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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의 동부산성, '도움제조기' 안재욱으로 스피드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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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의 동부산성, '도움제조기' 안재욱으로 스피드 업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01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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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SK전 역전패 악몽 딛고 어시스트 7개 맹활약

[스포츠Q 이세영 기자] 김주성(35)과 윤호영(30) 등 국가대표 포워드진이 즐비한 원주 동부는 ‘동부산성’이라 불릴 정도로 우월한 높이를 자랑한다. 선이 굵은 농구를 표방하는 동부는 높이의 힘으로 지금까지 세 차례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동부에 막강한 높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센터와 포워드진의 원활한 득점을 도우며 재간둥이 역할을 하는 안재욱(27)이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두 번의 충격은 없었다. 일주일 전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안재욱은 같은 팀을 상대로 한 리턴매치에서 영양가 만점의 어시스트를 펼쳐냈다.

그는 3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서울 SK와 경기에서 6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87-61 대승에 앞장섰다. 3연패 수렁에서 벗어난 동부는 13승7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1위 모비스와 격차를 3경기로 줄인 동부는 잠시 쉬어갔던 선두 추격을 재개했다.

▲ 안재욱(왼쪽)이 3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SK전에서 원핸드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일주일 전 악몽 씻은 '어시스트 쇼'

안재욱에게 지난 23일 SK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다 이긴 경기를 자신의 턴오버로 그르쳤기 때문이다.

당시 2쿼터까지 41-26으로 압도적인 리드를 잡았던 동부는 3쿼터부터 수비가 흔들리며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4쿼터에는 안재욱의 결정적인 턴오버로 동점을 허용, 연장까지 돌입한 끝에 패배를 떠안고 말았다.

안재욱은 팀이 64-61로 앞선 4쿼터 16.3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을 범했다. SK의 전면강압 수비에 하프라인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패배의 단초가 됐다. 경기 종료 12초 전 김선형에게 동점 3점포를 얻어맞은 동부는 연장 접전 끝에 68-69, 1점차로 졌다. 팀이 큰 점수차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당한 패배였기 때문에 안재욱의 충격이 더욱 컸다.

이후 안양 KGC인삼공사와 부산 KT에게 연달어 덜미를 잡힌 동부는 3연패 늪에 빠지며 선두싸움에서 한 발 뒤처졌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안재욱은 두 번 울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SK를 다시 만난 그는 절묘한 패스로 상대 수비의 혼을 빼놓았다. 김주성, 앤서니 리처드슨과 찰떡호흡을 자랑하기도 했다.

안재욱은 동부가 기선을 제압한 1쿼터에서 무려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골밑을 빠르게 돌파한 뒤 왼쪽에서 노마크로 있던 한정원에게 패스한 안재욱은 팀의 첫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상승세를 탄 그는 1쿼터를 8초 남긴 상황에서 김주성에게 절묘한 앨리웁 패스를 해 팀이 25-9로 앞서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쿼터에도 3개의 어시스트를 추가했다. 쿼터 초반 김종범의 3점슛을 도운 뒤 SK의 수비를 무너뜨리는 바운드 패스로 윤호영의 득점을 도왔다.

쿼터 중반에는 윤호영의 높이를 이용한 아울렛 패스로 팀 사기를 더욱 올렸다. 거침없는 패스워크로 일주일 만에 활짝 웃었다.

▲ 안재욱이 3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SK전에서 작전을 내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 노련미·실력 겸비, 팀 컬러까지 바꾸다

둥부의 포인트가드진은 안재욱과 박지현(35), 김현중(33), 두경민(23)으로 이뤄져 있다.

10년 이상 프로 무대를 누비며 산전수전을 겪은 박지현과 김현중은 안재욱보다 경험 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때문에 풀타임을 소화하기가 힘든 단점이 있다. 또 김현중은 2008~2009시즌 울산 모비스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을 때보다는 기량이 떨어졌다.

따라서 이들의 체력적인 한계를 안재욱과 두경민이 메워줘야 하는데, 두경민은 지난 시즌에 드러났듯 경기 운영이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 오래 뛸 경우 볼 소유시간이 늘어나는 단점을 노출했다.

이에 안재욱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과 가드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는 앞으로 동부 가드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선이 굵은 대신 느린 농구를 구사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동부가 안재욱의 한 박자 빠른 패스워크에 힘입어 스피드까지 겸한 팀으로 진화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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