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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프로농구 도약 ABC, D리그에서 새롭게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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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프로농구 도약 ABC, D리그에서 새롭게 꿈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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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꿈꾸는 B급들의 '도약 Chance' 2군 폐지로 윈터리그 대체…출전시간 보장받으며 기량 발달·점검

[300자 Tip!]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한국프로농구(KBL)에 2군이 없어졌다. 2군 드래프트도 사라졌고 2군 선수들이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뛸 수 있었던 윈터리그까지 없어졌다. 모든 선수들은 정규 엔트리에 포함돼 정규 경기에 뛸 수 있다. 그러나 주전과 식스맨 등에 밀린 후보 선수들은 출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대로 도태되어야 할까? 윈터리그는 없어졌지만 KBL은 후보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판'을 깔아줬다. 바로 D리그다.

[고양=스포츠Q 글 박상현 박현우·사진 이상민 기자] 프로야구에서 서건창(25·넥센) 같은 신고선수 또는 늦깎이 중고 신인이 뒤늦게 MVP까지 차지하며 빛을 보는 이유, K리그에서 이근호(29·카타르 엘 자이시) 같은 스타급 선수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 그 이유를 찾아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2군 제도다.

프로야구 정규 엔트리는 26~27명으로 한정돼 있다.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하면 2군이 뛰는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해야 한다.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 선수들이 기회를 잡게 되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K리그도 마찬가지. 리저브리그로 불렸던 R리그가 지금은 폐지됐지만 2군 리그 운영을 통해 적지 않은 선수들이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 선수들이 2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열린 KBL D리그 경기에서 점프볼을 하고 있다.

프로농구에도 지난해까지 2군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구단들이 2군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하게 됐다. 이에 따라 KBL은 사실상 효과가 떨어진 2군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구단이 14명 이상을 보유하도록 규정을 고쳤고 새롭게 KBL D리그를 출범시켰다.

KBL D리그의 기본 얼개는 윈터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10일 시작돼 내년 1월 22일까지 진행하는 KBL 1차 D리그는 서울 삼성과 서울 SK, 고양 오리온스, 인천 전자랜드, 전주 KCC 등 5개팀에 원주 동부, 울산 모비스, 안양 KGC, 부산 KT 등 네 팀으로 이뤄진 연합팀과 상무까지 모두 7개팀이 참가한다. 내년 1월 26일부터 2월 17일까지 벌어지는 KBL 2차 D리그에는 상무를 뺀 여섯 팀이 자웅을 겨룬다.

◆ 전날 정규경기 뛰고 D리그도 출전 가능, 커디션 조절 큰 도움

윈터리그와 D리그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출전 엔트리다. 윈터리그는 1군과 2군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1군 선수들은 출전이 불가능하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2군으로 내려가야만 윈터리그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1, 2군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D리그에서 뛸 수 있다. 후보 선수들뿐 아니라 부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험 출전이 필요한 선수들도  D리그에서 뛸 수 있다.

지난달 9일 KCC전에서 안면 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던 최부경은 복귀 시점에서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자랜드와 D리그 경기에 출전, 22분 가량을 뛰었다.

또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부상으로 지난 10월 오른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던 조성민은 재활 치료 뒤 지난달 24, 25일 SK전, KCC전에 연속 출전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 연합팀의 김주성(가운데)이 2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KBL D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돌파를 하고 있다. 김주성은 울산 모비스 소속으로 1일 창원 LG와 원정경기를 치르고 올라와 KBL D리그 경기를 치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부상 치료와 재활이 끝난 뒤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마이너리그에서 컨디션 점검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프로야구 역시 스타 선수가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컨디션 점검을 하고 다시 1군으로 복귀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규경기를 뛰었던 선수가 그 다음날 D리그에도 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오후에 열리는 D리그에 출전한 뒤 당일 저녁에 열리는 정규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2일 연합팀과 삼성의 경기에서는 전날 정규경기를 뛰었던 '모비스 삼총사'가 출전했다. 김주성과 배수용, 김수찬 모두 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창원 LG와 경기를 마친 뒤 서둘러 올라와 D리그 실전까지 소화했다.

김수찬은 "새벽에 도착해 숙소에서 KBL D리그 출전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뛰는 것 자체가 기대되기 때문에 피로를 느낄 틈이 없다"며 "훈련을 하면서 연습했던 것을 실전에서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주성도 "밤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출전시간을 보장받으면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며 "감독님이 지시해준 공격과 수비에 대한 것을 실전에서 써보고 잘못된 것을 수정할 수 있어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사례는 더 있다. 삼성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동우도 슛 감각이 떨어지는 등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었다. 컨디션을 조절하려면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경기 감각을 찾아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D리그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것이 큰 힘이 됐고 결국 지난달 28일 오리온스와 홈경기에서 3점슛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팀의 9연패를 끊는 영웅이 됐다.

▲ 서울 SK 선수들이 2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KBL D리그 경기를 마친 뒤 웃는 낯으로 퇴장하고 있다.

KBL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유경준 씨는 "2군이 없어지고 모든 선수가 1군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1, 2군의 이동절차가 사라졌다. 덕분에 후보 선수들도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정규 경기의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의욕이 생겼다"며 "각 팀들의 코치들도 KBL D리그를 통해 선수들을 점검하며 정규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엔트리 부족한 팀들은 연합팀 만들어 출전

윈터리그와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연합팀이 있다는 것이다.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가 적어 단일팀을 구성해 D리그에 출전할 수 없는 경우다. 여기에 동부와 KT, 모비스, KGC가 포함됐다. LG는 팀 사정을 이유로 D리그 출전을 고사했다.

연합팀을 이끌고 있는 오성식 감독은 "모두 대학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인데 프로에서 밀려 출전시간과 운동량이 줄어들었다. 경기를 뛰지 않으면 운동량이 준다"며 "처음 선수들이 경기를 뛰어보면 3분하고 힘들어서 교체해달라고 한다. 이런 경기를 계속 해봐야 경기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2군 제도가 있었을 때는 선수가 모자라 팀 구성을 하지 못해 연습경기는 물론 윈터리그 출전도 하지 못헀다. 하지만 연합팀이 생기면서 선수들을 모아 뛸 수 있게 됐다"며 "2군 단일팀을 만들지 못할 바에는 여러 팀이 함께 모여 경기를 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씩 경기를 뛰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조성민 역시 연합팀에서 두 경기를 뛰었다. 만약 연합팀의 일원으로 뛰지 못했다면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하고 곧바로 정규 경기에 투입되어야만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지난달 24일 첫 경기에서는 몸이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이 한눈에 보였지만 둘째날 경기부터 제 실력이 나왔다"며 "또 고참으로서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해주고 경기를 이끌었다. 후보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 원주 동부와 부산 KT, 안양 KGC, 울산 모비스 선수들로 이뤄진 연합팀의 오성식 감독이 2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KBL D리그 경기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조직력이다. 각기 다른 네 팀이 모여 출전하다보니 조직력에 있어서는 문제점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조금씩 경기를 뛰면서 맞춰가는 방법 외엔 없다.

오성식 감독은 "KBL D리그는 재활선수에게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고, 후보 선수들은 기량을 쌓아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의 무대다. 의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 일선 지도자 "NBADL 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프로의 일선 지도자들은 KBL D리그가 후보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인정한다. 경기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뛸 수 있는 판이 깔려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량 발전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프로농구(NBA)가 운영하는 마이너리그인 NBADL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NBADL은 KBL D리그와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르다. KBL D리그는 KBL의 팀들이 운영하지만 NBADL은 MLB의 마이너리그처럼 개별 팀들이 있다.

▲ 서울 삼성 이규섭 코치가 2일 고양보조체육관에서 열린 연합팀과 KBL D리그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규섭 코치는 향후 KBL D리그가 NBADL처럼 개별 팀 창단 및 계약을 통해 출전 기회가 늘어나고 선수들의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NBADL에서 뛰는 대부분 선수들은 개별 팀과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NBADL과 계약을 맺는다. 또 각 팀들은 12명의 선수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2명 이상은 NBA 소속 선수이고 나머지를 NBADL 선수들로 채우게 된다.

각 NBA 팀들은 계약을 맺고 있는 NBADL 팀에 자신들의 선수들을 보낼 수 있는데 이는 1년차 또는 2년차에 한한다. NBA 선수들은 NBADL에 내려가 있는 동안은 엔트리에서 제외되지만 연봉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NBADL과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각 팀에 배치되고 여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NBA 팀들의 러브콜을 받으면 NBA로 올라갈 수 있다.

미국 농구 유학을 다녀왔던 이규섭 삼성 코치도 향후 KBL D리그가 발전적으로 해체되고 NBADL 식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지도자다.

▲ 김동우(왼쪽)가 지난 28일 서울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프로농구 경기에서 버저비터 3점슛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김동우 역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KBL D리그에서 컨디션을 회복해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다. [사진=스포츠Q DB]

이규섭 코치는 "한국 프로농구, 그리고 농구계가 더욱 풍성해지려면 NBADL식의 운영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프로농구를 쉽게 볼 수 없는 지역에서도 팀이 생겨나 리그를 펼칠 수 있게 된다"며 "예를 들어 잠실실내체육관을 홈코트로 쓰고 있는 삼성이 송파구청과 계약을 맺고 송파구청팀이 창단된다면 프로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않은 선수와 함께 삼성에 보유하고 있는 선수 몇몇을 내려보내 팀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파구청팀이 탄생할 경우 실업팀 자격으로 농구대잔치나 전국체전 등에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선수가 실업팀으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규정을 따로 두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이 코치는 "프로팀 외에 여러 팀이 생기게 되면 젊은 선수들이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기량 발전을 통해 프로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며 "KBL D리그를 활성화시키는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모두가 공생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 후기] KBL D리그는 여전히 '썰렁'했다. 경기가 열린 고양보조체육관에는 20여명 정도의 팬들이 경기를 관전했다. 팬들이 워낙 적다보니 공식 관중집계도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기록지의 관중수는 '0'으로 적혀 있을 정도로 외면당하고 있다. 기자는 방성윤(전 SK) 취재를 위해 NBDL(NBADL의 전신) 로어노크 대즐을 방문한 적이 있다. 크지 않은 도시의 팀이지만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적지 않은 팬들이 몰렸다. 이에 비하면 KBL D리그는 아직 선수와 코칭스태프, KBL 관계자들만의 판이다. 스포츠의 한 요소 가운데 팬, 관중이 들어가다면 KBL D리그 역시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은 후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흥겨운 판이 되기 위해서는 농구인들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의 KBL D리그 경기가 벌어진 2일 고양보조체육관에는 20여명 정도의 팬들만 관전했다.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2군 윈터리그 때와 다를 것이 없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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