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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해적맨' 강정호가 이겨내야 많은 것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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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해적맨' 강정호가 이겨내야 많은 것이 바뀐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1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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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 인식 전환, 스몰마켓 팀들의 움직임 가능성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큰일 해냈다. 한국 리그에서 뛰었던 야수가 최초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한국 야구계의 경사다.

강정호(28)는 17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2019년 구단이 행사하는 옵션 1년 포함, '4+1년' 총액 1650만 달러(178억원)의 조건에 합의하며 미국메이저리그(MLB)행을 최종 확정지었다. 그는 바로 애리조나로 건너가 넥센 스프링캠프에 합류, 다음달 새 팀 훈련에 참가하기 전까지 적응과 성공을 향해 발빠른 준비에 들어갔다.

1차 관문은 통과했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마침내 꿈을 잡은 강정호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에서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

▲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1호 야수 강정호가 잘 해내면 한국 야구 지형도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 [사진=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 공식 트위터 캡처]

◆ 어린 선수들의 인식 전환 

큰 꿈을 꾸는 많은 선수들이 고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지난해에도 고교 최대어로 꼽히던 야탑고 출신 박효준이 계약금 116만 달러(12억원)의 조건으로 뉴욕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들이 자리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트리플 A에서 뛰고 있는 이학주는 7년째 될듯말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직 추신수만이 시련을 딛고 일어나 초대형 계약(7년 1억3000만 달러)을 맺었을 뿐이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잘 해봤자 미국에서는 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자존심이 상해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투수 대표 류현진이 MLB에 연착륙해 성가를 높이고 있는데 이어 야수 대표 강정호마저 경쟁에서 이겨고 잘 해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굳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고생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7년간 기량을 갈고 닦은 후 선수로서 전성기의 나이가 됐을 때 나가면 된다. 20대 중후반이면 기량도 기량이지만 멘탈도 더 단단하기 마련이다. 강정호처럼 트리플 A급 외국인 투수들의 공을 완벽히 공략한 후 가도 늦지 않는 것이다.

◆ 스몰마켓 팀들도 움직인다

피츠버그는 지난 시즌 선수단 연봉으로 7192만 달러(789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MLB 30개 구단 가운데 28위였다.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등 대도시를 기반으로 한 팀이 아닌 스몰마켓 대표주자 피츠버그가 한국인 야수에게 총액 1650만 달러(178억원)를 썼다.

이는 마케팅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곧 서울 한복판에서도 검정 노랑 조합의 파이리츠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대한 관심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

강정호가 주전으로 입성하게 되면 연일 피츠버그 소식이 들려오게 된다. 해적선 선장 앤드루 맥커친은 류현진의 절친 후안 유리베 못지않은 친근한 존재가 될 것이다. 클린트 허들 감독의 코멘트 하나하나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리라.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할 때 그랬던 것처럼 한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PNC파크(피츠버그 홈구장)에 광고를 걸려 들 것이다. 강정호가 잘 해서 얻게 되는 유무형의 가치는 스몰마켓 팀들을 움직이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 일본 리그를 평정했던 내야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강정호가 활약하면 구단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야구팬 눈높이 상승 효과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다. 무수히 많은 데이터들은 야구를 즐기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4~5일 휴식을 갖는 선발 류현진과는 달리 매일 경기에 나서는 강정호는 야구팬들의 눈높이를 끌어올릴 것이다.

강정호의 스윙 하나, 송구 동작 하나하나가 현미경 분석으로 다뤄지기에 그렇다. 타구 방향, 수비 시프트 등은 물론이고 한국 무대에서 올렸던 성적과 비교하는 데이터들이 쏟아질 것이다. 한국서 뛴 적이 없는 추신수를 통해서는 양 리그간 비교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보여줬던 장타력(3년 평균 29홈런)을 MLB에서도 보여준다면 일본 프로야구에서 톱 클래스였던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츠요시 등 내야수들의 실패 사례도 꾸준히 언급될 것이다. ‘한국형 야수’의 탄생이 국민에게 줄 뿌듯함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피츠버그 지역지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는 강정호의 해적선 승선이 확정되자 “구단은 다수의 스카우트를 한국으로 보내 강정호를 꾸준히 지켜봐왔다”며 “그가 올린 환상적인 성적이 MLB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낼지 모델링을 해봤다”고 전했다.

구단이 거는 기대가 이만큼이다. 강정호가 잘 해내면 많은 것이 바뀐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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