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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 김정미-박은선, 마지막 월드컵까지 강렬했던 '붉은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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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 김정미-박은선, 마지막 월드컵까지 강렬했던 '붉은 투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22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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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경기 중 안면 충돌에도 꿋꿋하게 골문 지켜…박은선도 발목 통증 참고 55분 동안 최전방 공격 담당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03년 미국월드컵을 경험했던 두 '왕언니' 김정미(31·인천 현대제철)와 박은선(29·로시얀카)의 마지막 월드컵은 투혼이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노을처럼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도 뜨거웠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프랑스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당당하게 맞서 싸웠지만 실력과 경기 운영능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며 0-3으로 완패했다.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을지도 모른다. 세계랭킹 18위에 불과한 한국에게 세계 3위 프랑스는 너무나 큰 벽이었다. 그래도 김정미와 박은선은 자신들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김정미는 이날이 자신의 93번째 A매치였다. 또 31세 나이를 생각했을 때 프랑스전에서 진다면 마지막 월드컵 경기였다. 이미 김정미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도전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밝히기도 했다. 그런만큼 더욱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골문은 너무나 쉽게 열렸다. 김정미의 실수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빠른 돌파에 수비가 너무 쉽게 뚫렸고 김정미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김정미는 경기 도중 안면 충돌로 부상을 입었음에도 꾹 참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정미의 첫 부상은 전반 17분 찾아왔다.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박은선의 팔꿈치에 오른쪽 광대뼈 부근을 가격당했다. 김정미의 오른쪽 눈가는 부풀어올랐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4분 가량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박은선은 미안한 마음에 김정미 옆을 떠날 줄 몰랐다.

전반 10분도 안돼 2골을 내준 한국으로서는 김정미의 부상 치료 시간이 호흡을 고르고 조직력을 가다듬는 중요한 시간이 됐다. 전반 20분 이후 프랑스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는 계기가 됐다. 김정미가 끝까지 골문을 지킨 것은 어린 후배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김정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전반 막판 상대 선수의 머리에 이번엔 왼쪽 광대뼈 부위를 가격당했다. 김정미의 두 번째 월드컵 도전은 16강에서 막혔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던 것이었다.

▲ 골키퍼 김정미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FIFA 여자월드컵 16강전 전반이 끝난 뒤 다친 오른쪽 광대 부위에 테이핑을 한채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은선 역시 발목 부상에도 선발로 출전했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스페인과 E조 3차전에서 당한 허벅지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박은선이 발목 통증을 꾹 참고 출전했다.

박은선이 몸상태가 100%가 아님에도 출전을 강행한 것은 지소연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마저 빠질 경우 공격진이 그대로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프랑스와 16강전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후회없이 월드컵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터다.

박은선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긴 했지만 프리킥 상황에서 중거리 슛을 때리는 등 공격에서 활로를 뚫고자 애썼다. 비록 그의 투혼은 55분에서 멈췄지만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맏언니인 박은선의 부상 투혼 역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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