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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실업럭비 살린 현대글로비스 출범, 완벽한 '트라이'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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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실업럭비 살린 현대글로비스 출범, 완벽한 '트라이'의 길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2.15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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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식, 12명으로 출범...실업팀 운영 외 유소년 육성 등 한국 럭비 발전방향 제시 필요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럭비 실업팀이 창단됐다. 연초 삼성중공업의 해체로 한국 럭비가 위기를 맞았지만 2015년이 끝나가기 전에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이 창단되면서 대한럭비협회로서는 한숨을 돌렸다. 이로써 한국 럭비 일반부는 포스코건설, 한국전력 등 실업 팀과 국군체육부대(상무)까지 4개 팀이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은 15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창단식을 갖고 내년 춘계리그 데뷔전을 목표로 힘찬 출발을 알렸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럭비대표팀 감독을 지내고 삼성중공업을 이끌기도 했던 정삼영(47) 감독을 사령탑으로 박창민(38) 코치와 오윤석(34) 트레이너 등 코칭스태프가 선임됐다. 주장 이병준(24) 등 9명의 선수까지 모두 12명의 선수단으로 창단된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은 앞으로 18명의 선수를 보강해 30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 현대글로비스 럭비단 선수단이 15일 서울 삼성동 현대글로비스 본사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제공]

그러나 이번 럭비단 창단은 아직까지는 실업팀이 하나 더 생긴 것에 그쳤다. 실업팀 운영과 함께 한국 럭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청사진까지 기대하기엔 아직은 무리였다. 이제 걸음마 단계다.

◆ '새로운 스포츠 왕국'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럭비단 창단

이날 창단식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역시 비인기 종목을 넘어 무관심 종목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럭비 종목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계속된 경기 불황과 기업들의 경영 합리화로 기존 팀도 해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럭비팀이 창단된다는 점은 분명 의아한 점이었다.

이에 대해 초대 단장을 맡은 한용빈 전무(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본부장)는 "현대글로비스가 추구하는 기업문화와 럭비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했다"며 "럭비는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하는 팀워크 기반의 스포츠로 현대글로비스의 활력있는 조직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창단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럭비 창단의 이유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럭비의 3대 정신인 인내와 협동, 희생을 삼성의 경영 철학으로 내세울 정도로 럭비를 아꼈음에도 삼성중공업은 연 2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지원하기 어려워져 해체했다.

▲ 한용빈 현대글로비스 럭비단 단장(왼쪽)이 15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주장 이병준(가운데)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제공]

그렇다면 결국 여러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의지를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과 현대건설, WK리그 인천 현대제철 등 여러 구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녀 양궁(현대제철, 현대모비스)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럭비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연간 지원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용빈 단장은 "연간 예산 등 구체적인 숫자와 규모를 말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현재 전지훈련 등 일부 예산 등이 책정되어 있지만 창단식 같은 경사스러운 행사에 이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며 "회사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감독 이하 선수들이 편안한 조건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팀을 찾은 한국 럭비, 월드컵과 5년 뒤 도쿄 올림픽을 위한 도약판 되려면

현대글로비스라는 팀이 생겨나면서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들이 갈 곳이 생겼다는 점은 무척이나 반갑다. 사실 삼성중공업이 해체된 뒤 일부 선수들은 대한럭비협회 소속으로 뛰었다. 말만 협회 소속이지, 사실상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소속팀이 생겨났다는 것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주장 이병준은 "사실 소속팀이 없었을 때는 자부심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라는 소속팀이 생겨났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뛰더라도 자부심을 느끼고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 것 같다. 절로 힘이 난다"고 즐거워했다.

▲ 한용빈 현대글로비스 럭비단 단장이 15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단기를 흔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제공]

삼성중공업을 이끌기도 했던 정삼영 감독은 "선수들이 계속 럭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럭비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은 내가 어떻게 팀을 꾸려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른 시일 내에 강하고 역동적인 팀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속팀이 사라진 전 삼성중공업 선수들을 영입할 계획이 없는지에 대해 정 감독은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그리고 팀 컬러에 맞는다면 출신에 상관없이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창단 멤버는 모두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했다. 역동적이고 도전정신을 똘똘 뭉친 선수들로 강인한 팀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럭비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는 일본이 본선 티켓을 가져갔고 한국은 세계 예선에 진출하게 됐다. 세계 예선에 배정된 본선 티켓은 단 1장이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 올림픽 출전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이미 본선 티켓을 가져갔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럭비는 당장 내년 올림픽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4년 뒤 월드컵과 5년 뒤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 한용빈 현대글로비스 럭비단 단장(왼쪽)이 15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정삼영 감독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제공]

결국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의 완벽한 '트라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팀 운영에서 벗어나 유소년이나 중고등학교 팀 지원 등 다양한 한국 럭비 발전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한용빈 단장은 "유소년과 중고생들을 위한 럭비교실을 여는 등 럭비 발전을 모색하고 연고지인 인천에 럭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천에 있는 여러 중소기업과도 유대관계를 형성해 지원을 이끌어내 인천 럭비가 한국 럭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 현대글로비스 창단 멤버 명단
▲ 감독 = 정삼영
▲ 코치 = 박창민
▲ 트레이너 = 오윤석
▲ 선수 = 이병준(스크럼하프) 조진현 김회철(이상 프롭) 정효진(후커플랭커) 박흥식(플라이하프) 김기성(센터) 강진구 백현수(이상 윙) 남영수(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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