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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두 대가의 웰메이드 '프랑스' 콜라보 '아르스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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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두 대가의 웰메이드 '프랑스' 콜라보 '아르스노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0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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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정기 시리즈 ‘아르스노바’의 관현악 콘서트 ‘명상&신비’(7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는 프랑스 음악에 정통한 두 대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프랑스 현대음악 작곡가 앙리 뒤티외의 ‘메타볼’, 파스칼 뒤사팽의 바이올린협주곡 ‘상승’이 1부를 장식했고, 2부는 올리비에 메시앙의 ‘그리스도의 승천’이 연주됐다. 뒤티외의 음악적 형식미가 두드러지는 ‘메타볼’, 정신적 일출을 광대하게 잡아낸 뒤사팽의 ‘상승’, 종교적 신비를 향한 창작적 접근을 시도한 메시앙의 ‘그리스도의 승천’을 통해 지난 80년간 프랑스 현대음악이 걸어온 발자취 그리고 성과를 응축해 보여줬다. 이 세 사람은 ‘음색 작곡가’로 불리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 '메타볼'을 연주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서울시향[사진=서울시향 제공]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몸을 담으며 프랑스 음악의 걸출한 해석자로 인정받아온 거장 정명훈이 처음으로 ‘아르스노바’ 시리즈의 지휘봉을 잡은 데다, 4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수학하고 연주활동을 해온 현대음악계의 대가 강혜선(바이올리니스트)이 협연한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공연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연의 막은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메타볼’이 열었다. 각기 다른 음악적 아이디어가 변용을 거듭하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곡이다. 5개의 악장마다 중심 악기군이 목관, 현, 금관, 타악기, 전체 오케스트라로 다르게 배치돼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멜로디, 리듬, 하모니, 악기차이에서 오는 변용을 치열하게 끌고나간 정명훈의 지휘와 서울시향의 예리한 연주가 돋보였으며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 OST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2012년 만들어진 ‘상승’은 현대음악의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보다 서정적이고 음악적인 작품이다. 일출 과정의 관조를 통해 정신적 일출을 아름다운 선율과 멜랑콜리한 정서로 표현한 곡이기도 하다. 고음의 솔로 바이올린과 저음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시작한 연주는 시종일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투쟁으로 달려갔다. 이러한 알력을 통해 섞이고 다시 만나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여행’이 흥미로웠다.

 

강혜선은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채 극도로 절제된 움직임으로 여전사처럼 오케스트라와 투쟁을 벌였다. 민첩한 운지법과 유려한 보잉으로 만들어내는 3악장에서의 분노와 고통, 절망 등 드라마틱한 선율은 감탄을 자아냈다. ‘상승’이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지닌 곡인지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해석해내는 모습에서 왜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곡을 그녀에게 헌정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1부를 강혜선이 지배했다면 2부는 지휘자 정명훈의 진가가 다시한번 확인된 무대였다. ‘그리스도의 승천’은 현대음악이지만 클래식 음악의 형식미와 분위기를 갖춘 대작이다. 메시앙의 초기작임에도 그의 음악적 스타일이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느리고 장엄한 1악장에 이어 2악장은 묵직하게 깔리는 잔향효과와 종달새의 지저귐 마냥 튀어나오는 사운드가 명징하게 대비됐다. 빠른 템포의 힘이 넘치는 3악장에서는 바이올린 파트의 치열한 음색과 첼로·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합주, 금관·목관악기군과 타악기의 웅장함이 풍성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4악장에선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인간의 여정’이라는 주제를 유장하게 그려냈다.

▲ 메시앙의 '그리스도의 승천'을 연주한 뒤 청중의 환호에 답하는 지휘자 정명훈

포디엄 위 정명훈은 공연 내내 속세의 짐을 모두 내려놓은 구도자처럼, 때로는 승천하는 그리스도처럼 지휘봉을 움직이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영혼의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에 사로잡혔을 때 활과 지휘봉이 허공을 향한 채 멈추며 음악은 끝났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청중들은 이날의 수연에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환호를 보냈다. 35분의 연주시간 동안 지상과 천상을 오가는 여정에 동참한 기분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다만 관현악 공연장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LG아트센터의 좁은 무대가 공연의 거대한 감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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