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최대성 기자] 어두운 무대, 실루엣의 미세한 손동작에 차디찬 푸른 조명이 켜지고 노래가 시작됐다. 그들의 음색은 지독히도 쓸쓸했다. 그리고 아련했다. 한 음 한 음 토해낼 때마다 애써 묻어뒀던 저마다의 회한이 허공으로 흩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무대 위 어디에도 악기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화음은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웅장했다.
곡은 중반부를 넘어 클라이맥스를 향해 갔다. 차곡차곡 쌓여진 사랑의 쓸쓸함을 견디지 못한 방청객들은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다. 특히, 서로의 눈빛, 손짓 그리고 몸짓을 바라보며 소름 돋는 화음을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호흡에 객석의 팬들은 감격의 눈물과 기립박수를 선물했다.
연이은 한파로 마음까지 얼어붙은 지난 20일, 그보다 더한 쓸쓸함으로 추위를 잊게 만든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인호진,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의 이야기다. 그들은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가수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러 우승을 차지했다.
아카펠라의 진수를 보여준 그들의 완벽한 하모니는 며칠, 몇 달 준비해서 나오는 게 아닐 것이다. 수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연습한 오랜 호흡에서 나온 것이다. 각자의 재능에 노력과 시간이 더해져서 이루어진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에 두 귀가 호강한 주말 저녁이었다.
스포츠에서도 불후의 명곡이 있다. 싱크로나이즈드, 피겨스케이팅, 테니스, 축구, 배드민턴 등 주로 팀을 이뤄 치르는 경기서 감탄을 자아낼 만한 움직임 및 패스 등이 갑작스레 번뜩일 때가 있다. 오랜 훈련기간을 통해 눈빛만 봐도 어디로 움직일지 또는 어떻게 패스할지를 본능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바로 그 때가 스윗소로우가 보여준 완벽환 호흡과 같은 것이다. 그러한 장면은 비록 득점이 되지 않더라도 팬들의 감탄과 기립박수를 이끌어 낸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과 좋은 기록이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건 분명하지만 순간 순간 번뜩이는 선수들의 '불후의 호흡'들을 눈여겨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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