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경기 시작 3분 26초. 팀 동료 루카 돈치치의 패스를 받아 3점슛을 쏘아 올린 순간, 미국프로농구(NBA) 새 역사가 탄생했다.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LA 레이커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2024~2025 NBA 정규리그 경기. '살아있는 전설' 르브론 제임스(41·레이커스)가 NBA 최초로 개인 통산 5만점을 돌파했다. 데뷔 22년차 시즌에 달성한 쾌거다.

경기 전 정규리그 4만1871점, 플레이오프(PO) 8162점으로 누적 4만9999점을 기록한 제임스는 뉴올리언스전 첫 득점으로 미지의 영역에 도달했다. 같은 조건으로 4만점을 달성한 사례도 카림 압둘자바(4만4149점), 칼 말론(4만1689점·이상 은퇴) 외에는 없어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제임스는 통산 5만점에 대해 "정말 많은 점수"라며 "커리어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리그에서 그렇게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고 기뻐했다.
이날 34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레이커스의 136-115 완승에 앞장선 제임스는 다시 한번 GOAT(역대 최고의 선수) 논쟁에 불을 붙였다. 1990년대 농구계를 넘어 미국의 대중문화 상징이었던 마이클 조던(62)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앞서냐는 것이다.

제임스는 ‘누적’에서 우위를 점한다. 6일 기준 개인 통산 5만33점, 정규리그 4만1905점을 올려 누적 득점에서 적수가 없다. 또한 1만 리바운드와 1만 어시스트까지 달성해 NBA 유일 4만-1만-1만 기록을 보유 중이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하게 활약한 결과다.
22년차 제임스는 올 시즌 조던이 종전 1위였던 기록 두 개를 갈아치웠다. 지난 1월 애틀랜타 호크스전에서 통산 563번째 개인 30점 이상 경기로 조던(562회)을 넘어섰다. 지난달 7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전 42점, 21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전에는 40점을 올려 조던(1회)을 제치고 40대에 40점 이상을 2회 이상 달성한 최초의 NBA리거가 됐다.
월간 최우수선수(MVP)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제임스는 뉴올리언스전을 앞두고 서부 콘퍼런스 2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 개인 통산 41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위 코비 브라이언트(17회)와 차이가 2배 이상이다. 아울러 2000년 37세였던 칼 말론(당시 유타 재즈)을 제치고 역대 최고령 월간 MVP 수상 기록도 새로 썼다.
아들 브로니와 함께 뛰면서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제임스다. 레이커스는 최근 7연승을 내달리며 서부 컨퍼런스 2위(39승 21패)까지 도약했다. 제임스는 올 시즌도 56경기에서 평균 34분 43초 동안 24.9점 8.0리바운드 8.5어시스트의 건재한 기량으로 팀의 상승세를 돕고 있다.

한편, 조던은 ‘임팩트’에서 제임스를 앞선다. 시카고 불스를 이끌고 파이널에 6번 올라 6번 모두 우승했고, 전무후무한 두 번의 쓰리핏(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득점왕을 10번 기록해 역대 1위, 올-디펜시브 퍼스트팀도 9번이나 이름을 올리며 공수에서 완벽한 기량을 과시했다.
굵직한 타이틀에서 조던은 제임스를 압도한다. 파이널 우승 6-4, 정규리그 MVP 5-4, 파이널 MVP 6-4, 득점왕 10-1, 올-디펜시브 퍼스트팀 9-5로 우위에 있다.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제임스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다.
특히 최전성기에 야구선수로 전향해 18개월간 코트를 떠난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실적이다. 조던은 은퇴 전 첫 번째 쓰리핏, 은퇴 후 두 번째 쓰리핏을 달성해 90년대 미국 전역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수십 년째 그의 이름을 딴 신발을 제작하는 등 지금도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각종 설문에서 조던이 여전히 제임스를 앞서는 이유다. 지난해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이 NBA 현역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조던은 45.9%로 42.9%의 제임스를 제쳤다. 현역 프리미엄을 이겨내고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둘을 향한 GOAT 논쟁은 제임스가 현역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NBA 최초로 10대부터 40대까지 코트를 누비는 제임스는 꾸준함을 무기로 조던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제임스는 지난달 골든스테이트전 직후 "위대한 인물들과 함께 언급되거나 그 범주에 포함될 때마다 항상 겸손해진다"며 몸을 낮췄다. 올 시즌 돈치치-제임스 듀오를 앞세운 레이커스의 우승 여부에 따라 GOAT 논쟁은 다시 한번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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