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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노쇠화' 롯데, 최다 블론세이브 만큼 뼈아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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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노쇠화' 롯데, 최다 블론세이브 만큼 뼈아픈 것?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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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영건 불펜' 보이지 않아…해결책은 있나?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전통적으로 불펜이 강한 팀은 아니다. 소위 ‘암흑기’라 불렸던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했던 2008년부터 3년간도 화끈한 공격력에 비해 뒷문이 부실했다. 다 잡은 경기를 8회나 9회에 나온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2년간은 불펜의 힘으로 가을야구를 했다.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김성배,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정대현, 기존의 강영식, 이명우, 임경완 등이 모두 제 몫을 해주며 탄탄한 뒷문을 구축했다. 당시 롯데 팬들은 “이제 우리도 삼성이나 SK처럼 7회부터 야구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냐”라며 희망을 품었다.

▲ 정대현은 부상에서 복귀한 뒤 한 경기에서만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을 뿐, 나머지 경기에선 기대 이하의 면모를 보여줬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필승계투조가 수년째 바뀌지 않으면서 뒷문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김성배와 정대현, 강영식 등 주축 멤버들의 구위가 떨어졌고 임경완은 FA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SK에서도 구위를 회복하지 못한 임경완은 한화로 이적한 뒤 최근 방출 통보를 받았다.

주전 불펜 투수들이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삼성 심창민과 NC 최금강, 넥센 한현희와 조상우 등 상위팀에서는 영건들이 승리조 한 자리를 꿰찼지만 롯데에선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는 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홍성민이 릴리프 요원으로 마당쇠 역할을 한 정도다.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은 롯데 불펜의 현 주소를 명확히 보여준 경기였다. 당시 8회초까지 4-2로 앞선 롯데는 8회말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조인성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 김경언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다. 현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밖에 없는 자원이었지만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정대현은 부상 복귀 후 4경기에서 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0.38로 부진하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15(9위), 피안타율 0.295(9위)이다. 그런데 불펜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떨어진다. 롯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5.95, 피안타율은 0.324다. 모두 신생팀 kt보다 뒤처지는 리그 최하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붙박이 마무리로 쓰고 있었던 이성민마저 불미스러운 일로 이탈해 당분간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그렇다고 이성민이 있을 때 롯데 뒷문이 강했던 건 아니다. 롯데의 올 시즌 블론세이브가 15개인데, 이 중 이성민의 지분이 40%(6개)에 달한다. 이성민이 돌아온다고 해서 롯데 불펜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 보장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1군에 있는 자원으로만 봤을 때 롯데의 뒷심 부족을 해결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예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정재훈이 있기 때문. 정재훈의 1군 기록은 좋지 않지만 퓨처스리그에선 적수가 없다. 22경기에서 1승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더 뛰어나다.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64다.

▲ 이성민은 롯데가 마무리 잔혹사를 겪을 때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도 블론세이브를 6차례나 기록하며 팀의 리드를 지켜주지 못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정재훈이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지만 이종운 감독은 그를 당장 1군에 올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감독은 5일 울산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정재훈의 2군 성적이 좋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지금 우리는 불펜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정재훈을 포함해 지금 불펜에서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은 2이닝이 한계다. 그리고 젊은 투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종운 감독의 영건 투수 기용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간 이상화를 비롯해 구승민, 이성민, 이인복 등은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아직은 함량 미달이다. 선발로 정착한 박세웅은 2연승을 거둔 뒤 6일 NC전에서 다시 패전을 떠안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3년 전 불펜의 주축을 이룬 선수들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롯데는 간과했다. 이들의 자리를 메워줄 카드를 미리 확보해야 했지만 2군에서 육성하지도, 그렇다고 검증된 선수를 외부에서 수혈하지도 못했다.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는 참혹했다.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만큼 뼈아픈 건 앞으로 롯데의 뒷문을 이끌어줄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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