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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은유의 정치풍자 '닭치고'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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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은유의 정치풍자 '닭치고' 시선집중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30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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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새 코너 ‘닭치고’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29일 선보인 ‘닭치고(高)’는 닭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배경으로 학생과 선생님들이 30초마다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설정으로 진행됐다.

개그맨 김준호는 교장 '꽉끼오'로 등장해 "나는 닭치고 교장 꽉끼오입니다. 옷이 꽉끼오"라 외치고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세요"라고 말한 뒤 교실을 나갔다. 이후 다시 돌아온 그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이 반은 조용하군"이라고 대사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 '닭치고'의 꽉기오 교장 역 김준호[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이날 출연자들은 모두 머리에 닭벼슬을 올리고 출연했다. 쌍둥이 닭 이상호와 이상민은 “아 반갑다. 넌 누구니? 난 니 동생이라고 해. 넌 누구니? 난 니 형이라고 해. 반갑다. 친하게 지내자”며 주거니받거니 한다. 교사 송준근은 역사 수업 중 윤봉길의 도시락 폭탄 설명을 하다가 도시락을 보고는 갑자기 점심시간이라고 외쳤다. 안소미는 양호 선생님 ‘후다닭’으로 나와 멀쩡한 학생에게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은 후 다 나았냐고 물어봐 폭소탄을 터뜨렸다.

‘닭치고’는 건망증을 소재로 참신한 언어유희 개그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와 함께 국내 방송가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정치풍자 개그의 맛을 톡톡히 보여줬다. 직설화법이 아닌 은유의 방식을 차용했음에도 말이다.

교실 벽면에 걸린 교훈 ‘지난 일은 잊자’나 30초만에 자신이 말한 것을 잊어버리는 출연진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선거 시 표를 구할 때만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당선 뒤 까맣게 잊어버리는 정치인, 집권 이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 등을 줄줄이 축소·폐기한 정부를 풍자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시대정서에 대한 역설의 슬로건으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 '닭치고'의 극중 장면[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진보성향의 온라인매체 뷰스앤뉴스는 30일 기사에서 “'닭치고' 어디에서도 현실정치를 거론하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닭치고'란 제목 자체가 현 시대의 금기를 깨는 고도의 '풍자 용어'이기 때문”이라며 “문창극 낙마 사태를 초래하면서 가뜩이나 정부여당에게 찍힌 KBS에서 모처럼 나온 역작이 과연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벌써부터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2년까지 정치풍자 개그의 중심지 역할은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가 담당했다. 영화감독 장진이 진행을 맡아 대선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를 캐릭터화한 ‘텔레토비’와 최일구 앵커의 돌직구 코너인 ‘위켄드 업데이트’ 등을 통해 신랄한 정치 풍자를 시도,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모기업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구속·수감에 따른 몸사리기와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은 정치권의 삐뚜름한 시선에 영향을 받아 정치 풍자 부분을 없애고, ‘19금’ 성인 코미디 위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가끔 ‘무한도전’의 특집 아이템을 통해 만족해야 했던 정치풍자 개그를 오랜만에 맛본 시청자의 후련함과 기쁨은 생각 이상으로 큰 듯 싶다.

'닭치고’가 언어유희와 더불어 정치풍자 개그로 양날개를 펼치고 고공 질주할지, 난기류에 휩쓸려 추락할지 지켜볼 일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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