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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늘색 약속 지킨 god 오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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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늘색 약속 지킨 god 오빠들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7.19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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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그룹 H.O.T, 젝스키스, 신화가 각 잡힌 군무로 ‘폼생폼사’로 가요계를 지배하고 10대 소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1990년대 후반, 그룹 god(박준형, 윤계상, 데니안, 손호영, 김태우)는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며 어머님에 대한 회한을 읊었다. 신비주의로 무대 뒤의 모습은 공개하지 않았던 보이 그룹들과는 달리 god는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치장을 한 꺼풀 벗겨내고 대중 앞에 섰다. 우리의 삶을 담은 노래들과 꾸미지 않은 매력들로 ‘국민 그룹’이 된 god가 2012년 멤버 윤계상의 탈퇴 이후로 12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다섯 명이 모여서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말이다.

[스포츠Q 이예림 기자] “후배이기 전에 팬으로서 반갑다. 초등학생 때 듣던 노래의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비스트) “선배님들이 오랜 시간동안 가수로서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셔서 감사하다”(인피니트) “나도 국민이기에 god를 좋아했고 내 초등학교 시절의 전부는 god였다”(아이유)

god의 컴백에 대한 후배들이 보내는 환영사다. 이처럼 팬들 뿐만 아니라 가요계 후배들까지 문자 그대로 ‘신’처럼 돌아온 god의 컴백을 진심으로 반기고 있다.

◆ 멤버 윤계상의 탈퇴 이후 12년 만의 ‘완전체 컴백’ 소감

god는 2002년 5집 ‘Chapter 5’ 활동 이후 윤계상의 탈퇴로 인해 박준형, 데니안, 손호영, 김태우 네 명 체제로 활동했다. 윤계상은 연기자의 길로 전향했고 god는 2005년 7집 ‘하늘속으로’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다섯 명이 각자 길을 걷다 다시 만나게 됐다. 다섯 명으로 돌아온 것은 12년 만이다. 소감을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다섯 명의 멤버들이 12년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처음 나와서인지, 내가 가요계 역사의 한 장면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멤버들이 입을 떼기 전, 긴장감이 공간을 지배했다. 그러나 멤버들이 말을 하자 이내 대기 중에 있던 긴장감은 서서히 녹아내렸다.

손호영, 윤계상, 박준형, 데니안, 김태우(왼쪽부터)가 12일 열린 서울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막상 이렇게 같이 있으니 엊그저께 봤다가 안 본 느낌이에요. 매일 몸이 힘들지만 매우 행복합니다.”(손호영)

“대중 분들이 많은 사랑을 주셔서 행복해요.”(윤계상)

“사실 데뷔하기 전에 숙소에서 어렵게 훈련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이 행복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데니안)

“미국에서 2년 동안 허리 부상을 입었어요.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항상 인터넷으로 동생들을 검색하면서 지켜봤죠. 동생들이 자랑스러워요. 동생들하고 sns나 문자로 연락하다 이렇게 만나니까 굉장히 떨려요.”(박준형)

“저는 솔로 가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공연이나 무대가 익숙하지만 형들에게는 오랜 만의 작업일 텐데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해줬어요. 전국 공연을 추가했으니 기대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하하.”(김태우)

god 활동으로는 9년 만에 컴백이지만 그 저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지난 5월8일 발표한 ‘미운오리새끼’는 공개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6~17일 열린 ‘15주년 기념 리유니온 콘서트’ 3만석의 티켓은 30분 만에 매진됐다. 팬들의 열의에 god는 서울 공연 외에도 광주, 부산, 대구, 대전으로 확장했다. 이 같이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을까.

“실제로 다섯 명이 뭉치자고 말하고 나서 아마 저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걱정을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해요. 예전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말이죠. 음원이 나오고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죠.”(데니안)

“음악이라는 건 말이죠. 얼마만큼 즐기면서 만드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멤버들이 진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대중에게도 통하지 않았나 싶어요.”(김태우)

◆ 멤버들의 코믹 연기 돋보인 8집 타이틀곡 ‘새터데이 나잇’ 뮤직비디오

8집 ‘Chapter 8'의 타이틀곡 ‘새터데이 나잇(Saturday Night)'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섯 멤버들의 각자의 개성을 한껏 살린 에피소드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새터데이 나잇'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분장과 함께 코믹 연기를 펼쳤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박준형은 카센터 직원, 윤계상은 회사원, 데니안은 캬바레 DJ, 손호영은 길거리 복서, 김태우는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아빠로 분했다. 멤버들은 분장을 하고 코믹 연기를 제대로 펼쳐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뮤직비디오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더욱 즐거웠을 것 같다.

“멤버들과 함께 고민해서 나온 작품이에요. 망가지는 것은 연기라고 생각했죠. 멤버들과 같이 있으면 편하니까 자연스레 예전에 놀던 모습이 나온 거죠. 정말 재밌었습니다.”(윤계상)

“촬영하는 동안 몸이 무겁지 않았어요. 하하.”(박준형)

“뮤직비디오를 코믹으로 접근하고 시연을 받았어요. 촬영 전에 계상이형이 많이 걱정되더라고요.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무겁고 중후한 카리스마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계상이형이 (시연을) 보더니 이렇게 해서 웃기겠냐고 하는 거예요. 원래는 각자 촬영하고 유치한 분장도 없었거든요. 계상이형이 분장을 제안했죠. 저희도 뭐에 씌었는지 갈 데까지 갔고요.”(김태우)

“호영이와 계상이가 저희를 웃기려고 발악했는데 태우가 가발 하나 쓰니까 게임 끝났죠.”(데니안)

“제가 분장감이 있습니다. 하하.”(김태우)

◆ “팬들처럼 당시의 음악과 감성 추억하고 싶어 컴백 결정”

데뷔 당시 19세였던 김태우는 ‘아빠 어디가’의 출연을 고려할 만큼 ‘이젠 빅대디’(‘하늘색 약속’)가 됐다.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중후반이다.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대중의 걱정도 있다. 멤버들의 생각은 어떨까.

“사람은 계속 배우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겁이 생겨요. 어릴 때는 선물을 받거나 예쁜 여자를 보면 설레죠. 나이가 들면 본능을 죽이거나 마음을 억제하려 해요. 그렇게 되면 노화되는 건데 말이죠. 마음을 믿고 항상 어리게 살 수 있다. 애니웨이(어쨌든)! 몸은 안 힘든데 기억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몸은 20대의 체력과 똑같습니다.” (박준형)

“예전에는 무대가 끝나고 왜 그렇게 형들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준형이형을 100프로 이해하게 됐어요. 3~4집 활동 시기 때는 4~5곡 메들리는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최대가 3곡이에요. 예전 100회 공연보다 지금 10회 공연이 더 힘들죠.”(김태우)

데뷔 15주년을 맞은 god는 12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해 음원 차트를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god와 JYP(박진영)의 조합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상표권은 싸이더스HQ에 있다. 이번 컴백은 싸이더스HQ를 통해 진행됐다. 다섯 명의 멤버들의 소속사가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조율했는지 궁금했다. 아, 의견 충돌은 없었는지도 물었다.

“준비 기간은 2년 정도 걸렸어요. 각자의 입장도 있고 많은 논의 끝에 여기까지 왔죠. 그래도 협의가 빠르게 된 거라 생각해요.”(윤계상)

“호영이랑 태우는 지금까지 god 활동 외에도 음반 활동과 공연을 계속 했기 때문에 저희 셋은 호영이와 태우의 의견에 많이 따라갔어요. 100회 공연을 준비했을 때도 음악적으로 욕심냈던 친구들이라서 의견 충돌은 없었죠. 곡 작업, 공연 준비 재밌게 했어요. 마치 다섯 명의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 듯이요.”(데니안)

“저는 가수 활동을 계속 했기 때문에 형들이 이제 저를 잘 따라줄 거라 생각했어요. 일단 충돌은 없었습니다. 충돌이라는 의미는 같은 힘들이 대항하는 건데 또 옛날처럼 쭌이(박준형)형의 주도 아래 진행됐죠. 막내는 영원한 막내입니다.”(김태우)

“팬들을 위한 공연이기 때문에 뭘 가장 원할지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힘든 건 없고 체력이 문제죠. 연령대가 있다 보니 자주 아프더라고요”(손호영)

“숙소에서 생활하지 않은 것. 그거 빼고는 예전이랑 다른 거 없고 똑같아요.”(데니안)

손호영, 윤계상, 데니안(왼쪽부터)이 12일 열린 콘서트에서 무대를 꾸미고 있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멤버들이 그간 방송에서는 “재결합 의지가 있다”고 밝혀왔지만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던 상황에서 컴백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컴백을 결심하게 됐는지 물었다.

“멤버들도 팬들처럼 당시의 음악과 기분을 추억했던 것 같아요. 멤버들 중 한 명이라도 상황적으로나 마음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컴백을) 하지 말자 했는데 모두 100프로 원했죠.”(김태우)

“너무 행복하면 늘 기분이 좋잖아요. 요즘 너무 행복하면서도 불안한 기분으로 지내고 있어요.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손호영)

◆ god가 국민 그룹인 이유…"삶이 노래에 녹아있기 때문"

god의 앞에는 ‘국민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대의 사랑을 노래하던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god는 유별났다. 각이 잡힌 군무를 추는 대신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라면이 지겨워 대들자 어머님이 비상금으로 사주신 자장면 하나에 행복했었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놨고 신비주의로 치장한 그룹들과 달리 육아일기(‘god의 육아일기’)를 썼다.  여느 그룹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 god 멤버들의 생각은 어떨까.

“쑥스럽죠. 정말 영광스럽기도 하고요. 저희가 다른 그룹들과 다른 점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희가 모여 있을 때 우리는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다섯 명의 형제들이 있는 느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손호영)

박준형(왼쪽)과 김태우가 12일 열린 콘서트에서 히트곡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후배들을 보면서 선배로서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그 친구들이 한류를 만들었기 때문에 말이죠. 저희가 활동했을 때 한류는 없었죠. 이들은 노래도 잘 부르고 퍼포먼스도 완벽해요. 그런데 우리의 다른 점은 ‘노래’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노래는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고 공감 가는 가사들로 채워져 있죠. 한마디로 편안함?”(데니안)

“8집을 만들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의외로 간단한 것에 답이 있더라고요. 다양한 연령층이 god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죠. 느끼는 감정이 음악에 녹아져 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 그게 god의 색깔이기도 하고요.”(김태우).

god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물었다. 기대감 반, 불안감 반을 담아.

“계상이 말대로 2년이 걸려 쉽지 않게 모인 만큼 god 다섯 명이 모여 있는 시간이 앞으로는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제 바람이기도 하고요.”(데니안)

“이번 앨범에 대해 '추억 팔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걸로 뭉친 건 절대 아니에요. 헤어짐이 다시 있다는 건 불가능이에요. 개인 활동도 하면서 같이 god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어요.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윤계상)

[취재후기] god의 앨범에는 1집('Chapter 1')부터 8집(Chapter 8')까지 ‘장’을 뜻하는 ‘Chapter’가 붙는다. 윤계상이 go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6집(‘보통날’), 7집(‘하늘색으로’)을 제외하고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처럼 통했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god 앞에서는 무력해질 뿐이다.

12년 만의 완전체 컴백, 팬들의 기다림, 그리고 만남. 0%에 가까워 보였던 일들을 실현한 god가 써내려갈 다음 장(Chapter)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접었다. 다섯 명이 모여서 “행복하다”는 그들에게 찾아올 변화는 오로지 나이뿐 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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