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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D-1, 차두리와 이별에 대처하는 한국축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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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D-1, 차두리와 이별에 대처하는 한국축구의 자세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30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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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레전드에게 합당한 응원 보내달라", 대한축구협회 '금박 유니폼' 준비

[파주=스포츠Q 민기홍 기자] “관중들도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합당한 응원과 박수를 보내달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요청이다. 14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조국에 헌신한 차두리를 향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달라는 것. 한국 축구대표팀과 차두리(35·FC 서울)가 이별할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친선경기 뉴질랜드전에서 14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한국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찬란한 영광에 앞장섰던 전설을 아름답게 보내주기 위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파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골든 유니폼. 차두리는 31일 뉴질랜드전 하프타임에 이 유니폼을 기념 선물로 받을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은퇴를 한 선수들과는 달리 차두리는 현역 선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탠드에서 전반전을 마치고 내려오는 것보다는 경기를 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해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관중들도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며 “차두리라는 이름에 맞는 합당한 응원과 박수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현 대표팀 내 20대 초반의 선수들로부터 ‘삼촌’이라 불리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주축 선수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지동원은 아직 차두리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두리 형이 없는 대표팀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활력소가 돼주신 분이다. 굉장히 아쉽다. 하루빨리 좋은 오른쪽 풀백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차두리로부터 들은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선수 커리어는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할 일에만 집중하라고 해주신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유럽 생활에 큰 힘이 됐다”고 귀띔했다.

지동원은 “두리형의 은퇴를 대비해 선수들이 따로 마련한 이벤트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마지막 가는 길인만큼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대신 대한축구협회가 성대한 은퇴식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협회 홍보팀이 공개한 ‘금박 유니폼’이 대표적인 예다. 차두리의 백넘버 22번이 금색으로 둘러진 유니폼으로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차두리는 당초 이 유니폼을 입고 뛰려 했으나 다른 선수들과 백넘버 색깔이 다르면 정식경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막혀 계획이 무산됐다.

▲ [파주=스포츠Q 최대성 기자] 손흥민(오른쪽)이 훈련 시작에 앞서 차두리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이 유니폼은 전반을 마친 후 차두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홍보팀 이재철 과장은 “차두리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2001년 11월 8일 세네갈전부터 마지막 경기인 2015년 3월 31일 뉴질랜드전까지 모든 역사가 유니폼 전면에 새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든슈와 트로피, 감사패도 함께 전달된다.

차두리는 분명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뉴질랜드전은 76번째 A매치로 역대 선수들 중 3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선수 생활 중간 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4골 7도움은 크게 눈에 띄는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팬들로부터 최고의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차두리가 보여줬던 퍼포먼스에 합당한 환호를 보낼 일만 남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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