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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뚱뚱남녀' 그들이 세상을 웃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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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뚱뚱남녀' 그들이 세상을 웃기는 이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2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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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방송가의 대세는 '뚱뚱한' 개그맨들이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그프로그램과 일반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조자 혹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그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이상한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현재 이들에게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과 이유를 분석해 봤다.

▲ 뚱뚱한 개그맨들의 인기 고공행진은 역시 김준현의 활약에서 출발했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뚱뚱한 그들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2014년 8월 현재 가장 인기 정점에 서 있는 남녀 개그맨이라면 역시 김준현과 이국주를 들 수 있다.

우선 김준현은 뚱뚱한 개그맨이 인기 대권을 잡는데 시발점 역할을 한 선구자나 다름없다. 무명이었던 그는 지난 2012년 KBS 2TV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군인대표 역을 하면서 인기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후 김준현은 개그계의 대세를 넘어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각종 프로그램과 CF에 출연하며 즐거운 비명을 질러 대고 있다.

김준현의 활약에 힘입어 개그계와 예능계는 이른바 '뚱뚱이들의 시대'를 맞게 됐다. 김준현에 이어 이국주, 김민경, 유민상, 송영길, 김수영, 김태원 등이 큰 사랑을 얻게 됐다.

이 중 최근의 대세는 단연 이국주다. 이국주의 현재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현재 출연 중인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의 시청률 견인과 더불어 각종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올라섰다. 그는 현재 개그맨&예능인 순위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이들의 인기는 돌풍 급이다. 뚱뚱한 개그맨들이 대부분 엄청난 끼와 예능감각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뚱뚱한 개그맨'들이 대세로 자리 잡는 방송가의 분위기가 그들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왜 대세가 되었을까?

▲ 최근 대세로 올라선 개그우먼 이국주(오른쪽). [사진=tvN '코미디 빅리그' 제공]

◆ 그들이 사랑받는 이유 '토크의 몰락, 콩트의 부활'

뚱뚱한 개그맨들이 사랑받게 된 결정적 이유 중 첫 번째는 역시 콩트의 부활과 '토크형 개그'의 몰락이다.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가 개그 프로와 예능의 대세는 역시 입담으로 사람을 웃기는 '토크형 개그'였다. '토크형 개그'는 출연자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입담으로만 웃음을 만들어 내는 까닭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번에 끌 수 있는 기본적인 외모가 중시됐다.

자연히 개그계 역시 '잘 생기고 잘 빠진' 남녀 개그맨들이 대거 양산됐다. 상대적으로 뚱뚱한 개그맨들은 개그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세상이 급변했다. 2년 전부터 서서히 꿈틀대던 콩트형 개그가 본격적인 인기를 얻자 눈에 잘 띄는 뚱뚱하고 못생긴 개그맨들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최영수 등 개그맨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연예 소속사 엔트리 이성모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방송가에서 중심을 잡던 개그맨들 하면 말 잘하고 최소 귀엽게 생긴 이들이 선호됐다"며 "하지만 김준현이 콩트 개그로 인기를 끈 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오히려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연기를 잘하는 개그맨들이 대세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 뚱뚱함이 곧 무기다.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뚱뚱한 개그맨들. 왼쪽부터 김수형, 유민상, 송영길.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 그들이 사랑받는 이유 '부담 없는 외모 푸근함'

뚱뚱한 개그맨들이 최근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가진 매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요즘 방송가는 성형 미남 미녀들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 자연히 이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동경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괴리감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방송사들은 이들의 '괴리감'을 어떤 식으로 줄여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했고 그 해답을 뚱뚱한 개그맨들로부터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방송사들이 바라보는 뚱뚱한 개그맨들은 성형 미남 이인들과는 다르게 솔직한 매력, 그리고 현실적인 외모와 말투로 일반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첨병이나 다름없다.

전 CJ 프로듀서였던 이모 본부장은 "뚱뚱한 개그맨들은 방송가에 넘쳐나는 미남 미녀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최근에는 이들이 중심이 되긴 했지만, 예전부터 뚱뚱한 연예인들은 방송프로의 감초로서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시청자들도 뚱뚱한 개그맨들이 TV에 자주 등장하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박 모 씨는 "부담 없는 외모의 뚱뚱한 개그맨들은 미남 미녀들의 세계인 방송가에서 그나마 시청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힘은 역시 푸근함인 것 같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이국주는 개그와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CF까지 접수하고 있다. [사진='한라봉'음료 광고 캡처]

◆ 문제는 인기의 '지속성'

지금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예전에도 뚱뚱한 개그맨들(80년대 이용식, 90년대 이영자 등)이 개인적으로는 큰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지속적이지 못했다. 한 번에 눈길을 끌 수 있는 외모 덕택에 빠른 시간에 강렬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강렬한 외모가 시청자들을 금방 식상하게 만드는 역할도 했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소홀했다. 뚱뚱하다는 기본적인 무기가 있던 탓에 상대적으로 평범한 개그맨들이나 예능인들보다 한정적인 개그 콘텐츠만을 생산해 냈다.

▲ 각종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인 김준현. [사진=KBS 2TV '인간의 조건' 방송 캡처]

이 부분은 뚱뚱한 외모를 통해 대세로 자리 잡은 개그맨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뚱뚱한 개그맨들이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들만이 해낼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개그와 방송 콘텐츠를 쏟아내야 한다. 단순히 뚱뚱하다는, 남들과 다른 외모만을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이 대표는 "솔직히 이들의 인기가 얼마나 갈지는 장담키 어렵다"며 "이들이 인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뚱뚱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방송 콘텐츠를 시청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작업을 쉴 틈 없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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