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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썰렁한 프로야구, 육성응원이 만능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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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썰렁한 프로야구, 육성응원이 만능키?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2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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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짜릿한 역전 홈런에도,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투수에게도 그저 박수와 응원봉을 두드리는 게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2년 동안 관중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가 사실상 해제되며 야구장에도 대부분 규제가 사라졌다. 

육성응원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뒤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 첫 일정이었던 19일. 전국 5개 구장엔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 프로야구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온 것일까.

관중 100% 입장과 취식 허용, 육성응원 제재 완화에도 프로야구가 큰 관중 증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작은 아쉬웠다. 전국 5개 구장 평균 관중은 3747명에 불과했다. 올 시즌 평균인 6929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육성응원이 프로야구 흥행의 마지막 퍼즐인 것처럼 평가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간 실망스러운 수치가 아니다.

주중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같은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 5일 2874명, 12일 3309명에 비해 큰 변화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는 이례적으로 적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키움 구단 역대 최소 관중(774명). 이를 고려하면 전반적으로는 이날이 더 적은 관중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년간 프로야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관중을 불러모으지 못했다. 2020년엔 대부분 무관중 경기로 진행돼 32만여 명만이, 지난해에도 관중수 제한 속에 시즌이 진행됐고 122만 관중만 현장을 찾을 수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를 겪었던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 활약에 힘입어 빠르게 인기를 되찾았다. 2016년부터는 3년 연속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 때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프로야구는 다시 침체기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다만 코로나19 직전해였던 2019년 80만 줄어든 728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으며 하락세가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 악재로 보낸 2년의 충격 효과는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은 100% 관중 입장, 취식 제한 조건이 해제되며 큰 기대를 품고 시작했으나 관중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육성응원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방역당국은 경기 관람과 관련된 대부분 제한을 해제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에선 선수단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육성응원 규제가 완전 해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종전 처벌 대상에서 권고로 바뀐 것뿐이라 관중들의 자발적 응원을 제재하지 않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 구단 관계자도 “정부 지침이 다소 모호하다. 아직은 구단에서 나서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조심스럽다”며 “여전히 육성응원을 자제하는 안내 메시지를 띄우는 등 당분간 종전과 변화없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분명한 기준에 KBO 사무국도 문화체육관광부에 육성응원과 관련한 좀 더 명확한 지침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직 육성응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인데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 등도 야구장 방문을 주저토록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7회 실책을 범하며 팀의 패배 빌미를 제공한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 프로야구가 잦은 실책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다만 더 근본적인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무너진 신뢰. 야구계에선 여전히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심이 식은 가운데 많은 팬들이 등을 돌렸다.

경기 질에 대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국가대항전만 보더라도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그에 반해 선수들의 몸값은 여전히 높아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선수들이 눈만 높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속출하는 실책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이날도 5경기에서 실책 12개가 쏟아져 나왔다. 시즌 개막 후 14~15경기를 치른 현재 실책 수는 지난해 100개에서 125개로 늘었다. 경기 당 1.43개에서 1.79개로 눈에 띄게 많아졌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해 타자들의 방망이가 이전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체감 수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관중들이 현장을 찾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프로야구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관중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이 있다. 관중이 늘어갈 때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다가 이제야 위기감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고 애쓰는 꼴이다. 

오는 25일이면 육성응원과 고척돔 취식까지 자유롭게 허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쉬운 경기력과 특별한 노력 없이 이 같은 외부요인만으로 관중이 자연스레 돌아올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다면 프로야구 인기를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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