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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허재 부자' 허웅 "아버지 그늘 벗어나 가치 증명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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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허재 부자' 허웅 "아버지 그늘 벗어나 가치 증명해야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7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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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은 4순위로 김지후 지명…장남 허웅은 5순위로 인연 많은 원주 동부 입단

[잠실학생체=스포츠Q 박상현 기자] 부자의 운명이 엇갈렸다.

허재(49) 전주 KCC 감독은 1라운드에서 큰 아들 허웅(21·연세대 3년)을 호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슛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지후(22·고려대)를 선택했다. 허웅은 바로 그 다음 순위인 5순위로 원주 동부의 유니폼을 이었다.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관심을 끈 선수는 단연 허웅이었다.

허웅이 전체 1순위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부자가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느냐 여부였다. 때마침 KCC에는 허웅의 포지션인 슈팅 가드가 하나 필요했다.

부자가 같은 팀에서 함께 한 것은 김동광(61) 전 감독과 김지훈(32)이 처음이었다. 김지훈은 2005년 김동광 감독이 당시 이끌던 안양 KT&G(현재 안양 KGC)에 아버지의 호명을 받고 입단했다. 이후 김지훈은 인천 전자랜드에서도 뛰기도 했지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KT&G에서 뛸 때도 아버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노민규 기자] 허재 감독의 큰 아들인 허웅(오른쪽)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원주 동부의 지명을 받은 뒤 김영만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허재 감독과 허웅은 다르다. 일단 허재 감독은 KBL에서 뛴 경험이 있다. 또 허웅은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아 1년 일찍 KBL 드래프트에 나왔다. 1라운드 지명은 당연하고 몇 순위에 뽑히느냐 또는 아버지의 선택을 받느냐가 관심사였다. 김동광 감독의 아들인 김지훈은 1라운드에 뽑히지 못했다.

1순위부터 3순위 지명권을 가진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가 차례로 이승현(22·고려대)과 김준일(22·연세대), 정효근(21·한양대)을 차례로 지명하고 4순위 KCC 차례가 오자 "아들 뽑겠네"라는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잔뜩 고심한 흔적이 보였던 허재 감독은 김지후를 뽑았다. 부자가 팀이 엇갈린 것이다.

아버지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허웅은 담담했다.

허웅은 기자회견에서 "내심 기대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워낙 냉정한 분이라 그러려니 생각한다. 아버지는 드래프트에 관해서 아무 말도 없으셨다"며 "그러나 이에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허웅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증명하겠다. 지명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빨리 기회를 잡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노민규 기자] 허재 전주 KCC 감독(왼쪽)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김지후를 지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는 허웅에게 그리 낯선 곳이 아니다. 허재 감독이 현역 시절 원주 TG삼보에서 뛰었기 때문에 경기를 보러 자주 찾았던 곳이다. 그래서 원주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은 좋다. 부자 상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동부(이전 TG삼보 포함)에서 부자가 함께 뛰는 기록은 남았다.

허웅은 "어렸을 때 많이 원주에 갔기 때문에 친근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동부에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옆에서 기자회견을 함께 한 허재 감독은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김민구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김지후가 필요했다"며 "사실 부자지간이 한 팀에서 뛰는 것도 좀 그렇다. 아들이 서운해하겠지만 동부라는 팀에 지명을 받았으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허 감독은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김영만 감독이 얼마나 기용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준비기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1라운드는 지나야 할 것이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 [잠실학생체=스포츠Q 박상현 기자] 허재 전주 KCC 감독(왼쪽)과 원주 동부의 지명을 받은 큰 아들 허웅이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2014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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