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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윤정환 떠올린 이동국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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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윤정환 떠올린 이동국 '뒷모습'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4.09.1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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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일반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신체의 일부분으로 표현한다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눈이나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 혹은 멍든 발레리나의 발을 찍곤 한다. 이러한 사진들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대상을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사람의 뒷모습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매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만큼 주관적이다. 얼마 전 카메라에 담은 한 사람의 뒷모습 또한 내게 많은 느낌을 주었다.

 

지난 9월 2일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였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지 못한 상황이라 다소 침체된 팀 분위기가 예상됐지만 훈련장에 모습을 나타낸 선수들은 다행히 밝은 표정이었다. 운동장 한 켠에서 훈련준비를 하는 선수들은 티격태격 장난을 치며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정을 나누고 있었다.

 

구자철과 손흥민의 개구진 표정과 차두리의 쾌활한 웃음 소리를 카메라에 담아내던 중 유독 사연 많아 보이는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훈련장의 먼 곳을 응시하며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던 그는 다름아닌 대표팀 스트라이커 이동국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서 인상적인 중거리 슛 한방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K리그의 흥행 아이콘이자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거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하는 등 명성에 걸맞는 결과를 보이지 못해 '비운의 스트라이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제 축구 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지만 만개한 기량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다시 승선한 그의 뒷모습에서 그간의 추억과 회한이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뒷짐을 지고 운동장의 먼 곳을 응시하는 이동국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담아내던 중 문득 윤정환이 떠올랐다. 윤정환은 이동국, 고종수와 함께 과거 K리그의 흥행을 이끌던 부천SK 선수이자 현역시절 대표팀에서도 '천재 플레이메이커'로 불릴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때 벤치에서 4강 신화를 지켜봐야만 했던 '비운의 선수'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동국과 비슷한 윤정환이 지난 2009년 12월 19일 목동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 있었다. 이날은 부천FC1995(부천SK가 제주로 연고를 이전한 후 팬들이 합심해 창단한 팀으로 당시 K리그 챌린저스리그 소속)와 친선전을 하는 날로 윤정환은 과거 SK 선수들이 주축이 된 OB팀의 선수로 온 것이었다.

 

코끝이 아려올 정도로 추운 겨울날, 오랜만에 만난 선수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며 경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윤정환은 목동구장의 먼 곳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뒷모습이 그렇게도 사연 많아 보일 수 없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현역시절 목동구장에서의 추억이 떠오른 것인지 국가대표 시절의 아쉬움이 생각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시선은 한동안 그라운드를 향해 있었다.

 

윤정환은 비록 현역시절 '비운의 천재 플레이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해 J리그 2부 팀인 사간도스를 1부로 승격시키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동국 역시 지난 베네수엘라전서 A매치 100번째 경기에 출전하며 센츄리클럽에 가입하는 등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후 이 두 사람을 다시 찍을 수 있다면 사연 많은 뒷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고 있는 앞모습을 기대해 본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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