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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위협하는 K리거, '슈틸렐라' 신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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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위협하는 K리거, '슈틸렐라' 신화는 계속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7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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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재성·염기훈, 구자철·이청용 자리서 100% 역할 수행…김승규도 김진현과 끝나지 않은 GK 경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K리거들은 더이상 '들러리'가 아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공백까지 완벽하게 메우는 당당한 주축세력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동남아 2연전'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아랍에리미트(UAE)와 평가전에서 속시원한 3-0 완승을 거뒀고 미얀마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는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2-0으로 이겼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부상으로 빠지고 구자철(26), 박주호(28·이상 마인츠) 등이 군사훈련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돼 유럽파 주전들이 대거 빠진 것을 생각한다면 K리거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원톱 이정협(24·상주 상무)부터 골키퍼 김승규(25·울산 현대)까지 22명 선수 가운데 10명이나 되는 K리거들은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하며 슈틸리케호의 경기력까지 끌어올렸다.

◆ 남태희와 주전경쟁 이긴 이재성…왼발 능력 재확인한 염기훈

이번 슈틸리케호 대표팀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포지션은 2선 공격진을 구성할 삼각편대였다.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은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붙박이였고 나머지 두 자리를 누가 메우느냐가 관심사였다.

구자철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뛰었던 남태희(24·레퀴야)가 유력해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남태희는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성(23·전북 현대)이 단숨에 이 자리를 꿰찼을 뿐 아니라 현재 대표팀의 '에이스'가 됐다. 모든 선수들이 약간의 경기력 편차가 있었지만 이재성은 2연전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지난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재성은 나흘 뒤 열린 뉴질랜드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3월 평가전 2연전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이재성은 UAE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승리에 일조했다. 결국 미얀마전에서 손흥민의 코너킥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슛로 연결시키며 자신의 두 번째 A매치골을 성공시켰다.

이재성은 골로만 자신을 알린 것이 아니었다. 드리블, 패스, 협력플레이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근 대표팀의 4경기에 모두 나온 이재성은 '뉴 에이스'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염기훈(32·수원 삼성)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UAE전을 통해 멋진 왼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을 뿐 아니라 미얀마전에서도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얀마전에서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전반 초반 날카로운 프리킥과 함께 침투 패스를 받아 골포스트를 때리는 결정적인 슛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또 손흥민과 함께 좌우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를 굳히면서 아직 경기감각이 100%가 아닌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 K리거와 J리거의 뜨거운 주전경쟁, 원톱부터 골키퍼까지

K리거들이 삼각편대에서 유럽리그 선수들의 공백을 메웠다면 원톱과 수비진, 골키퍼에서는 J리거들과 뜨거운 주전경쟁이 이어졌다.

원톱에서는 동갑내기 이정협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가 경쟁을 벌였다. 두 선수는 UAE전과 미얀마전에서 번갈아 선발을 맡았다. UAE전에서는 나란히 한 골씩 넣으며 무승부를 이뤘고 미얀마전에서는 반대로 밀집수비를 뚫지 못해 우위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두 공격요원은 모두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직관'을 통해 고른 선수들이다. 단 한 경기 부진만으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경쟁구도다.

차두리(35·FC 서울)의 은퇴로 새로운 주전을 찾아야 하는 오른쪽 풀백에서는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와 정동호(25·울산 현대)가 있다. 정동호는 UAE전에서 선발로 나와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미얀마전에서는 다친 김창수를 대신해 출전했다.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 기용되지 못했지만 임창우(23·울산)도 슈틸리케 감독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으로 굳어질 것 같았던 주전 골키퍼 경쟁 역시 다시 불이 붙었다. 정성룡(30·수원 삼성)은 여전히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김승규(25·울산)가 2연전에서 모두 골문을 지켜 김진현을 긴장시켰다.

◆ "경기력 입증하면 기회 준다" 슈틸리케 감독의 철칙은 계속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K리거들은 철저하게 '들러리'였다. 필드 플레이어 20명 가운데 K리거는 3명 뿐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뛰던 선수가 무려 10명이나 됐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주전을 꿰찼다.

그러나 너무 일찌감치 '베스트 11'을 결정지으면서 경쟁이 되지 않아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컨디션까지 떨어져 실망감만 안겼다. 오히려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 선수는 당시 상주에서 뛰었던 이근호(30)와 김신욱(27·울산) 등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다르다. 아직 출범한지 9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한다. 기성용 등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영원한 주전은 없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 경기에서 꾸준히 나와 실력을 입증한다면 기회를 주겠다는 철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언제나 현장에 나타나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모두 지켜본다. 현재 독일의 특급 스타들을 발굴해냈던 눈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들을 찾는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이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이와 함께 K리거들의 경쟁력으로 유럽이나 중동 등에서 뛰는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유럽리그 선수라도 확실한 주전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모든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슈틸리케호 대표팀에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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