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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스켈레톤 윤성빈 ‘번개’ 스타트의 진화, 금빛질주만큼 값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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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스켈레톤 윤성빈 ‘번개’ 스타트의 진화, 금빛질주만큼 값진 이유는?
  • 김한석 기자
  • 승인 2016.01.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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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만에 스켈레톤 월드컵 은메달, 시즌랭킹 4위로 도약...레이크 플래시드 스타트 신기록

[스포츠Q(큐) 김한석 기자] ‘YUN 윤성빈 KOR 4.70’

미국 동북부 뉴욕주의 레이크 플래시드 경기장 벽에 한국 스켈레톤의 에이스 윤성빈(22·한국체대)의 기록이 자필사인과 함께 아로새겨졌다.

1932년, 1980년 동계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른 세계적인 썰매복합 트랙의 스타트 신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2000년 재개장 이후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가 2006년 세운 스타트 최고기록 4초74를 0.04초 단축한 윤성빈이 이름을 남긴 것이다. 전세계 14개 트랙 중에서 한국 썰매종목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것은 첫 경사다.

▲ 10일 IBSF 월드컵 4차 대회 스켈레톤에서 4초70으로 10년 만에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 트랙 스타트 신기록을 세운 윤성빈의 기록이 자필 사인과 함께 경기장 벽에 바로 새겨졌다. [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IBSF 제공]

윤성빈은 10일(한국시간)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벌어진 2015~2016 국제봅스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차 시기 53초99, 2차 시기 54초77로 합계 1분48초76를 기록, 올 시즌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지난 시즌보다 0.1초 단축된 평균 스타트

새해 첫 ‘폭풍질주’로 평창 올림픽 첫 메달 도전의 희망을 더욱 끌어올렸다.

레이크 플래시드. 입문 2년 만에 출전한 2014 소치 올림픽에서 16위로 가능성을 발견한 뒤 2014년 12월 월드컵으로 참가가 승격돼 데뷔한 곳이다. 하지만 당시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윤성빈은 경험 부족으로 빨간 불에서 파란 불로 바뀔 때 나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부정출발을 범하는 바람에 실격됐다.

하지만 13개월 만에 그 악몽을 영광으로 바꿔냈다. 그것도 운명의 장난처럼 스타트로.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3월 북아메리카컵을 통해 레이크 플래시드 트랙을 처음 밟아 모두 4차례 스타트에서 5초04~5초29를 기록했던 19세의 윤성빈이 채 3년도 안돼 스타트 '레코드 브레이커'로 무섭게 변신, 자신의 성장을 전세계에 당당하게 알린 것이다.

그렇게 윤성빈이 ‘번개’ 스타트를 앞세워 두 번째 월드컵 시즌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이날 1,2차 시기 모두 4초70을 마크해 올시즌 4차례 월드컵 총 8차 시기 평균 스타트 4초8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시즌 7차례 월드컵 평균 스타트 4초92보다 0.1초 향상된 것이다.

▲ 은메달리스트 윤성빈(왼쪽부터)이 금, 동메달을 차지한 라트비아의 형제 마르틴스-토마스 두쿠르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IBSF 홈페이지 캡처]

윤성빈은 2014년 12월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한국 스켈레톤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뒤 지난해 1월 5차 생모리츠 대회에서 은메달로 최고성적을 거뒀다. 스타트 기록으로 따져보면 평균 4초87로 동메달, 평균 4초77로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2월 8차 소치 대회 1차 시기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기록한 4초57이 스타트 커리어 하이다.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알텐베르크 대회에서 평균 5초10으로 부진해 12위에 처진 것만 빼고는 상승세다. 지난 12월 2차 빈테부르크 대회에서 평균 4초90으로 4위, 3차 쾨닉제 대회 평균 4초62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 미주 트랙 적응력 높아 남은 대회 기대감 상승

스타트 기록 향상과 비례해 12~4~3~2위로 계단식 순위상승을 이어오고 있는 윤성빈은 시즌 월드컵 세계랭킹에서 730점을 획득, 4위로 올라섰다.

이날 1분48초28로 올시즌 네 번째 금메달을 휩쓴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가 900점으로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4위(1분49초77)를 기록한 독일의 악셀 융크는 770점으로 랭킹 2위를 마크했다. 마르틴스의 형인 토마스 두쿠르스는 1분49초13으로 동메달을 따내며 랭킹을 3위(752점)로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월드컵 세계랭킹은 마르틴스가 1위였고, 윤성빈은 6위를 기록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을 여전히 높이고 있는 윤성빈이 자신있어 하는 스타트 기록에서도 빛을 보고 있어 많은 국가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고 시즌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윤성빈은 미주 트랙에 더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남은 5, 6차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늘 17일 5차 대회가 열리는 미국 파크 시티와 24일 6차 대회가 개최되는 캐나다 휘슬러는 윤성빈에겐 월드컵보다 클래스는 낮지만 국제대회 때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은 곳으로 비교적 궁합도 맞는 트랙이다.

파크 시티는 윤성빈이 2012년 7월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곳. 북아메리카컵 1차 대회에서 24명중 23위를 기록했지만 2013년 11월 북아메리카컵 동메달, 2014년 1월 인터콘티넨탈컵 은메달로 각각 열매를 안겨줬던 도약의 땅이다. 휘슬러는 2014년 1월 인터콘티넨탈컵을 통해 윤성빈이 생애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영광의 땅이다.

스켈레톤 ‘대물’ 윤성빈이 2014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마르틴스의 연속 금메달 행진을 저지하고 한국 썰매종목 사상 첫 월드컵 금메달 신화를 이룰 수 있을까.

진화하는 윤성빈의 번개 스타트가 금빛질주만큼 값지다. 자신감과 트랙 적응력에다 스타트까지 빨라지는 만큼 그 영광도 점점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 윤성빈(아랫줄 왼쪽서 다섯번째)이 스켈레톤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월드컵 4차 대회 직전 별세한 고 말콤 로이드 코치의 추도 문구를 펴들고 한국 선수단이 추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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