔프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4.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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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부상으로 시작한 시즌, 화려한 끝을 맺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29·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올 시즌 시작은 12월이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다 허리 부상을 입은 채 정규리그를 맞이했다. 3라운드에 복귀했지만 교체로만 뛰었고 4라운드 초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명단에 들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정상 궤도까지 오르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 사이 3년 차 정한용(23)이 성장세를 보이며 정지석의 공백을 메웠다. 숙소에서 한 방을 쓰는 정한용과 서로 좋은 말을 해주면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 읏맨과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대한항공이 이날 경기에서 세트 점수 3-2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대한항공 정지석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다리던 몸 상태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나왔다. 안산 OK금융그룹 읏맨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챔프전 3경기에서 매 경기 50.00%가 넘는 뜨거운 공격성공률을 보여주면서 선봉에 섰다. 1차전에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1점을 쏟아부었고 3차전에서도 임동혁과 가장 많은 18점을 터뜨렸다.

대한항공은 3연승을 달리며 OK금융그룹을 제치고 4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왕조의 벽을 더 두텁게 만들었다.

MVP(최우수선수) 몫은 정지석이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 중 22표를 얻었다. 왕조의 시작이었던 2020~2021시즌 이후 생애 2번째 챔프전 MVP다.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 읏맨과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대한항공이 이날 경기에서 세트 점수 3-2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된 정지석이 동료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 읏맨과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대한항공이 이날 경기에서 세트 점수 3-2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된 정지석이 동료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당히 마음 고생을 한 듯 그는 우승컵을 들어 올린 후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상 때문에) 시작이 늦어서 시즌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팀은 한창 전쟁 중인데 혼자서 '여긴 어디지' 싶었다"며 "동료들은 실수 하나만 해도 자책하는데 난 범실하고 '괜찮아, 몸 상태 올리고 있을게' 이러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시즌은 끝난 건가' 하는 생각에 바닥으로 자존심 뚫고 들어갔다”며 “주변에서 '몸은 준비됐고, 자신감만 얻으면 된다. 여기서 자신감을 못 찾는다면 에이징 커브(노화로 인한 기량 감퇴)가 올 수 있다'고 했다. 팀이 흔들릴까 봐 내색은 못 했다"고 했다.

임동혁은 ”지석이 형이 챔프전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봤다. 그래도 챔프전에 제 기량이 나와서 다행"이라면서 "저는 지석이 형만큼 탁월하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누가 MVP 받든 이긴 것에 의미를 두겠다. 저는 정규리그 MVP 받으러 가겠다"며 웃었다.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 읏맨과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득점에 성공한 대한항공 정지석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 읏맨과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 득점에 성공한 대한항공 정지석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에 부임해 3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連霸)는 V리그 최초다.

앞서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가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바 있다.

2015~2016시즌 우승 이후 8년 만에 챔프전에 오른 OK금융그룹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이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는 ‘원팀’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봄배구’를 이끄는 등 성과를 거두며 안산의 봄이 모처럼 따뜻하게 했다.

여자부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남자부 대한항공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V리그는 오는 8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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