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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 성남의 기적, 하나로 뭉쳐 따낸 FA컵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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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 성남의 기적, 하나로 뭉쳐 따낸 FA컵 정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23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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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 동안 득점없이 무승부, 승부차기서 4-2 승리…시민구단 첫 ACL 진출 확정

[상암=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최고의 클럽을 가리기 위해 전후반 90분으로는 부족했다. 연장 전후반 포함 120분도 모자랐다. 승부차기까지 갔다. 그리고 시민구단 성남FC가 기적을 썼다.

성남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FC 서울과 결승전에서 연장 전후반까지 120분 동안 득점없이 비긴 뒤 들어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박준혁의 2개 선방으로 4-2로 이겼다.

이로써 성남은 신태용 전 감독(현재 한국축구대표팀 코치)이 이끌던 2011년 이후 3년만에 FA컵 정상에 올랐다. 또 성남은 시민구단 출범 첫 시즌에 FA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성남은 시도민 구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현재 시민구단인 대전이 2001년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2002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간 기록이 있지만 당시는 대전 지역 기업 컨소시엄이 중심이 된 구단이었을 때다. 대전이 시민구단으로 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선수들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2로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반면 서울의 FA컵 우승 실패로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 획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현재 포항이 승점 57로 3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승점 54의 서울과 제주가 골득실에 의해 4, 5위에 위치하고 있다.

만약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과 포항의 맞대결에서 포항이 승리한다면 포항이 K리그 클래식 3위 자리를 확정짓고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게 된다.

그러나 서울이 승리한다면 포항과 승점 57로 같아지고 골득실에서 앞서 3위로 도약하게 된다. 이 경우 오는 30일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에서 3위 여부가 가려진다. 서울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와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포항은 포항스틸야드에서 수원 삼성과 만난다.

전력만 놓고 보면 서울 절대 우세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서울은 최근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극적인 골로 승리하는 등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어느덧 3위 포항도 넘보고 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나면서 11위까지 순위가 떨어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하위에서 사실상 벗어나 무조건 강등은 피하긴 했지만 만약 그대로 순위가 굳어진다면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팀과 홈 앤 어웨이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만 한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곽해성(오른쪽)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골키퍼 박준혁의 실수로 일어난 위기에서 서울 에스쿠데로(왼쪽)의 슛을 머리를 내밀어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신중했다. 최 감독은 "데얀이 있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해 분명 골 결정력이 크게 약해졌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40골밖에 넣지 못했다"며 "걸출한 스트라이커는 없지만 그래도 FA컵 결승전은 한두 골이면 되는 경기라 생각한다. 집중력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99대 1의 싸움이다. 1%의 가능성만 보고 간다"고 말했다. 미디어데이에서는 서울을 상대로 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지만 전력상 서울이 앞선 것을 자인했다.

킥오프되고 나니 성남이 의외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원정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수비를 탄탄하게 하고 역습을 펼칠 것이라던 예상을 깼다. 서울 선수들 역시 성남이 초반에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탓인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성남의 공격이 잦아들고 서울 공격이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골은 없었다.

서울로서는 전반 22분 상황이 가장 아쉬웠다. 에스쿠데로의 왼쪽 돌파 때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공을 품에 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공이 품에서 빠져나오는 사이 에스쿠데로가 이를 가로채 골과 다름없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수비수 곽해성이 얼굴을 들이밀면서 육탄 방어를 하지 않았더라면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해 서울의 득점이 나올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전반 27분에는 서울의 백패스 과정에서 골키퍼 김용대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성남 공격수 김동섭에게 기회를 줄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무사히 넘겼다. 전반 29분에는 성남 김태환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김동섭의 헤딩슛 시도가 있었지만 김용대가 먼저 나와 잡아냈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과 서울 선수들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치열한 몸싸움 뒤 감정 대립을 하고 있다.

득점없이 전반이 끝난 가운데 성남은 후반 들어 다소 수비적으로 내려섰고 서울의 파상공세가 있었지만 역시 기대했던 골은 없었다. 서울은 후반 29분 에스쿠데로를 빼고 윤주태를 넣으며 공격을 강화했고 성남은 후반 30분 이요한 대신 이종원을 투입해 미드필드를 보강하며 첫번째 교체카드를 썼다.

서울은 후반 35분 프리킥 상황에서 이상협의 오른발 크로스에 이은 김진규의 헤딩슛이 나왔지만 오른쪽 골대를 때리고 나오며 땅을 쳤다. 10cm만 왼쪽으로 더 옆으로 갔어도 성남 골키퍼 옆을 지나가는 득점이 될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린 성남은 후반 36분 김동희를 빼고 골잡이 황의조를 넣으며 승부를 걸었다. 성남은 후반 45분 김태환의 2개의 연속된 위협적인 코너킥으로 서울의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에 막혀 끝내 승리에 필요한 한 골을 넣지 못했다.

전후반 90분이 끝나고 연장 들어서도 양팀은 팽팽했다. 서울은 연장 전반 4분 윤일록을 빼고 몰리나를 투입하며 공격의 시동을 걸어보고자 했지만 성남의 탄탄한 수비벽을 끝내 공략하지 못했다. 성남 역시 연장 전후반이 끝날 때까지 서울 골문을 열지 못한채 승부차기에 돌입해야만 했다.

서울은 승부차기를 위해 마지막 교체카드를 골키퍼로 썼다. 최용수 감독은 연장 후반 13분 김용대 대신 유상훈을 넣었다. 김학범 감독도 연장 후반 막판 박준혁 대신 전상욱을 투입시키려 했지만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서 골키퍼를 바꾸지 못했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선수들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승리의 여신은 서울을 향해 웃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은 승부차기를 위한 골키퍼를 바꿨지만 성남은 그렇지 못했다.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하지만 골키퍼 박준혁이 큰 일을 냈다.

서울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박준혁은 첫번째 키커 오스마르와 세번째 키커 몰리나의 슛을 모두 방향을 잡고 막아냈다. 그 사이 성남은 정선호, 제파로프, 임채민이 모두 성공시켰다.

서울의 네번째 키커 강승조가 파넨카 킥으로 성공시키긴 했지만 성남은 단 한 명만 성공시켜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김동섭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학범 감독을 비롯한 모든 선수단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왔고 남쪽 관중석에 모인 성남 서포터들은 일제히 눈물바다가 됐다. K리그 클래식 11위 팀이 FA컵 정상에 오르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성남 김학범 감독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2로 이긴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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