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지난달 15일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에게 우승 후보를 묻는 말이 나왔다. 4팀이 언급됐다. 원주 DB 프로미(4표), 수원 KT 소닉붐(3표), 부산 KCC 이지스(2표),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1표).
당연한 결과였다. 이들은 모두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KCC는 디펜딩 챔피언, DB는 컵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큰 전력 손실 없이 새 시즌을 준비했기에 타 구단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반면,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를 향한 관심은 덜했다. 두 시즌 연속 봄 농구 진출에 실패한 가스공사는 하위권 내지 6강 경쟁에 나설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았다. 국내 선수 중 눈에 띄는 스코어러가 없어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가 아무도 없었다. 전신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시절에도 그랬다.
그로부터 대략 3주가 지난 현재, 가스공사는 시즌 초반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1패 후 5연승으로 2위권 그룹(4승 2패)을 따돌렸다. 리그 최다 득점(83.8점)이자 최소 실점(66.7점)으로 공수 균형이 조화를 이룬다. 시즌 초반 6경기 중 5경기를 70점 이하로 틀어막은 ‘질식 수비’가 호평받고 있다.
가스공사는 최대 3명의 가드를 동시에 투입하는 파격적인 운영으로 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다. 샘조세프 벨란겔(필리핀), 김낙현, 정성우가 핵심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벨란겔과 김낙현이 지난 시즌부터 호흡을 맞춘 가운데 수비에 특화된 정성우가 자유계약선수(FA)로 합류해 첫 시즌부터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3인방은 높이의 약점을 빠른 스피드로 만회하고 있다.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가스공사는 벨란겔(평균 15.8점 5.8어시스트), 김낙현(평균 9.2점 3.7어시스트)이 공격에서 불을 뿜으며 큰 점수차로 이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주포 앤드류 니콜슨(캐나다·평균 19.3점 9.2리바운드)까지 트리오의 위력이 대단하다. 셋은 6경기에서 3점슛 43개를 성공, 가스공사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69개(경기당 11.5개)의 3점슛을 넣는 데 큰 지분을 차지했다.
가스공사 선전 비결로 강혁(48) 감독의 지도력이 첫손에 꼽힌다. 강 감독은 지난해 6월 경질된 유도훈 감독 대신 직무대행을 맡아 혼란에 빠진 팀을 잘 수습했다. 최하위가 유력했던 가스공사를 7위까지 끌어올린 덕분에 시즌 중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고, 시즌 초반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강혁 감독은 적절한 용병술로 가스공사의 상승세를 돕고 있다. 질식 수비의 키 포인트인 체력 안배가 완벽에 가깝다. 가스공사는 시즌 초반 6경기에서 평균 출전 시간 30분을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벨란겔이 28분 27초로 팀 내 1위인데 리그 전체로 보면 22위에 불과하다.
가스공사는 원활한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40분 내내 체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하드 콜(몸싸움에 관대한 판정) 시대에 빠르게 적응을 마쳤다. 강혁 감독의 질식 수비가 한국 농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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