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오늘은 멸망전이다. 사활을 걸고 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
경기 전 김효범(42)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의 말이다. 공동 9위이자 최하위인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를 홈에서 만나는 만큼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멸망전’, ‘사활’이라는 키워드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삼성은 올스타 휴식기 전후로 3주간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휴식기 직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15일 창원 LG(엘지) 세이커스전부터 5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전까지 7연패 수렁에 빠졌다. 연패 기간 순위는 8위에서 9위로 한 단계 떨어졌고, 플레이오프(PO) 마지노선인 6위 원주 DB 프로미와 격차는 2.5경기에서 4.5경기로 벌어졌다.
부진이 길었던 삼성은 소노전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KBL) 4라운드 마지막 경기. 홈팀 삼성은 원정팀 소노를 77-63으로 크게 이기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4라운드를 12승 24패로 마친 삼성은 소노(11승 25패)를 최하위로 끌어내리면서 봄농구 희망을 되살렸다.
삼성은 1쿼터부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센터 코피 코번(자메이카)의 골밑 득점을 시작으로 내외곽에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코번, 가드 이정현, 포워드 이원석이 1쿼터에만 나란히 7점씩 올리며 28-9까지 달아났다. 3점슛 3-0, 리바운드는 13-9로 많았고 턴오버는 1-3으로 적었다. 소노의 올 시즌 한 쿼터 최소 득점(11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경기를 지배했다.
2쿼터에도 20점 가까운 점수차를 유지한 삼성은 3쿼터 들어 잠시 위기를 맞이했다. 전반 야투율 23%에 그쳤던 소노의 아시아쿼터 포워드 케빈 켐바오(필리핀)가 홀로 13점을 올리며 매섭게 추격했다. 그러자 삼성은 포워드 마커스 데릭슨(미국)이 3점슛 2개 포함 10점으로 응수, 두 자릿수 간격을 유지했다.
외국인에서 승패가 갈렸다. 삼성은 코번(14점 18리바운드)과 데릭슨(13점 6리바운드)이 27점을 합작했지만, 소노는 두 외국인 센터 알파 카바(1점·프랑스)와 디제이 번즈(6점·미국)가 각각 3쿼터와 4쿼터 초반 5반칙 퇴장을 당해 어려움을 자초했다. 소노는 높이의 열세를 3점슛 위주 공격으로 대응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효범 감독은 “경기 초반 코번을 앞세워 강하게 공격적인 자세로 임한 게 (1쿼터) 좋은 내용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경기 전부터 집중하자고 강한 어조로 말했는데 잘 해줘서 선수들에게 고맙다. 선수들 덕분에 홈에서 오랜만에 승리했다”며 기뻐했다.
김효범 감독은 특히 코번의 골밑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수비 리바운드를 14개나 잡은 게 대단하다”며 “확실히 집중력, 의지, 꾸준함이 있다. 계속 이렇게 해주면 좋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 칭찬했다.
반면, 김태술 소노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득점 총합이 15점도 안 나온다. 오늘은 7점을 넣었다”며 “1쿼터에 외국인 득점이 나오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이들에게 갑자기 20점을 기대할 수는 없다. 수비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데 1쿼터 활약이 저조해 고민”이라 말했다.
삼성과 소노는 9일 오후 2시 잠실체육관에서 재차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5라운드 첫 맞대결이자 삼성의 A매치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다. 김효범 감독은 “오늘 삼성 본사에서 임직원분들이 오셔서 응원해 주신 게 힘이 됐다”며 “오늘의 에너지, 활동량, 기세를 이어서 다음 경기도 잘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