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3 11:50 (금)
300만 돌파 '사도' 유아인 죽음이 스포일러?...그래서 사극은 계속된다
상태바
300만 돌파 '사도' 유아인 죽음이 스포일러?...그래서 사극은 계속된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27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가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도'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26일 882개 스크린에서 41만8489명(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모으며 누적 관객수 301만8799명을 기록했다. 개봉 11일 만이다.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 사건을 가족사로 재조명한 '사도'는 ‘영조-사도-정조’에 이르기까지 3대를 관통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전 세대 관객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 송강호 유아인 주연의 영화 '사도'가 개봉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특히 추석 연휴가 시작되며 자녀를 동반한 가족관객 행렬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2005년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가 선택 과목으로 바뀐 이후 중고교에서 국사 선택과목 전환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약화됐기에 부모 세대는 정통 사극 영화를 자녀의 부족한 역사인식을 보완해주는 '부교재'로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사도'는 조선 중흥기를 이끌었던 21대 왕 영조와 비운의 세자 사도, 사도의 아내인 헤경궁 홍씨와 아들 정조가 등장하는 데다 노·소론 권력투쟁의 정점에 서 있던 영조의 양위파동과 대리청정, 세자를 죽게 만든 임오화변 등 역사적 사건을 다뤄 역사에 무지한 청소년 및 젊은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도' 개봉 직후 SNS상에 "사도세자 역 유아인이 죽게 되는 내용을 공개하는 건 스포일러 아니냐"는 글이 올라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관객들은 "영조(송강호)가 기행을 일삼던 사도세자(유아인)를 뒤주에 몇일 가둔 뒤 괴롭히다가 꺼내서 살려줄 줄 알았다"고 말해 쓴웃음을 짓게 했다.

기성 세대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수의 관객은 90% 가까이 팩트에 기초해 만들어진 '사도'를 관람하며 그간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배우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송강호는 “중학교에 다닐 때 역사책을 통해 임오화변을 배웠지만 그 안의 속 깊은 비극은 몰랐다. 영조에 깊이 이입하면서 영조가 어떻게 살아왔고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익 감독 역시 "사도세자 이야기는 다 아는, 진부한 스토리라고 여겼으나 영화작업을 하면서 새록새록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았다. 안다고 생각한 게 정말로 아는 것인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국사 과목 선택 전환 이후 정통 사극영화가 청소년의 부족한 역사지식을 보완하는 '교재'로 각광 받고 있다

'사도'의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사도'를 관람한 10~20대 관객들은 “국사에 문외한임에도 이야기와 인물들이 흥미진진했다” “왕가의 정치적 이야기가 아닌 한 가족의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됐다” “역사적 사실에 픽션을 가미한 기존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물들의 내면 표현이 두드러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떤 순간에도 완벽한 왕이어야만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는 서로를 향한 어긋난 진심으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전하는 부자의 안타까운 모습은 아버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송강호는 “천민 소생이었던 영조는 평생을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았기에 따뜻한 아비의 마음을 가졌지만 군주로서 혹독하게 아들을 교육시켰다", 유아인은 “사도와 영조의 문제는 단순히 왕과 세자라는 권력자들의 문제라기 보다 부모로서, 자녀로서 서로에게 거는 기대와 실망감의 문제다. 사도와 영조 사이에 감정적 교류가 결국 결핍됐고, 파국으로 치달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사도'를 통해 가족과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얻고 있다.

앞서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소재의 시대극 '암살'이 역사교육에 취약한 세대에게 '반민특위'와 항일무장단체 의열단을 이끈 '약산 김원봉'의 존재를 강렬하게 알렸다면,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사를 현재의 텍스트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사도세자의 죽음을 스포일러로 여기는 이들을 양산하는 대한민국 역사교육 시스템이 정통 사극 시장을 확상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