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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천재를 향한 광기의 충돌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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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천재를 향한 광기의 충돌 '위플래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2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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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대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실력자이자 폭군인 플렛처 교수(J K 시몬스)에게 발탁돼 그의 스튜디오 밴드 보조 드러머로 들어간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자존심을 자극하며 집착을 끌어낸다. 앤드류는 음악에 방해가 된다며 여자친구에게 결별 통보를 하고, 방해가 되는 라이벌을 깔아뭉개며, 교통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채 리허설에 참여하는 등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위플래쉬’는 전설의 재즈 색소폰 뮤지션 찰리 파커가 부단한 연습 끝에 천재로 거듭난 사례와 감독의 재즈밴드 드러머 시절, 드럼이 인생의 전부이자 극한의 두려움이었던 경험담을 모티프 삼아 만들어졌다.

▲ 극중 앤드류와 플렛처 교수

“악기가 무기로 변하고 내뱉는 말들이 총만큼 난폭한, 하지만 그 배경은 전쟁터가 아닌 리허설 룸이나 무대가 되는 갱스터영화의 느낌이 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다미엔 차젤레(30) 감독의 의도는 스크린에 충분히 구현된다. 풍성한 재즈음악의 향연인 ‘위플래쉬’는 음악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사제관계는 예상을 깨트리고 광기의 대결로 치닫는다. 두 인물의 팽팽한 대립과 숨 쉴 틈 없이 몰아지는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은 스릴러 영화의 공식을 밟아가며 러닝타임 내내 ‘역대급’ 몰입을 이끌어낸다. 음악만으로도 극한의 쾌감과 스릴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다.

영화의 제목인 ‘위플래쉬(Whiplash)’는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곡의 제목으로 중간 부분 드럼 파트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의 질주하는 독주 파트가 백미다. 원래의 뜻은 ‘채찍질’로 학생에게 가하는 선생의 독한 교육을 비유한다. 영화 마지막 5분, 기관총처럼 난사하는 드럼스틱과 땀방울·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카네기홀 무대 위 앤드류의 즉흥연주(Improvisation) 장면은 압권이다.

실제 음악에 푹 빠진 대학생 드러머 톤을 유지한 마일즈 텔러의 연기력도 인상적이지만 J K 시몬스의 굴곡 심한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싸늘함과 엄격함, 애제자의 죽음에 눈물 흘리고 작은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짓는 감상 어린 표정 등 시시각각 돌변하는 표정연기는 신들린 듯하다. 남우조연상을 휩쓸고 있는 이유를 여실히 확인하게 된다.

▲ '위플래쉬'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오른쪽)

예술가로서 위대해지고 싶은 광기 어린 욕망을 신선한 연출로 담아낸 ‘위플래쉬’는 한편으로 엘리트 위주의 국내 예체능 교육에 많은 걸 시사한다. "가장 혐오스런 말이 '그만하면 됐어(Good Job!)야. 한계를 뛰어넘도록 밀어붙여야 해!" "그러면 찰리 파커라도 위축되지 않을까요?"란 플렛처 교수와 앤드류의 대사는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우리의 교육현장을 지배하는 정신 그리고 관계는 무엇인지 성찰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댄스영화제, 도빌영화제, 캘거리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관객상을 모조리 차지했으며 영국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을 석권한 데 이어 이달 열리는 아카데미상 5개 부문(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후보에 올라 있다. 3월12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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