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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구속]③ 최순실 게이트로 한류,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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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구속]③ 최순실 게이트로 한류, 기로에 서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11.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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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뜨거웠던 한류(韓流)가 차가운 한류(寒流)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이들의 걱정이 크다. 한마디로 최순실 차은택으로 이어지는 문화계 전반의 국정논단 사태 때문이다. 지난 8일 최순실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이 귀국하고 곧바로 구속되면서 문화계 각종 의혹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실 2016년은 '제 2의 한류 도약의 해'로 꼽혔다. 2000년대 중, 후반 케이팝 스타들의 활약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린 '한류'는 올해  KBS 2TV '태양의 후예'와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드라마 성공으로 '신한류'(新韓流) 붐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최순실-차은택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면서 여러 면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한류에도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 '한류'는 국가브랜드 가치, 해외 한류소비자들 신뢰 낮아질까 우려

'한류'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국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한국의 이미지와 한류의 그것은 서로 겹칠 수밖에 없고 동전의 앞뒷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한국의 이미지가 곧 한국에서 생산하는 콘텐츠의 이미지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최근 대한민국을 배신과 분노의 도가니로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쉽다는 뜻이다. 외신들 역시 '최순실 게이트'를 집중 보도하며 해당 사건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꼬집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제작자 배형규 콘윅스 미디어 이사는 “아직까지 체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내 정치 사회적 혼란이 한류에 끼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중국 콘텐츠 관계자들이 '한국에 황당한 일이 있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거절에 대한 핑계로 사드(THAAD)배치 문제나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기도 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송중기·김우빈 등 한류 스타를 발굴해낸 싸이더스HQ 박봉기 이사 역시 "사드 배치 문제로 한류 냉각이 우려스러운 와중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혼란상황이 야기돼 한류에 끼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 정부가 시행하던 문화계 관련 예산 및 지원 축소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인물 중 하나인 차은택 불똥은 이미 여기저기 떨어졌다. 차은택 등 비선실세들이 국가 브랜드 등 각종 국책사업에 개입해 잇속을 챙겼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문화 콘텐츠 관련 국가적인 사업과 지원은 축소됐거나, 될 상황에 놓였다. 

특히 문화 콘텐츠 관련 지원을 펼쳐왔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성각 전 원장이 차은택의 입김으로 그 자리를 꿰찼고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 혐의를 받는 등 의혹의 중심에 서 있어 그 파장은 자못 크다.

지난 2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여러 의혹에 휩싸여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하고 있는 케이팝 가수들의 해외 쇼케이스 지원 및 신인 발굴 지원 프로젝트도 짙은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업계 관계자들이 노심초사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순실 차은택 관련 사업의 예산을 대폭 삭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차은택과 연계되었다고 알려진 각종 '한류 지원 사업'은 폐지 또는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배형규 이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해오던 한류·문화 관련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웹드라마나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지원은 끊긴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중국 발 '문화 쓰나미', 한류는 "나 어떡해?"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평가받는 중국 드라마 '랑야방'과 '위장자' [사진 = 중화TV 제공]

'최순실 게이트'와 차은택의 각종 비리 의혹에 한류가 주춤하고 있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중류(中流)의 반격 등 대외 환경이 심상치 않는 까닭이다. 

최근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공격적인 문화 투자로 중국 대중문화의 아시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한국의 톱스타들이 중국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거나 한국의 제작사들이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중국의 자체제작 콘텐츠 역시 과거와 다른 재미와 완성도로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중국의 사극 '랑야방: 권력의 기록'은 중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이 밖에도 '위장자', '무신 조자룡' 등 중국 콘텐츠는 갈수록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영화 시장을 미국의 할리우드에 빗대 '찰리우드'(Chollywoo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중국 콘텐츠 시장이 한국 못지않게 성장했다는 뜻이다. 과거 아시아 내에서 선진 대중문화로 여겨졌던 일본 문화 콘텐츠가 현재 영향력을 상당 부분 잃은 것과 같이 '한류' 역시 중국 콘텐츠에 밀려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배형규 이사는 "아직까지 한류가 중국 발 콘텐츠에 비해 경쟁력이 나은 편이다. 배우들의 연기력, 시나리오 질 면에서 한국 콘텐츠는 분명 우수한 상황이다"라고 평가한 뒤 "그러나 언젠가 중국 콘텐츠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 콘텐츠 시장을 넘볼 가능성이 높기에 이에 대한 한류 측의 철저한 대비가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봉기 이사는 "한류의 세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 콘텐츠들도 해외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 관계자들은 "한참 중국과 콘텐츠 경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문화계 전반에 대한 불신, 지원 축소는 한류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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