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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홍석천은 왜 눈물 흘렸을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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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홍석천은 왜 눈물 흘렸을까 [리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7.14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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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왜 요리 프로그램에서 감동이 나와."

MC 정형돈의 말대로였다. 13일 방송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회였다. 이날 방송에는 가수 박정현과 이문세가 출연해, 이문세의 냉장고 속 재료로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쳤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홍석천의 눈물이었다. 채소로 면을 만든 홍석천의 '채면차림'과 정창욱의 냉샤브샤브 '소고기 냉부' 중 이문세는 홍석천의 손을 들어줬다. 이문세는 "맛으로만 따지면 정창욱 셰프가 이기지만, 완벽히 갖춘 모습보다는 도전 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13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박정현, 이문세가 출연했다. 이문세는 셰프들의 요리에 노래를 빗댔다. 정창욱의 요리에는 "'옛사랑'처럼 담백해 질리지 않는다"고, 홍석천의 요리에는 "'깊은 밤을 날아서'처럼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다"고 평했다. 샘킴의 파스타 '샐러드 올리오'에는 "토마토와 바질 향이 퍼지는 '붉은 노을' 맛이다"고, 이연복의 '납작 탕수육'에는 "'입에서 삐릿삐릿 소리가 나는 '파랑새' 맛이다"고 감탄했다. [사진=방송 캡처]

홍석천은 이와 같은 평에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요리를 하면서 이문세 선배님이 내게 어떤 존잰지 생각해봤다. 힘들고 외로웠을 때 이문세의 라디오를 들으며 위로받았다"고 이문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홍석천은 "존경하는 선배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저와 함께 있다는 것이 행복해서 울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문세는 최근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들의 요리 대결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스피디'한 예능에서 감동의 순간은 담백하게 다뤄졌다. '힘들고 외로웠던 지난 과거'라는 자막이 언급됐을 뿐이었지만 '억지 감동'을 조장하는 여타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짠한 울림을 줬다.

홍석천은 2000년 한국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했다.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인식 개선에는 홍석천의 적극적인 방송활동과 의견표명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늘 긍정적이고 밝아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했던 홍석천이었지만 이날 "이문세의 노래로 위로받았던 때가 있었다"는 고백으로는 그의 쉽지 않은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이어진 벌칙 장면도 훈훈함을 자아냈다. 대결에서 패한 정창욱은 머리에 '바보'라고 적혀야 했으나, 홍석천은 그 대신 '천재'라고 적어 또 한번 스튜디오를 작은 감동으로 물들였다.

게스트들의 적극적인 모습도 이날 '냉장고를 부탁해'를 더욱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었다. 방송 말미에 박정현은 특별한 날 마시기 위해 3년간 아껴뒀던 샴페인을 꺼냈다. 박정현은 "그 날이 온 것 같다"며 모두를 위해 기꺼이 샴페인을 선사했다. 마지막까지 즐거운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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