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케빈 켐바오(24)가 ‘필리핀의 최준용’이라는 이야기를 올 때부터 들었다. 어느 정도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재다능하다는 이야기다. 켐바오를 위해 픽앤롤, 포스트업 등 3가지 패턴을 만들었다. 본인이 어떤 걸 잘하는지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남자프로농구(KBL)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올 시즌 중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정현, 김진유, 정희재, 이근준 등 주전급 자원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4라운드 7경기 단 1승에 그쳤다. 그사이 한 달 만에 다시 최하위로 추락하는 등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김태술 소노 감독은 신입생 켐바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 28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소노와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의 2024~2025 KCC KBL 4라운드 경기. 소노의 69-94 대패로 끝난 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캠바오의 한국 무대 첫 풀타임 출전이었다.
지난달 아시아쿼터로 소노에 합류한 포워드 켐바오는 11일 KBL 등록을 마친 뒤 12일 서울 SK 나이츠와의 홈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3점슛 2개를 성공하는 등 대체로 무난했지만,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6분 56초 만에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4주 진단을 받아 1월 중 복귀는 어려울 듯했다.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 대략 보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정관장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술 감독은 “켐바오가 처음엔 병원에서 3~4주 진단이 나와 여유 있게 준비하려고 했다”면서도 “병원에서 ‘90% 이상’이라 하고 담당 트레이너도 ‘통증이 아예 없으니 믿고 써도 된다’고 했다. 종합적으로 확인했을 때 출전해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 4번으로 먼저 나간다”고 설명했다.
정관장전 켐바오는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29분 29초 동안 14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무난하게 활약했다. 특히 1쿼터에 반짝였다. 슈팅과 패스 모두 잘 풀리면서 5점 3어시스트를 올려 상대를 당황케 했다. 비교 대상인 부산 KCC 이지스의 포워드 최준용처럼 다재다능함이 돋보였다. 2쿼터에도 5점을 추가해 일찌감치 두 자릿수 득점 경기를 만들었다.
다만 경기 후반 들어 존재감이 약해졌다. 송창용, 한승희 등 정관장 포워드진이 켐바오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흔들렸다. 아직 팀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턴오버(5개)를 기록하는 등 장단이 명확했다.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경기 후 김태술 감독은 켐바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생각보다 좋았다. 부상 복귀전치고 굉장히 잘해줬다”며 “패스와 득점이 좋다. 센터 알파 카바(프랑스), 가드 이재도 등 누구와 조합을 이뤄도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김태술 감독은 턴오버 등 켐바오의 보완점에 대해서는 “원래 필리핀 기록을 봐도 턴오버가 많은 스타일”이라며 옹호한 뒤 “계속 맞춰가겠다. 본인도 앞으로 턴오버가 나오지 않게 노력한다고 했다. 아직 체력 문제가 있는데, 체력이 올라오고 다른 부상자들이 복귀하면 좀 더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켐바오를 상대한 정관장 선수단도 호평 일색이었다. 정관장 주장 박지훈은 “슛이 좋고 기본 기량이 나쁘지 않았다”며 “하필 우리를 만날 때 복귀해서 (이)재도 형과 켐바오를 중점적으로 수비했다. (이)대혁이 형(전력분석관)이 알려준 방향을 잘 막으려 했다. (송)창용이 형, (정)준원이 형, (한)승희, (김)경원이 잘 막아서 다행”이라 말했다.
켐바오를 수비했던 포워드 정준원은 “로테이션하면서 수비했다. 잘하는 것 같다”며 “슛이 있고 분석할 때 플로터를 잘해서 ‘농구할 줄 안다’고 느꼈다. 4번을 막는 입장에서 픽앤팝까지 생각해야 해 쉽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부상자가 많고 외국인 득점력이 약한 소노는 당분간 가드 이재도와 포워드 켐바오에게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능성을 보여준 켐바오는 단 2경기 만에 최하위 소노를 구할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부담이 크지만, 동시에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해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할 기회이기도 하다.
소노는 31일 오후 7시 수원 KT아레나에서 수원 KT 소닉붐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켐바오는 KT전 포함 5경기를 소화한 뒤 다음달 14일부터 열리는 제2회 도하 인비테이셔널컵 출전을 위해 카타르 도하로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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