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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의정부소녀 유소정의 '고향 데뷔전', 아픈만큼 성숙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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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의정부소녀 유소정의 '고향 데뷔전', 아픈만큼 성숙해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09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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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BISCO와 핸드볼 코리아리그 "과욕 부리다 망쳤다" 자평…발목 부상 완쾌, 차세대 에이스 도약 다짐

[의정부=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하고 싶은만큼 잘 되지 않아서 너무 속상해요. 더 잘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망쳐서 실망이 커요."

한국 여자핸드볼의 '떠오르는 샛별' 유소정(19·SK 슈가글라이더즈)이 아쉬운 마음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의정부여고 출신인 유소정은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 SK핸드볼 코리아리그 부산 BISCO와 경기에 출전했지만 마음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아 속상해했다.

유소정의 소속팀인 SK 슈가글라이더즈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을 17-13으로 앞서나가고 한때 24-17, 7점차 리드를 잡고도 부산 BISCO의 뒷심에 밀려 32-32로 비겼다. 종료 1분 25초를 남겨놓고 30-32로 역전당해 패색이 짙었지만 정소영과 한종숙의 연속골로 가까스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유소정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여자 실업핸드볼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제2의 류은희'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준희(19·부산 BISCO)가 전체 1순위의 영예를 안았지만 유소정 역시 지난해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에서 81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던 재목이다. 오히려 이름값에는 유소정이 앞선다는 평가도 있었다.

20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에서 두 살 많은 언니들과 함께 뛰며 차세대 공격수임을 과시했던 그는 곧바로 18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까지 뛰었다. 주니어선수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고 청소년선수권에서는 5위에 올랐다.

▲ [의정부=스포츠Q 최대성 기자] SK 슈가글라이더즈 유소정(가운데)이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 BISCO와 2015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세계선수권 끝난 뒤 발목 부상, 5개월의 기나긴 재활

각종 세계선수권에서 기록을 남겼음에도 유소정이 3순위로 밀렸던 것은 바로 부상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부상을 잠시 당한 경험은 있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단 한번도 아파본 적이 없던 그였다.

유소정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은 뒤 "부상이 있어 정상은 아니지만 빨리 나아서 몸이 부서지도록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교 무대에서 경쟁했던 선수들에 드래프트 순위에서 밀린 것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특히 1순위로 뽑힌 박준희 역시 유소정과 같은 포지션인 라이트백이다.

오른쪽 발목 연골에 뼛조각이 있어 한동안 뛸 수 없었던 유소정은 "사실 부상이 많은 편이 아닌데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다쳐서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유소정은 SK에 입단한 뒤에도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치료와 재활까지 3~4개월 정도 걸린다는 진단을 받아 부상 회복에만 집중했다. 다행히 코리아리그 개막 2주전인 지난달 말에 완쾌 판정을 잡고 비로소 공을 잡았다.

유소정은 "5개월만에 공을 잡았다"며 "이제 완전히 부상에서 회복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뛸 수 있는 몸상태가 됐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시 문제는 경기 감각이었다.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미스가 많이 나왔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 [의정부=스포츠Q 최대성 기자] SK 슈가글라이더즈 유소정(왼쪽에서 두번째)이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 BISCO와 2015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수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국가대표 라이트백인 정소영과 번갈아 가면서 출전한 유소정은 부산 BISCO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후반에 들어가 일대일로 맞붙어서 붙여주고 패스해줘서 언니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욕심이 많아 그러질 못했다"며 "득점 욕심에 계속 빼주지 않고 자꾸 내가 해결하려다가 막혔다"고 후회했다.

◆ 설레고 긴장됐던 '고향 데뷔전',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이날은 SK핸드볼 코리아리그의 의정부 일정 첫 날이었다. 게다가 SK 슈가글라이더즈와 부산 BISCO의 맞대결은 여자부 첫 경기였다. 그런만큼 의정부여고 출신의 유소정은 '고향 데뷔전'을 더욱 이기고 싶었고 열심히 뛰기를 간절히 바랐다.

유소정은 "사실 올림픽공원에서 치렀던 경기도 잘하지 못해서 너무 긴장이 됐다"며 "첫 경기인 경남개발공사전은 크게 앞서고 있었을 때 들어가서 큰 부담이 없었지만 컬러풀대구(대구시청)과 경기에서는 팽팽한 접전에서 출전해 너무 긴장됐고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의정부에서 데뷔전을 치른다고 하니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2시까지 못잤다"며 "엄마 아빠가 전날 전화를 걸어주셔서 그나마 마음이 좀 나아졌다. 컬러풀대구와 경기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니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상심이 크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유소정은 아직 신인이다. 훈련을 하고 실전을 치른지 이제 3주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5개월을 쉰 선수가 주니어선수권과 청소년선수권 당시 기량을 단 3주만에 회복한다는 것은 스타급 선수들도 하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고향 데뷔전이었기에 더욱 욕심이 났다.

▲ [의정부=스포츠Q 최대성 기자] SK 슈가글라이더즈 유소정(가운데)이 9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부산 BISCO와 2015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팀 동료에게 패스한 뒤 수비 뒷공간을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유소정은 소속팀 SK에서 숙소생활을 한다. 실업팀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숙소생활이다. 의정부여고 다닐 때만 하더라도 집에서 다녔지만 이제는 숙소에서 지내야 하고 통금시간까지 있어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소정은 "(이)진영이 언니나 (원)미나 언니, (정)소영 언니, (김)혜진 언니들이 너무 잘 챙겨준다. 모든 선배 언니들이 막내라고 귀여워해주시고 먼저 챙겨주신다"며 첫 실업팀 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선배 언니들이 잘 보살펴준다는 것은 그만큼 유소정이 숙소 생활도 잘하고 막내로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소정은 벤치에 앉아있으면서도 파이팅을 외치고 선배들이 물을 요청하면 먼저 달려가 컵에 물을 따라주곤 했다. 그의 바지런함에 함께 앉아있던 선배들도 어깨를 툭툭 치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견하다는 표정이었다.

유소정이 의정부에서 치를 두번째 경기는 오는 11일 광주도시공사전이다. 구단 버스를 타고 단체 이동을 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른 유소정은 "다음 경기는 제발 좀 정신 차리고 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머리를 툭 쳤다. 그만큼 욕심이 많은 유소정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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