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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언니들 넘는 숭실대 '컬링 시스터즈'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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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언니들 넘는 숭실대 '컬링 시스터즈'의 희망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5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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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표팀 경북체육회 등 꺾고 2년 연속 한국선수권 준우승…상비군 '올림픽팀'으로 평창 준비 박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봤을 때 간혹 실업팀 또는 프로팀과 당당하게 맞서거나 넘어서는 대학팀이 나오곤 했다.

예전 농구대잔치 시절 고려대와 연세대가 당시 실업팀을 긴장시키거나 아예 우승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경기대 등이 실업팀과 팽팽하게 맞섰다. 여자농구는 아예 고등학교 팀이 실업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배들과 맞서 대등한 또는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는 후배들의 출현은 종목의 인기와 발전을 불러왔다. 농구만 해도 프로로 가는 발판이 됐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자컬링에도 실업팀 언니들을 긴장시키는 '차세대 컬스데이'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뛰며 호흡을 맞춰와 뛰어난 기량과 호흡을 자랑하는 숭실대 여자컬링팀이 그들이다.

▲ 우수빈(왼쪽부터), 박정화, 김예현, 김수지, 김혜인 등 숭실대 여자컬링팀 선수들이 20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끝난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숭실대 여자컬링팀은 지난 20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끝난 2015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에서 지난해 우승팀 경북체육회와 전북컬링연맹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며 '컬스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최강' 경기도청에 졌지만 지난해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상비군에 해당하는 '올림픽팀'에 뽑혔다.

◆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 눈빛만 봐도 아는 찰떡 호흡

스킵 김수지(22)와 세컨 김혜인(22), 서드 박정화(22), 리드 김예현(21), 후보인 핍스 우수빈(20)으로 구성된 숭실대 여자컬링팀의 장점은 바로 조직력이다. 눈빛만 봐도 알 정도의 찰떡 호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모두 의정부 송현고등학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선후배 사이들이다. 올해 졸업반인 김수지, 김혜인, 박정화부터 3학년 김예현은 1년 선후배 사이로 2년 동안 함께 했고 2011년 우수빈이 입학했다. 송현고는 A팀과 B팀이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워 여고부에서 전국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김수지와 우수빈도 1년 동안 송현고에서 함께 했지만 같은 팀에서 뛰지는 못했다.

이후 김수지, 김혜인, 박정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2년 숭실대 입학과 동시에 창단 멤버가 됐다. 이어 2013년 김예현, 지난해 우수빈이 차례로 들어왔다.

▲ 숭실대 김혜인(가운데)이 20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 결승전에서 조심스럽게 스톤을 던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김수지의 경우 회룡중 출신이고 우수빈은 민락중을 나와 서로 중학교는 달랐지만 고등학교에서 함께 뭉쳤던 것이 대학 최강 숭실대를 만들었다. 얼마 되지 않는 대학부에서는 이미 숭실대를 당해낼 팀이 없고 실업팀까지 긴장시키는 팀으로 발전했다.

김수지는 숭실대의 국내 랭킹을 묻는 질문에 "정확한 순위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승전, 최소한 4강은 올라가는 팀"이라며 "언제나 상대팀을 긴장시키는 팀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실업팀을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대학팀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업팀과 당당하게 맞서는 한국 여자컬링의 한 축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숭실대의 그동안 성적만 보더라도 실업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13년과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 전국컬링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숭실대는 성신여대와 한국외대, 충북컬링협회와 B조에 묶여 3전 전승을 거둔 뒤 준결승 플레이오프에서 경북체육회를 6-5로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경북체육회는 지난해 한국컬링선수권에서 숭실대를 꺾고 국가대표가 됐던 팀이어서 설욕전이 됐다. 결국 숭실대는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성신여대를 제압하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김수지는 "대학팀 선수라고는 하지만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선배 언니들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이 되는 것이 꿈이고 목표였다"며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그런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며 "이번 결승전에서는 초반에 힘을 쓰지 못해 경기도청에 큰 점수차로 졌지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숭실대 스킵 김수지(앞)가 20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 결승전에서 선수들에게 힘차게 빙판을 쓸어줄 것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친자매 이상의 끈끈함

숭실대의 조직력과 찰떡 호흡을 단순히 같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는 실업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숭실대만의 장점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 선후배 사이로 사춘기 소녀 시절부터 함께 해왔기 때문에 친자매 이상의 끈끈함이 있다.

주장 김수지와 막내 우수빈은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며 까르르 웃는다. 김수지는 "이번에 1학년이 들어오지 않아 2학년 수빈이가 아직 막내다. 후배가 없어 억울할 법도 한데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다. 힘든 일이 많을텐데 꿋꿋하게 열심히 하고 선배들을 잘 따라줘 예쁘다"며 "게다가 무한긍정이어서 팀의 활력소가 된다. 내가 좀 긍정적이지 못한데 수빈이가 언제나 웃고 괜찮다고 하니까 힘이 많이 된다"고 말한다.

우수빈 역시 "고등학교에서 같은 팀에서 뛰지 못했지만 늘 수지 언니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며 "수지 언니는 내가 봤던 컬링 선수 가운데 가장 열정이 뜨거운 선수"라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또 여자컬링이 '컬스데이'란 이름으로 경기력보다 선수들의 외모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도 이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김수지는 "아직 비인기종목이긴 하지만 더욱 활성화되면 컬링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사실 컬링하는 여자 선수들이 미모가 좀 된다. 경기도청에 경기는 졌지만 미모까지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 숭실대 스킵 김수지(오른쪽)이 20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 결승전에서 김혜인(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현재 숭실대의 위용도 기한이 다 돼간다. 김수지, 김혜인, 박정화 등이 졸업반이기 때문에 이젠 진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상황으로는 실업팀에 가는 것이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김수지는 "물론 진로에 대한 걱정은 항상 많다. 나뿐 아니라 모두 전문 직업선수를 꿈꾼다. 그런데 실업팀이 많지 않아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경기도청에 있는 김지선(28), 김은지(25) 등 선배 언니들도 의정부 출신이다. 나도 경기도청에 들어가고 싶은 꿈과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숭실대는 다음달 벌어지는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를 준비한다. 당연히 3연패가 목표다. 그리고 상비군인 올림픽팀으로서 기량을 갈고 닦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아직 3년이 남았기 때문에 숭실대라는 이름으로 뭉쳐 뛰기는 어렵겠지만 각자 기량을 갈고 닦아 평창에서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1980년대 대학 최강 중앙대 선수로 구성된 기아자동차(현 울산 모비스)가 만들어졌듯이 이들 마음 속에는 숭실대 선후배들이 중심이 된 또 다른 실업팀이 창단되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숭실대 여자컬링팀의 막내 우수빈(왼쪽)과 맏언니이자 주장인 김수지가 20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한국컬링선수권 여자부에서 준우승을 차지, 은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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