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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북 짜릿-울산 절망-부산 희망, K리그 역대급 최종라운드서 얻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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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북 짜릿-울산 절망-부산 희망, K리그 역대급 최종라운드서 얻은 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02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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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마지막 이틀. K리그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매 경기가 관심을 모았고 살 떨리는 승부로 이어졌다. 골 하나에 우승팀이 갈리기도 했고 그 골이 나오지 않아 잔류팀이 결정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스플릿 라운드의 이름이 파이널 라운드로 명명됐다. 이에 걸맞게 마지막까지 정말 향방을 알 수 없는 경쟁이 이어졌다.

지난달 30일과 12월 1일 열린 K리그1 6경기엔 궂은 날씨에도 평균 1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았고 부산 아이파크와 FC안양의 K리그2 플레이오프에도 7252명이 운집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왼쪽에서 2번째)가 마지막 경기에서 잔류를 확정한 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미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주 상무와 수원 삼성(2213명), 성남FC와 제주 유나이티드(3637명) 경기에 많은 관중이 몰리지 않았음에도 기록된 엄청난 수치다. 올 시즌 K리그1 평균 관중은 8013명이었는데, 마지막 라운드 이를 크게 웃돌며 흥행 대 성공을 거뒀다.

K리그2 평균관중도 전년도에 비해 많이 늘었음에도 2946명에 불과했지만 이날은 2배를 훌쩍 뛰어넘는 많은 관중이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다.

2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주 상무, FC서울에 연속 고배를 마신 부산은 홈에서 3수 째를 위한 도전에 나섰다. 안양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던 부산은 후반 15분 호물로의 골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창원축구센터에선 부산의 상대를 가리기 위한 한 판 승부가 펼쳐졌다. 암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가 경남FC 홈으로 향했다. 승점 1 차로 앞선 인천은 무승부 이상이면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슛에서 5-15로 크게 밀렸고 후반 막판 페널티킥을 내줄 위기까지 몰렸지만 비디오판독(VAR)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결국 실점하지 않으며 잔류에 성공한 인천이다. 홈 팬들은 좌절했지만 버스 16대를 대절해 원정에 나선 1000여명의 인천 팬들은 유상철 감독, 선수단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1일 라이벌 울산 현대를 대파한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일엔 상위 스플릿에서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선두 울산 현대와 2위 전북 현대가 우승트로피를 두고 울산과 전주에서 각각 포항 스틸러스와 강원FC를 만났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전북은 전반 39분 손준호의 결승골로 역전 우승의 필요조건을 갖췄다. 이제 울산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승리 후에도 마음껏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울산은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최종전에서 포항과 홈경기를 치렀다. 전반 윤영선의 뼈아픈 실책으로 선제골을 내줬으나 주니오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대로만 끝나도 전북의 결과와 상관 없이 우승은 확정이었다.

그러나 후반 문제가 생겼다. 일류첸코가 승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골을 터뜨린 것. 6년 전 악몽이 떠올랐다. 당시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골을 내주며 역전우승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울산에 필요한 건 단 한 골이었다. 동점만 만들면 됐다. 그러나 후반 42분 골키퍼 김승규가 급하게 던진 스로인은 마침 교체 투입된 허용준에게 향했고 통한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일부 축구 팬들은 김승규가 공이 아닌 우승컵을 던졌다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실점과 상관없이 2골을 더 추가하면 다득점에서 전북에 앞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설상가상 막판 페널티킥까지 내주며 1-4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14년만의 리그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울산과 앙숙인 포항 팬들은 ‘ㅋㅋㅋㅋㅋㅋ’가 길게 늘어선 현수막을 꺼내들며 울산을 놀리며 유종의 미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 트로피를 빼앗긴 뒤 아쉬워하고 있는 울산 현대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에선 올 시즌 흥행 돌풍의 주역 대구FC와 재건한 명가 FC서울이 맞붙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둔 3위 대결을 앞두고 대구는 1만2037명을 불러모으며 시즌 9번째 매진 사례를 이뤘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대구와 명가의 부활을 외친 서울의 뜨거운 승부에서 웃은 건 결국 서울이었다.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점이 앞서 있던 서울이 3위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갖게 됐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몰라보게 달라졌고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올 시즌 엄청난 흥행 돌풍 중심에 있던 대구도 홈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올 시즌 K리그1은 경기 당 8013명을 불러 모으며 47.2%, K리그2는 2946명으로 역대 최초 2000명을 돌파했다. 관중 증가율은 무려 72.6%에 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일각에선 플레이오프 부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막판 매 경기 스토리를 생산해내며 유례없는 파이널 라운드를 치렀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꼭 변화에서 답을 찾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만으로도 K리그가 충분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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