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용택(41·LG 트윈스)과 김태균(한화 이글스)에 이어 정근우(이상 38·LG 트윈스), 권혁(37), 김승회(39), 정상호(38·이상 두산 베어스)까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LG 트윈스는 8일 “내야수 정근우가 16년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두산 베어스도 방출 선수 명단을 공개하며 “그 중 김승회와 정상호, 권혁은 은퇴 의사를 밝혀와 선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은퇴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이 프로야구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는 고려대를 거쳐 2005년 신인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리그 최고 2루수로 성장하며 SK 왕조 건설을 이끌었다.
통산 1747경기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371도루를 기록했고 2루수 골든글러브에도 3차례나 선정됐다. KBO리그 득점왕 2차례에 오른 그는 KBO리그 최다 기록인 끝내기 안타(16개) 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승부처에서도 강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우승 등 태극마크를 달고도 맹활약했다.
2014년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로 이적한 그는 2018년 말 다시 한 번 한화의 선택을 받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40인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못해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주루와 수비, 타격 모두 예전 만큼의 능력을 보이지 못했고 72경기에서 타율 0.24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은퇴를 선언하게 됐다.
정근우는 “그동안 앞만 보고 힘들게만 달려와서 당분간 쉬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려고 한다”며 “지금까지의 선수생활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신 구단에 감사하고 그 덕분에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항상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에선 3명이 유니폼을 벗게 됐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권혁은 빠른공을 앞세워 삼성 왕조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한화와 두산을 거치면서도 저력을 과시한 권혁은 통산 58승 47패 32세이브 159홀드 평균자책점(ERA) 3.79를 기록했다. 특히 홀드는 팀 동료였던 안지만(177홀드)에 이어 KBO리그 통산 2위에 올라 있다.
2003년 데뷔해 롯데 자이언츠와 SK를 거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승회는 ‘땀승회’라는 별명에 걸맞게 혼신의 역투를 펼쳐온 투수다. 통산 44승 50패 30세이브 73홀드 ERA 4.42를 기록한 그는 2015년과 2016년 두산이 연속 정상에 오를 때는 롯데와 SK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지난해 불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결국 친정팀에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2001년 데뷔한 베테랑 포수 정상호도 많은 경험을 했다. 박경완과 이재원 등에 밀려 주전으로 활약한 기억은 많지 않지만 SK 왕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고 LG엣도 백업 포수로서 듬직한 존재감을 보였다. 올 시즌 두산에서도 박세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종종 마스크를 썼지만 현역 생활 연장보다는 은퇴를 택했다. 통산 1151경기 타율 0.245 73홈런 346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유독 은퇴 바람이 거세다. 구단들의 운영 기조와 무관치 않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베테랑들의 대한 대우가 시원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능력이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지더라도 기왕이면 팀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문화가 형성됐다. 베테랑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베테랑들을 더욱 춥게 만들었다. 대부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며 구단들은 막심한 재정적 손해를 봤는데, 이는 선수단 물갈이로 이어졌고 결국 베테랑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구단들은 이를 계기로 더욱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은퇴 릴레이가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더불어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서야 하는 방출 선수들에게도 올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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