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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가 바친 ‘추모 메달’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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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가 바친 ‘추모 메달’의 무게
  • 김한석 기자
  • 승인 2016.01.09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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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시즌 세번째 동메달, 4개 전대회 메달 행진...시즌 월드컵 랭킹 2위로 도약

[스포츠Q(큐) 김한석 기자] ‘고머(코치님), 평안히 잠드소서! 사랑합니다’

새해 첫 봅슬레이 월드컵 레이스를 마친 파일럿 원윤종(30·강원도청)은 숨을 고르며 중계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헬멧에 새겨진 고(故) 말콤 ‘고머’ 로이드 코치의 이니셜 G를 가리켰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뒤에는 이같은 문구와 얼굴을 새긴 펼침막을 들고 고인을 추도했다. 썰매 헤드에 스티커로 붙인 추모 문구 그대로였다.

입상자들과 한국 선수단 모두 이번 대회에 합류하기 직전 68세를 일기로 갑자기 별세한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의 로이드 코치를 추모했다.

▲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원윤종-서영우 팀이 대회 직전 별세한 고(故) 말콤 고머 로이드 한국 대표팀 코치를 기리는 펼침막을 들고 있는 가운데 입상자들(위)과 한국대표팀 선수단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원윤종-서영우(24·경기도BS경기연맹) 팀은 9일(한국시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벌어진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서 보은의 레이스를 펼친 끝에 동메달을 획득, 한국 봅습레이의 도약을 이끈 영국인 지도자의 유언대로 추모 메달을 바쳤다.

이번 시즌 세 번째 동메달 쾌거. 시즌 세계랭킹도 2위로 올라섰다. 유럽과 북미의 트랙을 훤히 꿰뚫는 고인의 헌신적인 지도 속에 성장해온 원윤종-서영우 듀오가 고인의 갑작스런 별세에도 흔들림 없이 고속질주를 잇고 있는 것이다.

이용 국가대표팀 감독은 “세상을 떠나기 전 고 로이드 코치가 한국 팀에 남은 월드컵 메달을 모두 가져오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원윤종-서영우 팀은 1차시기에서 55초42, 2차시기에서 55초70으로 합계 1분51초12를 기록, 최종 3위에 올랐다. 첫 시기에서 17개 출전팀 중 두 번째로 빠른 5.05초의 스타트와 최종 시속 123.3km로 2위를 마크해 월드컵 사상 첫 금메달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2차 레이스에서 스타트가 5.10초로 주춤해 오히려 3위로 밀렸다. 은메달을 차지한 독일의 니코 발터-크리스티안 포서 팀에 불과 0.01초 차로 뒤졌으니 아쉬움이 더욱 컸다.

홈 트랙 이점을 제대로 살린 미국의 스티븐 홀콤-카를로 발데스 팀은 첫 시기에 55초48로 3위로 밀렸지만, 다음 시기에 55초52로 선두에 올라 합계 1분 51초로 시즌 첫 금메달을 따냈다.

원윤종-서영우 팀은 동메달로는 월드컵 시즌 세 번째 획득이며 봅슬레이 규정으로는 4개 대회 연속 메달 행진이다. 지난해 11월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한국 봅슬레이 2인승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뒤 12월 3차 대회에서도 동메달로 연속 포디엄에 올랐다. 3차 대회에서는 메달이 주어지는 커트라인인 6위에 올라 2015년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 원용우-서영우 팀이 썰매 헤드에 고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레이스를 펼쳤다. 자신의 헬맷에 새겨넣은 고인의 이니셜을 가리킨 파일럿 원윤종은 시상식에서도 추모 펼침막을 펼쳐들었다. [사진=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홈페이지 캡처]

새해를 동메달로 출발한 원윤종 팀은 월드컵 시즌 랭킹에서도 776점을 기록, 2위로 도약했다. 이번 4차 대회에서 8위에 그쳤지만 1~3차 대회 정상을 휩쓴 독일의 프란세스코 프리드리히 팀이 835점으로 선두를 지켰다.

봅슬레이는 유럽-북미의 트랙 적응에서 경쟁력이 갈린다. 2014 소치 올림픽부터 로이드 코치의 지도 아래 유럽과 북미의 트랙을 몸으로 체득한 성과가 이번 시즌 전 대회 메달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메달의 무게에서 '평창 드림'을 향한 외국인 지도자들의 공헌이 느껴지게 된다. 로이드 코치의 별세를 계기로 가능성 하나로 뛰어든 썰매종목이 월드클래스로 드라이브를 거는데 외인 지도자들의 역할이 새삼 부각되는 것이다.

아직 트랙 경험이 많지 않은 유럽에서 열린 1~3차 대회에서 이용 감독이 “유럽트랙의 2연속 동메달은 기적”이라고 했을만큼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연착륙한 원윤종 팀은 미주 트랙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다음주부터 미국, 캐나다에서 2주 연속 열릴 6, 7차 대회에서 최고 순위 도전에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 감독은 "경기 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메달을 다시 한 번 따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남은 4인승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말했다.

이날 함께 출전한 김동현-오제한 팀은 1, 2차 합계 1분 51초 90초를 기록하여 1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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