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K팝 대표 기획사 하이브가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업계 동향 내부 자료를 '짜깁기'라고 주장,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약 2시간 만에 입장문을 삭제하고 고개를 숙였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국정감사)에서 하이브 산하 위버스매거진 편집장 A씨가 하이브 임원에게 전달한 업계 동향 리뷰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SM, YG, JYP 등 대형 기획사 및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외모를 폄하하는 내용이 담겨 파문을 빚었다.
특히 미성년자 멤버들을 두고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켰다", "성형이 심하다", "섹스어필이 드러난다", "놀랄 만큼 못생겼다" 등 심각한 외모 품평을 쏟아내 충격을 안겼다. 이 밖에도 공식 문건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한 심각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대표는 "하이브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글을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답변 이후 발생했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오후 7시께 하이브의 입장문이 게재된 것. 하이브 측은 해당 문건에 대해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다. 이는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들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SNS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자극적인 내용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하는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입장문을 확인한 민형배 의원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지적했고,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국정감사 도중) 국정감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입장문을 내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K-콘텐츠를 이끌어가는 대기업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해도 되냐. 국회가 그렇게 만만하냐"고 분노했다. 이와 함께 김태호 COO에게 입장문을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밤 10시께 국정감사가 재개되자 김태호 COO는 "본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된 입장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입장문을 올린 경위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관련 내용을 묻는 언론 문의가 빗발쳤고 일일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국정감사에서 모자이크된 채로 공개된 자료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왜곡 및 확산되는 속도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입장문을 통해 언론 문의를 신속하게 대응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확산을 막고자 긴급하게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국회를 경시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김태호 COO는 "국정감사 도중 입장문을 낸 것은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다.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사과했다.
사과 후에도 국회의 지적은 계속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하이브 입장에 대해 "상당히 위협적인 부분이다. 회사 내 자유로운 토론이나 논의를 막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정하 의원과 전재수 위원장이 재차 "회사 차원에서 내부자 색출을 할 것이냐"고 묻자 김태호 COO는 "내부자 색출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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