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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영혼의 파트너' 김애경-주옥, 그랜드슬램까지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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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영혼의 파트너' 김애경-주옥, 그랜드슬램까지 무한질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1.1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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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호흡, 여자정구 아시안게임 골드 스매싱-전국체전 8연패 기염

[300자 Tip!] 나갔다하면 금메달이다. 국내 대회에서는 8년째 적수가 없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국제대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김애경과 주옥은 서로를 ‘영원한 파트너’라고 칭한다. 둘은 코트를 벗어나서도 늘 함께다. 훈련이 없는 날에는 영화를 보고 카페를 찾는다.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육대회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을 찾았다.

[고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한국 정구가 황금기를 맞았다.

지난달 인천 남동구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펼쳐진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7개의 금메달을 모두 석권한 것.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에 이룬 쾌거다.

▲ 주옥(왼쪽)과 김애경은 7년째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장 감독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지 3년째부터 진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애경(26·NH농협은행)은 여자 복식과 혼합 복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올라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김애경의 단짝 주옥(25·NH농협은행)은 특이한 이름과 함께 2관왕에 올라 그에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김애경-주옥 조는 지난달 29일 제주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정구 여자복식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 김보미-윤수정(안성시청) 조를 4-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전국체전 8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여자 대표팀 감독이자 소속팀인 NH농협은행의 사령탑인 장한섭 감독은 “자기관리가 충실해 속을 썩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운동도 잘하지만 인성도 좋은 선수들”이라며 “이성과 관련해서는 여태껏 통제를 시켰지만 1등 신부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제자들을 격찬했다.

7년째 호흡을 맞춘 ‘영혼의 파트너’ 김애경과 주옥을 만났다. 둘은 짝을 맞춘지 3년째부터 지는 법을 까먹었다.

◆ "주옥은 영원한 파트너", "애경 언니는 구세주" 

“늘 감사해요. 옥이는 영원한 파트너입니다.”

김애경은 '한국 정구의 아이콘'이다. 전국체육대회 7연패를 비롯해 각종 세계 대회에서 단·복식을 막론하고 수차례 정상에 오른 선수다. 정구에 입문한 여자 선수들의 롤모델이 김애경이다.

장 감독은 “애경이는 빠른 편이 아닌데도 감각으로 이를 커버한다. 손목 힘도 뛰어나다”며 “오는 공을 미리 예측해 넘기는 선수다. 한국 정구사에 이런 선수가 다시 나올까 싶다”고 평가할 정도다.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췄음에도 김애경은 겸손하다.

▲ 장한섭 감독은 "김애경과 주옥은 운동도 잘하지만 인성도 좋은 선수들"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제자들을 칭찬했다.

그는 “복식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건 옥이가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혹시라도 지고 나면 다음 대회를 위해 쌓였던 것들을 피드백한다. 잘했던 부분, 못했던 부분을 점검하는 것이 우리가 잘 나가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주옥은 복식 전문 선수다. 그는 ‘맏며느리’같은 선수다. 장 감독은 “파트너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타고났다. 콤비네이션이 일품”이라며 “운동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 순 없지만 흐름을 읽고 경기를 한다. 영리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주옥은 “애경 언니는 내 구세주다. 정구를 하면서 좋은 선생님, 팀을 만나기는 했지만 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며 “늘 부족한 나를 이끌고 다독여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수줍게 웃었다.

◆ ‘오로지 인천’ 칼을 갈았던 지난 4년 

한국 정구는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르기까지 금메달 18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서는 금메달 2개씩을 따내는데 그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클레이코트가 아닌 하드코트(케미컬 코트)에서 경기가 펼쳐진 것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 주옥(왼쪽)은 김애경이 답변을 이어갈 때마다 애정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의 말처럼 '구세주'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하드코트는 맨땅과는 달라서 공이 많이 밀린다. 세게 치더라도 랠리가 길어져 체력적인 부담이 늘게 된다. 한국보다 더 아기자기한 정구를 구사했던 일본과 중국이 치고 올라온 계기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애경-주옥 조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아무리 케미컬 코트라 하더라도 이변이 없는 한 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겨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김애경-주옥 조는 결승전에서 스기모토 히토미-우에하라 에리(일본) 조에 분패했다. 세트스코어 3-1로 앞서던 상황에서 내리 4세트를 내주며 3-5로 역전패해 충격은 배가 됐다.

이때부터 둘은 하루 8시간 반에 걸친 강훈련에 돌입했다.

김애경은 힘들 때마다 광저우에서 2등 시상대에 올랐던 것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주옥은 “오버 서브가 아닌 깎아치는 커팅 서브를 가다듬었고 스핀이 뜨지 않도록 수없이 반복했다”며 “정확한 리시브를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퍼펙트 골드’였다. 둘은 인천에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3세트만 내줬다.

◆ 8연패 금자탑, “후배들이 무서워요” 

양궁이나 태권도, 쇼트트랙이 그러하듯 정구도 국내 무대 우승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애경-주옥 조는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정상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부터 옥천군청에 3번이나 매치포인트에 몰릴 정도로 고전했지만 위기를 헤쳤고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인천체육회, 안성시청과 혈투를 벌인 끝에 마지막에 웃었다.

둘은 한 목소리로 “7연패를 한데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으니 국내 무대 정상에 오르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시선이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게다가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8연패 중 가장 힘들었던 우승이 이번이다”라고 말했다.

김애경은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김보미(안성시청)에게 덜미를 잡히며 동메달에 그쳤다. 내심 바랐던 4관왕은 후배의 거센 도전 앞에 물거품이 됐다.

▲ 김애경(오른쪽)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할 계획이다. 주옥은 "마음 같아서는 말리고 싶지만 언니의 미래를 위해 놔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시안게임 단식 준결승에서 패하고 많이 울었다”며 “보미에게 여태껏 한 번도 진 적이 없었기에 아시안게임 패배는 유달리 쓰라렸다”고 고백했다. 김애경은 김보미와 한우리(인천체육회)를 한껏 치켜세우며 “좋은 후배들이자 라이벌”이라고 칭찬했다.

주옥은 “라켓을 들어야 적이다. 경기장 밖에선 둘도 없는 친구고 선후배 사이”라고 귀띔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통화하고 서로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 마지막 목표는 그랜드슬램과 전국체전 9연패 

마지막 목표를 물었다.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무언가 통한 듯 답변을 내놨다.

“전국체육대회 9연패해야죠. 마침 내년에 우리가 우승 못해본 대회가 있어요.”

김애경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할 예정이다. 20대 후반의 여자 선수가 현역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남자 선수들은 30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하지만 여자 선수들은 20대 중반만 되면 운동을 접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주옥은 “마음같아선 바지끄댕이라도 잡아서 언니의 은퇴를 말리고 싶다”고 웃으면서 “그렇지만 언니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놓아주는 것이 맞다. 여자 선수치고는 지금도 늦은 나이”라고 말했다. 김애경은 선수생활을 접게 되면 후 교육을 통해 은행원으로 거듭난다.

둘은 먼저 전국체전 9연패를 꼽았다. “우리 때문에 정상에 한번을 못 올라본다고 후배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꼭 이뤄야 할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세계정구선수권대회 우승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톈진동아시아대회,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한 이들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김애경과 주옥은 “일단 내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통과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 “꼭 한 번 해보자”고 손을 맞잡았다.

‘이기는 법’을 아는 두 여자는 그렇게 우승을 했는데도 여전히 배고파했다.

▲ 주옥(왼쪽)과 김애경은 전국체육대회 정구 여자복식에서 8년째 금메달을 내놓지 않고 있다. 후배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9연패도 우리 것"이라고 힘을 줄 뿐이다.

[취재 후기] 둘은 현재 진천선수촌에 있다. 한국 정구를 이끌어갈 정구 유망주들의 훈련을 돕기 위해 김동훈, 김범준 등 남자 금메달리스트들과 함께 파견됐다. 연이은 대회로 피로할 법도 한데 “한국 정구를 위해 선배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파트너를 자처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라는 표현은 두 사람같은 조합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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