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부상으로 시작한 시즌, 화려한 끝을 맺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29·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올 시즌 시작은 12월이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다 허리 부상을 입은 채 정규리그를 맞이했다. 3라운드에 복귀했지만 교체로만 뛰었고 4라운드 초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명단에 들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정상 궤도까지 오르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 사이 3년 차 정한용(23)이 성장세를 보이며 정지석의 공백을 메웠다. 숙소에서 한 방을 쓰는 정한용과 서로 좋은 말을 해주면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기다리던 몸 상태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나왔다. 안산 OK금융그룹 읏맨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챔프전 3경기에서 매 경기 50.00%가 넘는 뜨거운 공격성공률을 보여주면서 선봉에 섰다. 1차전에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1점을 쏟아부었고 3차전에서도 임동혁과 가장 많은 18점을 터뜨렸다.
대한항공은 3연승을 달리며 OK금융그룹을 제치고 4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왕조의 벽을 더 두텁게 만들었다.
MVP(최우수선수) 몫은 정지석이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 중 22표를 얻었다. 왕조의 시작이었던 2020~2021시즌 이후 생애 2번째 챔프전 MVP다.
상당히 마음 고생을 한 듯 그는 우승컵을 들어 올린 후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상 때문에) 시작이 늦어서 시즌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팀은 한창 전쟁 중인데 혼자서 '여긴 어디지' 싶었다"며 "동료들은 실수 하나만 해도 자책하는데 난 범실하고 '괜찮아, 몸 상태 올리고 있을게' 이러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시즌은 끝난 건가' 하는 생각에 바닥으로 자존심 뚫고 들어갔다”며 “주변에서 '몸은 준비됐고, 자신감만 얻으면 된다. 여기서 자신감을 못 찾는다면 에이징 커브(노화로 인한 기량 감퇴)가 올 수 있다'고 했다. 팀이 흔들릴까 봐 내색은 못 했다"고 했다.
임동혁은 ”지석이 형이 챔프전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봤다. 그래도 챔프전에 제 기량이 나와서 다행"이라면서 "저는 지석이 형만큼 탁월하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누가 MVP 받든 이긴 것에 의미를 두겠다. 저는 정규리그 MVP 받으러 가겠다"며 웃었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에 부임해 3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連霸)는 V리그 최초다.
앞서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가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룬 바 있다.
2015~2016시즌 우승 이후 8년 만에 챔프전에 오른 OK금융그룹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이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는 ‘원팀’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봄배구’를 이끄는 등 성과를 거두며 안산의 봄이 모처럼 따뜻하게 했다.
여자부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남자부 대한항공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V리그는 오는 8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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