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불펜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확실히 장기 레이스는 마운드가 안정돼야 한다. 선발은 잘 꾸렸는데, 불펜은 재정비해서 내년엔 좋은 성과 얻을 수 있게 하겠다."
지난해 10월 박진만(49)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1승 4패로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통합 우승팀 KIA(기아) 타이거즈와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던 불펜 문제를 콕 집으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삼성은 1년 내내 기대 이상의 성과로 주목받았다. 개막 전까지는 약체 평가를 받으며 누구도 가을야구 진출을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지찬·김영웅·이재현 등 타자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하고, 원태인을 축으로 안정적인 3선발 체제를 구축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불펜은 옥에 티로 남았다. 불펜 평균자책점(ERA) 리그 최하위였던 2023년보다는 개선됐지만, 주축들 상당수가 우완 베테랑으로 구성돼 체력 저하와 다양성 문제를 겪었다.
실제로 현역 최고령 오승환(43)을 비롯해 송은범(41), 임창민(40), 김재윤(35), 우완 이승현(34), 김태훈(33) 등 삼성 불펜 자원 상당수가 우완에 30대 이상 베테랑이었다. 이는 한국시리즈에서 곽도규~장현식~정해영 등이 버틴 KIA와 달리, 선발 과부하로 마운드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새 시즌 삼성의 지상 과제가 불펜인 이유다. 박진만 감독은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1차 전지훈련 장소인 미국령 괌으로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불펜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불펜에서 선참이 주축이 되다 보니 장기 레이스를 펼칠 때 체력 문제가 나왔다"며 "이번 캠프에서 젊은 불펜들의 성장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황동재, 이승민, 이재희를 언급한 뒤 김무신(26·개명 전 김윤수)과 배찬승(19)을 기대주로 꼽았다. 둘은 시속 150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어 삼성 불펜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북일고 출신 김무신은 2019년 데뷔 후 줄곧 터질 듯 터지지 않는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불렸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불안해 좀처럼 1군에 자리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잠재력이 만개하는 듯했지만, 7월 전역 후 정규리그 4경기 ERA 10.13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주춤했던 김무신은 가을야구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LG(엘지)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에서 3경기 2홀드 ERA 0.00으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도왔다. 특히 지난해 리그 타점왕에 오른 오스틴 딘(미국)을 상대로 3연속 표적 등판, 3전 3승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새 시즌 김무신은 개명과 함께 약점이었던 제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비시즌 기간 웨이트 훈련을 열심히 했다. 몸 상태를 잘 끌어올린 만큼 스프링캠프에서 제구 훈련에 열중할 것"이라며 "새 시즌엔 새 이름으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젠 유망주가 아닌 당당한 주축 투수로 팀 성적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배찬승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지역 출신에 좌완 파이어볼러라는 희소성을 지녀 지명 전부터 '삼찬승(삼성+배찬승)'으로 불릴 만큼 관심을 받았다.
배찬승 지명 직후 이종열 삼성 단장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불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팬분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신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배찬승 또한 "빠른 순번에 뽑아주신 삼성 스카우트분들에게 감사하다"며 "내 피는 이제 푸른 피"라고 기뻐했다.
삼성은 지난해 이상민(30이닝)을 제외하면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좌완 불펜이 없었다. 배찬승이 정상 전력으로 가세하면 우완 일색이었던 불펜 운영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박진만 감독 또한 "(배찬승은) 신인인데도 공이 참 좋다"면서 "최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테스트 겸 투구 훈련을 했는데, 공이 너무 좋아 하루 만에 중단시켰다"며 높이 평가했다.
새 시즌 목표로 우승을 천명한 삼성은 25일부터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한 뒤 다음달 5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으로 넘어가 2차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괌에서는 기초 훈련, 오키나와에서는 실전 위주의 훈련을 진행한다.
삼성은 전지훈련에서 3차례 청백전을 치른 뒤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주니치 드래건스와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SSG 랜더스, KT(케이티) 위즈, LG, KIA 등 국내 팀들과 연습경기도 앞두고 있다. 귀국일은 3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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